37년 의자 생각 “새로운 단체급식 식탁을 꿈꾼다”
37년 의자 생각 “새로운 단체급식 식탁을 꿈꾼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4.06.09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최초 단체급식 식탁 개발… 의자크기, 각도 등 급식 특수성에 맞춰 생산

 ‘얼굴 있는 급식’을 위한 기업 탐방 ⑥

유독 단체급식 분야는 식·기자재 관련 업체들의 정보와 활동을 쉽게 알기 힘들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찰 등을 통해 납품할 수 있다는 일부의 인식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가 아닌 다수의 취식 인원이 최종 소비자이지만 B to B 형태의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기업 활동을 해온 특성도 있을 것이다.
이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단체급식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업을 만나보고자 한다.



▲ 하나미산업 송춘식 대표이사
단체급식 식탁 전문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하나미 산업은 사실 1977년 부일공사라는 상호로 사무용 의자를 먼저 생산했다.

이에 대해 하나미산업 송춘식 대표는 “당시 사무용 의자를 기업에 납품하면서 점심시간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식탁 의자를 꺼내고 넣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시끄러워 ‘어떻게 하면 많은 인원이 적은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급식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 하나로 하나미산업은 80년대 초반 단체급식용 식탁(당시 자유테이블이라 이름붙임)을 전국 최초로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몇 년간 수요처로부터의 반응은 차가웠다.

송 대표는 “단체급식소에 꼭 필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 확신했지만 반응이 없어 ‘잘못 만든 것일까…’ 수 백 번 스스로에게 질문했었다”라며 “하지만 포기 하고 싶지 않아 보완하길 여러 번, 투자비는 늘어나고 매출은 없는 시간을 한동안 보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 IMF시절, 우연한 기회에 전라남도의 한 학교에 납품하게 됐다. 이후 높은 호응을 받으며 학교에 입소문이 퍼져 단체급식 식탁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후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나미산업이 개발한 단체급식 식탁은 마스제도가 시행되면서 조달에 해당하는 품목이 없어 2년 동안 조달등록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당시는 국내 조달시스템이 미국 마스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되던 시기였다. 그런 영향으로 우리가 개발한 단체급식 식탁을 가정용으로 분류했다”며 “결국 2년간의 자료조사 등을 통해 품목에 ‘스툴테이블’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 품목으로 현재의 단체급식 식탁을 조달에 등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장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단체급식 식탁의 탄생 배경과 뒷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즘, 기자는 37년간 오직 한 분야의 제품만 만들어 온 송 대표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송 대표는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은 분명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 것으로 확장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일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하나미산업을 이끌어오며 가장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90년대 초반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S가구회사에서 자체 구내식당에 넣을 단체급식 식탁을 하나미산업에 발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식탁을 전문으로 만드는 대기업 S가구회사가 하나미산업의 단체급식 식탁을 선택했다면 그 제품성은 인정받은 것 아닐까요?”라며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며 상기된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최초 개발자인 만큼 후발 회사에 대한 마음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솔직하게 초창기에는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다”며 웃어 버린다.

그리고 “하나미산업이 가야할 길만 생각하고 가기에도 바쁘다. 누가 따라오는 것을 의식하고 견재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물었다. 송 대표는 단호하게 “현재 단체급식 식탁은 한계에 와있다”며 조심스럽게 단체급식 식탁의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제는 학생 수도 줄어들고, 더 편한 자리에서 여유롭게 식사하길 원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향후 하나미산업이 또 한 번 탄생시킬 제2의 단체급식용 식탁에 대한 힌트다.

송 대표는 덧붙여 “의자가 고정되어 있는 현재의 단체급식 식탁은 왠지 모르게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치 의자에 감정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의자 장인’다운 말이었다.

설립부터 현재까지 하나미산업은 줄곧 부산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회사를 옮기라고 제안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사업자금으로 인한 힘듦보다 부산에 있는 지방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회사 운영에 더 어려웠다”고 말하는 송 대표.

제품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결국 지방 기업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에서 알아주지 않을 때는 아직도 가끔 “대표로서 결단을 내렸어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산을 지키고 있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결국 결론을 짓는다.

고집스럽게 또 뚝배기처럼 묵직하게 지나온 시간으로 말하는 하나미산업은 그야말로 ‘얼굴이 있는’ 단체급식 대표 기업으로 손색이 없었다.
▲ 상품의 내구성을 늘리는 분제도장 작업 모습

▲ 숙련된 작업자가 의사시트를 수작업하는 모습
▲ 창고에 적재되어 있는 출고 전 단체급식 식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