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식단과 향토음식으로 영양교육
유기농식단과 향토음식으로 영양교육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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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닮은 아이로 키우는 박문유치원
“오늘 밥은 무엇으로 지었을까요?” “현미요.”
“네 맞았어요. 현미밥은 흰쌀밥보다 영양소가 많고 열이 많은 식품이라 키도 쑥쑥 자라게 하고 공부하거나놀 때 필요한 힘을 많이 낼 수 있게 해주죠.”

낮 12시 급식 시간을 앞두고 매일 10분씩 간단한 영양교육을 하고 있는 박문유치원 희망반 교실의 풍경이다.
희망반은 5세 유아들이 공부하는 반. 하지만 장난치는 아이 한 명 없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선생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급식 메뉴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의 배식판을 들고 조용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음식을 받고는 제 자리로 돌아가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박문유치원의 급식식단은 토속적이었다. 현미찹쌀밥에 근대된장국, 감자조림, 미역줄기볶음 그리고 김치였다. 후식은 요구르트가 나왔다. 희망반 민준이는 “집에서 먹는 밥보다 유치원 밥이 더맛있고 먹으면 힘이 쑥쑥 생기는 것 같다”며 국물까지 다 마셨다.

◆음식 하나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음식 하나로 삶의 질이 바뀔 수 있을까? 박문유치원의 아이들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160명의 원아가 있는 유치원이지만 소란스럽거나 아이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뛰지 않고 한 사람씩 왼쪽으로 서서 질서를 지키는게 생활화되어 있다. “이런 변화는 음식과 그 음식에 연계한 생태유아교육에 있다”는 것이 양건일 원장수녀의 설명이다. 1937년 문을 연 박문유치원은 원아가 많다 보니 대부분의 유치원처럼 위탁급식을 했다. 양 원장이 부임한 2001년부터 4월부터 ‘유기농식단과 향토음식을 결합한 급식’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우리 미래잖아요.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음식을 먹이면 아이가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맑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아토피를 앓던 몇몇 아이들의 피부가 깨끗해졌고 수업시간에 집중력도 상당히 높아졌어요.” 아이들을 7년간 지켜보면서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양 원장의 말이다.

◆영양교육에서 생태교육까지

박문유치원은 쌀, 야채 등 모든 식재료로 유기농을 사용하면서 식단 구성을 향토음식으로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1년에 쓰이는 식재료는 약 200가지. 기름도 올리브유만 사용한다. 나인숙 조리사는 “아이들 건강을 위해 다시마, 멸치같은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내고 튀김이나 돈가스 같은 냉동식품은 삼가며 영양은 풍부하면서 칼로리는 낮은 음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양 원장이 급식식단에 유기농과 향토식단을 결합한데는 그만의 소신이 있었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예로부터 우리 향토음식은 무병장수의 식단으로 알려져 있어 건강에 좋은 이 두 가지를 결합했죠. 또한 유기농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농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어요.” 또한 박문유치원은 좋은 먹을거리와 나쁜 먹을거리를 구분하는 교실 안 ‘병아리 영양교육’에서 한 발 나아가 생태교육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여름에는 감자를 캐러 가고 가을에는 오리농법으로 재배하는 유기농 쌀을 수확해보는 등 철마다 ‘생태유아교육’을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음식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직접 체험해 자연의 소중함과 또 그 속에 땀 흘리는 농민들의 노력이 배어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조금씩 인격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_ 최은성 기자 chic47@naver.com / 사진 _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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