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통신업체 ‘KT’에는 직원들을 위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직장보육시설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잡은 KT 본사 건물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그것은 바로 사원들의 자녀를 위해 옆 건물에 지어진 어린이집.
사원 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이 ‘꽃나무어린이집’은 다른 어린이집들과 유사하게 운영되면서도 사내어린이집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맞게 특화되어 있다. 꽃나무 어린이집의 현재 정원은 89명. 교사까지 합치면 104명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일반적인 어린이집보다 식사 인원이 꽤 많은 편이다. 때문에 보통 100명이 넘어야 상주하게 되어 있는 영양사가 따로 있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 부모 심정으로 관리하는 사내 어린이집의 모범
‘꽃나무어린이집’이 다른 어린이집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사내 어린이집이라는 특성 때문에 저녁까지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야근을 자주하기에 보통 3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저녁을 먹으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또한 어린이집의 위탁 관리업체에서 1차 관리를 하고, KT 자체에서도 또 관리를 하므로 말 그대로 물샐 틈 없이, 부모의 마음처럼 철저하게 관리가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만 1세부터 취학 전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KT의 경우 전근을 가는 일이 적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집에서 쭉 함께 자라난다.
2004년 6월에 문을 연 이후 계속해서 영양사를 맡아 왔다는 조혜은 영양사는 “처음 두 살에 들어왔던 아이가 이제는 일곱살이 되었다”며 “이젠 어떤 아이가 어떤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고 영양 상태에 어떤지 훤히 알게 됐다”고 말한다.회사가 바로 옆에 위치하다 보니 엄마, 아빠가 언제든지 와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더 나아가 각 반, 놀이터, 양호실 등 모든 장소에 웹캠을 설치해 사원들은 일하는 짬짬이 컴퓨터를 통해 자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했다.자기 아이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전화가 올 정도로 부모들의 관심과 호응이 크다.
게다가 모든 부모들이 한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다른 어린이집과 달리 서로 정보교환이 빠르다.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하루 만에 모든 부모들이 다 알 정도라는 것.
◆ 아이 습관을 바꿔놓는 영양교육
아이들은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 아래서 시립 어린이집에서나 한 번씩 이루어질 만한 영양교육까지 받고 있다. 6, 7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번 행해지는 영양교육에서는 식품구성탑을 통해 5대 영양소에 대해 배우고, 많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인 인스턴트 식품은 빨간색, 몸에 좋은 과일, 야채 등은 파란색이라고 하여 신호등에 비유한 내용들을 가르친다.
지난 7월에는 계절에 맞게 식중독에 대해 배웠는데 식사 전에 손 씻기 등 바로 아이들이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쳤다.이 시기의 아이들은 쉽게 배우고 익혀서 바로 행동에 변화가 온다. 실제로 부모들이 ‘아이가 영양교육을 받고 와서는 콜라, 사이다를 먹지 않는다’면서 놀라워하는 일들이 있었다.
◆ 직장인 부모 배려한 건강 식단
꽃나무어린이집의 모든 메뉴는 국산 식재료 위주로 이루어지고 20% 이상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국을 만들 때에도 조미료 대신 멸치, 다시마 등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같은 메뉴는 시중에서 파는 것을 받아 조리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서 제공한다. 예전에 ‘파동’으로까지 일컬어질 만큼 큰 문제가 되었던 만두, 단무지의 경우 유기농 재료만을 납품 받아 식탁에 내놓는다.
이곳에서는 저녁식사까지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점심식사 메뉴에서 한 두가지 반찬을 바꾸는 식이 아닌 전혀 다른 음식으로 저녁식단을 구성한다.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저녁까지 해 먹이지 못한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_ 윤동주 객원기자 y3938@paran.com 사진_ 이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