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텃밭가꿔 유기농 급식 해요
아이들과 텃밭가꿔 유기농 급식 해요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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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있는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출자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바른 먹을거리가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믿음으로 급식도 유기농 먹을거리로만 하고 있다.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은 일산에서 공동육아를 하는 ‘숲 속 어린이집’으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일산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 수자원공사 주변, 나무와 들판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점심식사를 앞둔 오전 11시50분쯤 어린이집에 들어서자 몇몇 아이들이 맨발로 풀밭을 뛰어다니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점심식사 5분 전이야”라는 선생님의 외침에 “응 알았어. 송다리”라고 대답하는 아이들.

◆ 선생님 대신 별명을 부르는 아이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선생님’이란 말이 없다. 아이들이 직접 지은 별명으로 선생님을 부른다. 송다리란 별명을 갖고 있는 권희진 대표교사는 “별명으로 부르면 아이들과 더욱 친숙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좋다”면서 “아 이들과 교사의 평등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공동 육아에서는 반말을 허용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존감을 존중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취지로 부모들이 조합을 만들고 출자금으로 어린이집을 마련한다.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 부모들이 직접 출자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터를 구입하고 어린이집을 지었다. 그 때문에 마당이 있고 한편엔 텃밭을 만들어 여름에는 감자를, 겨울에는 고구마를 캐며 실제 자연학습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위협하는 시대에 아무래도 공동 육아는 부모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집에서처럼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으며 자랄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직접 배식을 해요

이 어린이집에는 4~7세의 아이들 19명이 다니고 있다. 취재 갔을 때는 부모와 함께 휴가를 간 아이들이 많아 10명만 나와 있었다. 10명의 아이들은 식사를 앞두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례차례 손을 닦았다. 또 7세 아이들은 배식 담당으로 자진해서 나서며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반찬을 담아주고 있었다. 말복이었던 8월8일의 급식 메뉴는 잡곡밥에 닭개장과 가지나물, 오이초장 그리고 김치. “말복이라 아이들이 먹기 편하도록 닭고기를 찢어 끓인 닭개장을 준비했다”는 게 ‘제비꽃’ 조완희 조리사의 설명이다.

까무잡잡하게 그을려 한층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뛰어놀 때 처럼 신나게 먹는 일에 열중했다. 특히 의젓해 보이는 재하와 새침해 보이는 선재는 일곱 살 동갑내기 친구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이 사이좋은 신혼부부(?) 같다. 새침하지만 섬세한 선재는 “가지 반찬 이 맛있어, 먹어봐”라며 재하에게 권한다. “내가 알아서 먹을거야”라고 퉁명하게 말하면서도 재하는 선재의 권유에 가지나물을 집어 먹으며 “응 진짜 맛있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처럼 서로를 챙겨주며 30분여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식탁 위는 물론 배식판도 밥 한 톨 국물 한 숟가락 남지 않은 채 깨끗이 비어 있었다.

◆ 유기농에 천연 조미료 잔반율 0%

비결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의 급식은 100% 유기농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이다. 월 100여개 이상의 식단으로 구성된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잔반율이 0%인 데는 젓갈이나 깨소금 등 천연 조미료를 이용해 재료의 풍미를 더하는 데 그 비결이 있다. 예를 들면 오이초무침의 경우 새우젓과 볶은 천연 소금으로 맛을 내고 깨소금과 천연 식초를 넣어 새콤하면서 오이 특유의 달콤함을 살리고 있다.

또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위해 생선과 고기를 주 2 회씩 공급하고 그 외에도 달걀과 두부 같은 동·식물성 단백질을 식단에 빼지 않고 내고 있다.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기 단백질은 뼈와 근육 성장에 필수적이고 고등어 나 참치 등등푸른 생선은 오메가 3를 함유하고 있어 뇌 발달에 중요하다. 반찬은 제철음식을 기본으로 한다. 여름에는 미역, 오이, 가지, 부추 같은 제철 야채류를 사용한다. 그 이유에 대해 조완희 조리사는 “제철음식은 자연의 기를 한껏 받고 자라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밥도 비빔밥이나 김밥을 제외하고는 흑미, 조, 수수, 콩 등을 넣은 오곡잡곡밥으로 해 아이들의 균형발달에 신경 쓰고 있다. 또 콜라나 사이다 대신 제철 과일인 매실이나오미자 등으로 직접 음료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

텃밭도 가꾸며 배우는 음식에 대한 소중함

10년 넘게 보육교사로 활동해온 송다리, 권 교사는 “공동육아의 목적은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을 아이들이 받아들이도록 하 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바른 먹을거리”라면서 “자연의 햇살을 담아 재배된 바른 먹을거리를 먹고 성장한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고 말했다.
‘허니비’란 별명으로 불리는 유성민 대표 교 사는 “평소에도 철마다 어린이집 텃밭에 직접 씨도 뿌리고 김도 매고 물도 주고 수확해서 음식 만들어 먹기까지를 직접 체험한다”면서 “이는 음식과 자연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져 음식을 남기지 않고 골고루 먹는 식습관까지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앞세운 시대에 어찌 보면 공동육아는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것도 같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도 같아 보인다. 결국 공동육아를 하느냐 마느냐는 부모들의 선택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신은 가질 수 있었다.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 아이들이 보여주는 구김살 없는 미소와 의젓한 행동을 보면서 그 이름처럼 나무와 햇살을 받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_ 최은성 기자 chic47@naver.com / 사진 _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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