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대문구 구립 은화어린이집은 최근 월동 준비로 바쁘다. 텃밭에서 직접기른 무와 배추를 뽑아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기 때문이다. 이미 무는 시원한동치미로 담그고 배추김치만 남았다. 아이들이 텃밭을 돌보고 수확한 농작물로편식도 예방하는 생태교육의 현장. 구립 은화어린이집의 김장하는 날을 취재했다.
“배춧잎을 한 장 넘긴 다음에 양념을 무치고 또 한 장 넘긴 다음에 양념을 발라주세요. 겉에 배춧잎 한 장은 떼어서 이불 하기로 했죠? 이렇게 양념을 고루 바른 배추에 배춧잎으로 ‘배추야, 따뜻해’라며 돌돌 말아주세요.”7세 열매반 방정선 교사의 김장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두건과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은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능숙하게 양념을 바른다. 문윤서 양은 절인 배추에 양념을 속속들이 바르고 위에 양념을 덧바른 다음 배춧잎으로 돌돌 말아 야무지게 마무리한다. 윤서는 “작년에도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아요. 이렇게 만들어 먹으면 조금 맵지만 맛있어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짓는다.
◆ 친환경급식 더하기 생태유아교육
자연과 함께 자라는 구립 은화어린이집은 친환경급식을 한다. 유기농업체인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와 풀무원에서 모든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으며 국내산만 사용한다. 정오순 원장은 “은화어린이집의 급식은 우리 농산물과 제철 식품을 이용하고 조리법도 튀기기보다는 삶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좋은 재료로 밥을 지어 자연의 영양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다. 간식도 친환경이다. 올해는 직접 기른 방울토마토, 고구마 등이 간식으로 나갔다. 특히 수확한 땅콩을 쪄서 간식으로 제공했더니 아이들이 집에 가서 “엄마, 땅콩은 쪄 먹는 게 더 맛있어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친환경 먹을거리에 익숙하다.
이곳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꿨다. 휴간지였던 땅을 개간해 감자, 상추,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텃밭은 친환경급식과 함께 생태유아교육의 좋은 현장이 됐다. 7세열매반 방정선 교사는 “생태유아교육을 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 줄 몰랐어요. 이제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장난감을 스스로 찾아서 놀 수 있는 창의력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배추탁본을 해 본 것도 아이들의 제안에 의한 것이란다. 열매반은 김장하기 전날 배추를 수확한 뒤 ‘발명’이라는 교육 주제로배추 뿌리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배추 뿌리의 상상화를 그린 다음 관찰화를 그려봄으로써 상상력도 기르고 관찰력도 높이는 수업이었다. 이후 아이들이 배춧잎을 탁본을 하자고해서 물감으로 탁본을 뜨고 그 위에 다양한 상상화를 그렸다.
상상화 속에는 배춧잎이 나비, 우주선 등 다양한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김장 자원봉사를 나온 윤선미 학부모는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아이가 평소 밥을 잘 안 먹었는데 점점 더 잘 먹게 됐어요”라며 생태유아교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구립 은화어린이집은 친환경급식과 생태유아교육으로 아이와 부모가 모두 건강해지는 곳이었다.
◆ 구 차원에서 친환경급식 관심 높아
서울시 서대문구는 친환경급식에 관심이 높다. 구는 이미2007년부터 관내 모든 어린이집 172개소에 친환경급식비로어린이 1인당 1만원씩을 지원해 왔다. 구립 은화어린이집도 급식비를 지원받아 친환경급식을 하는데 부담이 적다. 특히 서대문구는 올해 ‘교육환경개선 최우선 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친환경급식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다.
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 김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