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밥상으로 아이들 행복지수 책임져요”
“자연밥상으로 아이들 행복지수 책임져요”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0.01.1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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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국·공립 소사어린이집’24절기에 맞춘 전통문화와 생태적 먹을거리 교육 큰 인기

사시사철 변화되는 자연을 따라 아이들의 생활리듬도 매일 달라진다. 그래서 보육시설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정서적 환경 개선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1년 365일 24절기에 맞춘 전통문화와 먹을거리 교육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곳, 소사어린이집을 찾아가봤다.

올해 소사어린이집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한 전국우수보육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모전 주제는‘어린이집 급식 개선을 위한 생태적 전통 먹을거리 프로그램’이었다.
 2004년부터 소사어린이집의 운영을 맡아온 조혜선 원장(52)은 자연주의 교육관을 토대로 전통문화와 생태적 먹을거리 보급에 꾸준히 힘써왔다.“사람의 식습관은 어린 시절 익숙한 맛에 길들여져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만큼 어린 시절의 식습관 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영유아기 식생활의 변화는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죠.”이와 같은 조 원장의 확고한 교육신념은 소사어린이집을 연입학대기 원생 수만 6백 명에 이르는 지역 내 가장 가고 싶은 어린이집으로 만드는 데 크게 한몫했다.


◆ 세 살 식습관 여든까지 간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교실 곳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식사시간이 얼마나 기쁘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저렇게 신날까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옹달샘반 교실에 들어섰다. 오늘의 메뉴는 발아현미밥, 순두부찌개, 도라지잡채, 사과오이초무침, 김치다. 메뉴로만 봐서는 아이들이 맛있어 할 음식이없어 보였는데 막상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생각과는 정반대다.
박시연 양(6)은 “선생님 도라지잡채가 제일 맛있어요. 도라지는 아빠 고향에서 많이 먹어 본 음식이에요”라고 말한다. 시골할머니 댁에 가서 가끔 먹곤 했던 도라지의 향을 기억하고 있는것이 신기했다.
조 원장은 “도라지 같은 전통 식재료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향과 맛을 약하게 해 조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습관을개선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소사어린이집 아이들은 지금은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다. 직접 담근 청국장을 비롯해 별미로 나가는 추어탕, 감자탕까지도 아이들이 즐겨 먹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연주의를 고집하는 이곳에서는 모든 식재료를 텃밭에서 직접 가꾸고 이를 수확해 먹고 있다.
어린이집 주차장을 없애고 만든 텃밭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지력을 높여 병충해를 예방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대부분의 식재료가 재배된다. 더덕과 도라지, 땅콩과 생강, 토란까지 재배한다고하니 그야말로 없는게 없다. 마당에 텃밭이 있다면 옥상에는유기농 조미료가 가득하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직접 만든 메주가 달려있고 또 그 메주로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은 장독대가 줄지어 있다. 최근에는 엿기름도 기르고 김장도 유기농 배추로 직접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교사들은 전날 배추를 소금에절이며 원내에서 1박2일 합숙까지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천연자연밥상을 제공하기 위한 교사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절기 따라 진행하는 다양한 전통음식 체험소사어린이집

급식의 또 다른 특징은 절기마다 진행하는 전통먹을거리 체험활동이다. 매월 전통문화체험 활동을 통해 세시풍속과 절기에 맞는 전통음식을 만들어보고 이를 급 간식에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이본인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더욱 좋아하기 때문이다.
진성애 교사(27)는 “평소에 그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직접 만든 날만큼은 잘 먹는다”며 “교사들이 먼저 편식하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소사어린이집에서 만든 전통음식 수만 해도 엄청나다.봄에는 진달래화전과 약식을, 여름에는 수수떡과 매실차 등을직접 만들었고 가을에는 추석을 맞아 송편과 쌀강정, 곶감 등을 직접 만들었다. 그때 만든 곶감이 복도 곳곳에 달려있는 모습이 참 먹음직스러웠다.

12월에는 동짓날을 맞아 새알심 빚기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빚은 새알심으로 팥죽잔치를 할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급 간식 뿐 아니라 물외에 먹는 음료 역시 모두 제철과일을 이용해 천연으로 만든다. 매실차, 모과차, 유자차, 수세미차에 이르기까지 전통다원 뺨칠 정도로 직접담근 전통차 종류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소사어린이집을 지역 내 최고로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지연 기자 ljy@fsnews.co.kr 사진_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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