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먹을거리로 몸도 마음도 ‘쑥쑥’
유기농 먹을거리로 몸도 마음도 ‘쑥쑥’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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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위주 식단 구성…간식도 첨가물 함유된 식품은 제외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망원동, 서교동 등에 걸쳐 있는 성미산 마을은 도심 생태공동체다. 이 마을의 시초는 특이하게도 ‘어린이집’이다.

1994년 젊은 부부 30여 쌍이 모여 믿을 만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없는 것을 고민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된 육아공동체는 생활공동체로까지 발전해 지금의 성미산 마을이 형성됐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큰 호응을 얻었고 대기자가 많아지면서 세 곳이 더 생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미산어린이집’이다. 성미산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동네 전체가 배움터다. 일주일에 2번 이상은 근처 성미산에 올라가 자연을 배운다.

또한 마을에 유기농산물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유기농 천연재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 ‘작은나무’ 등이 있어, 아이들을 유해한 먹을거리로부터 지켜준다. 성미산 마을은 환경을 중요시한다. 주민 모임 ‘멋진 지렁이’는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성미산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으면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신선한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

성미산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친환경 식단을 원해서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멀리서 이곳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아예 성미산 마을로 이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식단은 나물 반찬 등 유기농 식단으로 제공된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생협에서 신선한 유기농 식재료를 들여온다.

달걀은 유정란만 사용하며, 유제품도 생협에서 나오는 요플레와 우유를 이용한다. 이곳에는 유해 첨가물과 화학 약품으로 범벅된 먹을거리는 전혀 없다. 간식도 고구마, 감자 등 유기농산물이다. 심지어 요구르트도 설탕과 첨가물이 들어간다며 아이들 간식에서 제외했다.

여름에 아이스크림 정도는 먹일까 싶어 물어봤지만, 절대 가공식품은 먹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먹게 한다. 지난 여름 ‘꼬마 요리사의 날’에 아이들은 딸기를 곱게 갈아 그대로 얼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만든 아이스크림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 성미산 어린이집 아이들은 인공식품이 아닌, 천연음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유기농산물만 고집하다 보니 식재료비가 시중의 3배 정도 들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먹이려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래서 운영비의 반은 식비로 소요된다고 한다. 오솔길 대표교사는 “유기농산물은 몸에도 좋고 재배농가와 땅을 살리는 소중한 먹을거리”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버지 사랑표 김치와 어머니 손맛 급식

지난 6일에는 성미산어린이집에 아버지들이 모여 김장을 담갔다. 유아 교육에 소홀하기 쉬운 아버지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시작한 ‘아빠가 담그는 김치’는 개원부터 이어진 전통 있는 행사다. 이렇게 담근 60포기의 김장김치는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이 겨우내 먹을 소중한 양식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담긴 유기농 김치를 먹고 성미산 어린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성미산어린이집 급식은 엄마의 손맛으로 만든 가정식과 다름없다. 박명화 영양사는 이곳에서 ‘고모’로 통한다. 박 영양사는 “채소 위주로 반찬을 만들어 처음에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점점 잘 먹는다”며 “집에서 안 해줘서 안 먹는 거지, 못 먹는 게 아니다”고 채소 위주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성미산 어린이들은 콩밥도 잘 먹는다고 한다. 네살부터 성미산어린이집을 다닌 나비반 오연재 양(7세)은 “채소 반찬도 다 맛있어요”라며 예쁜 얼굴만큼이나 편식 없이 밥도 예쁘게 먹었다.
박 영양사의 특식은 프라이팬에 직접 만든 구수한 ‘누룽지’다. 남은 찬밥을 활용해 잘 구워 만든 누룽지는 아이들의 인기 간식. 생일에는 특별히 귀신과 액운을 쫓는다는 속설이 담긴 ‘팥밥’을 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의미를 담았단다. 이날 점심은 배추된장국, 흑미밥, 달걀야채말이, 해초무침이었다. 급식은 아이들이 먹을 만큼 자율배식한다. 오전 간식은 각종 채소를 잘게 다져넣은 영양만점 야채죽이고, 오후 간식은 전통음식인 잔치국수였다.

◆창의적인 놀이로 이루어지는 교육

“손치기~ 손치기~ 손으로 친다고 손치기! 발치기~ 발치기~ 발로 친다고 발치기!”
쉽고 재밌는 노래에 맞춰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짝을 지어 놀이를 한다. 성미산어린이집은 특별한 교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즐거운 놀이로 창의적인 학습을 한다. 강강술래, 손치기·발치기 등 신명나는 전통 리듬의 동요와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학습이다. 고사리 꺾자, 남생이 타령 등 노래와 어우러진 놀이가 끝없이 이어진다.

또한 세시절기를 기본 축으로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대보름에는 절기 음식인 부럼, 귀밝이술, 오곡밥, 나물을 먹고, 저녁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우며 친밀한 교감을 나누는 식이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야외놀이를 간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비료부대와 돗자리를 들고 가 눈썰매를 타기도 한다. 나들이할 때는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에서 김밥을 주문해 늘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

성미산어린이집 - 박상민 대표교사“

교육 주체는 교사 아닌 아이들이죠

성미산어린이집은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일반 유치원은 교사가 주체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주체입니다. 틀에 맞춰진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거죠.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힙니다. 성미산 어린이집에는 권위적인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별명을 부르고 반말을 하며 친밀감을 나눕니다. 또한 교사들간에도 수평적인 관계가 이루어져, 원장이 없고 교사 대표를 뽑아 운영합니다.

성미산어린이집에는 특별한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아마’입니다.

‘아마’는 아빠와 엄마의 줄임말로, 학부모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어린이집 차량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등·하원 시킵니다. 이때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유아 교육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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