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자비내고 직무수행하는 영양(교)사
Special Issue 자비내고 직무수행하는 영양(교)사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6.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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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들 “수당은 못줄 망정 법적 공식업무에 급식비 징수는 부당”

영양(교)사들에게 검식은 공식적인 업무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공식적인 업무. 그러나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끼 이상 검식을 하는 영양(교)사들은 공무를 수행하면서 돈을 내고 있다. 1회 분량의 식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먹어보는 일은 영양(교)사의 업무 중 하나인데도 이에 대한 급식비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가 확인해 보았다.


“직무에 규정돼 있는 검식은 영양교사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 돈을 내면서 업무를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아요.”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자들도 급식비를 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내용이었다.이는 학교급식법에 영양교사의 직무로 규정돼 있는 ‘검식’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제기된 문제다.‘검식’이란 음식물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위해 음식물을 내놓기 전에 먼저 먹어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시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경기도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가 점심으로 제공된 검식용 식단을 학교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있다.영양(교)사들은 1회 제공되는 양의 음식을 검색하도록 직무에 규정돼있다.

 

급식법시행령에 검식 명시돼 있어

단체급식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양교사들 대부분은 검식을 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메뉴가 제대로 조리됐는지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대부분의 급식소에서는 1회분의 식사를 먹는 것으로 검식을 한다. 법에 의해 검식을 직무로 명시하지 않아도 자신이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전 실시하는 절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급식법에는 영양교사들에게 검식을 직무로 규정해 놓았다. 현행 학교급식법시행령 제8조 영양교사의 직무 2항에는 ‘위생·안전·작업관리 및 검식’을 명확히 규정해 놓고 있다. 법에 명시돼 있는 ‘검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교과부, 1회분 음식 먹는 게 검식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문의했다. 학교급식법을 담당하고 있는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 관계자는 “명확한 지침은 없지만 보통 1회 제공되는 양의 식사를 검사하는 것을 검식이라고 한다”고 검식의 기준에 대해 답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영양교사들은 자신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 돈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영양교사들의 문제 제기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급여에 급양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영양교사들도 급식비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 중 만난 한 영양교사는 “음식을 내놓기 전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제일 먼저 확인하는 이들이 바로 영양교사”라며 “혹시 모를 위험도 감수하며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도 위험수당을 받지는 못할 지언정 급식비를 내고 있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시식을 통해 급식을 먹고 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영양교사들에게 지급되는 급양비를 모아서 결식아동 돕기나 불우아동 장학금 지급 등 뜻 깊은 일에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식비 안내는 학교도 있어

본지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를 조사해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이 급식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충청북도의 경우 급식전담직원들은 급식비를 내지 않고 있었다.

충청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소에서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이들에게 급식비를 받는 것은 음식점 종사자들에게 음식값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공무원 신분인 영양교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학교회계직에게 급식비를 받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는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의 40% 이상이 학교회계직으로 분류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급양비를 받고 있지 않다.

그들의 급여는 일반 영양교사들이 받는 급여보다 적다. 그런데도 이들은 한 달에 적게는 3만5,000원에서 많게는 6만여 원을 급식비로 내고 있다. 하루 3식을 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1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낸다.얼마 전 법제처에서 ‘영양사들도 영양교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법 해석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에게도 검식은 의무사항이자 업무라는 것이다. 영양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부여하면서도 급양비는 지원하지 않은 채 급식비를 내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90%에 달하는 5만여 명의 학교회계직조리 종사원들에게도 급식비를 받고 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배식까지 담당하는 이들은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꼬박꼬박 급식비를 내고 밥을 먹는다. 음식이 남아 버리는 경우에도이들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없다.

계약직 조리원은 왜 내는 거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조리종사원들 대부분이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 급식비를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동료 영양교사들 중에는 ‘우리가 급식비를 내기 싫어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선뜻 이야기를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핵심은 급식비를 내고 안내고가 아니라 ‘검식이라는 엄연한 공무수행에 금전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죠.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자들에게도 급식비를 받는 탁상행정은 시정돼야 하지 않을까요?”제보전화를 한 영양교사의 건강한 문제제기가 앞으로 교육행정에 어떻게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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