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겐 ‘약’ 직원에겐 ‘힘’이 되는 급식을”
“환자에겐 ‘약’ 직원에겐 ‘힘’이 되는 급식을”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5.02.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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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입맛 위해 맛·영양 동시에… 의료진 컨디션 위한 급식 시간·공간 제공

 

▲ 일과 중 가장 편한 시간을 보내는 88병원 의료진과 직원들.

 병원급식은 식상하고 맛이 없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88병원은 ‘맛있는 급식’으로 유명하다. 맛없다는 병원급식의 인식을 깨버린 88병원은 제철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식단은 기본, 건강식으로 꼽히는 ‘호두’를 급식에 사용해 맛과 건강을 잡았다.

‘환자에게는 약, 직원에게는 힘이 되는 급식’ 그리고 ‘환자의 회복과 직원의 건강을 책임지는 급식’을 강조하는 88병원의 이경석 대표원장과 백슬기 영양사를 만나 특별한 비법을 들어봤다.

88병원은 뇌·척추 관절전문 병원으로 수술 전후 회복기 환자에게만 유동식을 제공하고 환자식과 직원식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은 병원을 개업하며 치료만큼 강조한 사항이 ‘맛있는 급식’이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본 사람은 유난히 입맛이 없다며 음식을 적게 먹은 경험이 있을 텐데 수술을 앞두거나 수술 후에는 다른 때보다 식사를 더욱 잘해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급식을 맛있게 제공하는 방법뿐이다”고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영양사에게 급식 단가가 아니라 급식의 맛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 후식으로 제공되는 간편호두.

동일 식재료로 다양한 메뉴 제공
실제로 백 영양사는 365일, 3식이 제공되는 병원급식의 특성에 따라 메뉴가 중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을 다양하게 바꿔 식상하지 않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다.

백 영양사는 “병원급식은 환자상태에 따라 식이가 다르게 제공돼야 한다”며 “수술 직후 환자는 미음, 죽 그리고 반찬대신 물김치, 맵지 않은 국을 따로 제공하고 당뇨 환자에겐 흰밥대신 잡곡밥, 저염식·저열량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많이 제공되는 육류의 경우 늘 같은 조리법으로 제공하면 식상할 수밖에 없어 조림, 볶음, 튀김 등 다양한 조리방법과 고추장, 카레, 간장, 데리야끼 소스, 겨자 소스 등을 사용한 색다른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 호두 인기메뉴 견과류조림, 호두냉채, 호두단호박조림.

환자·직원, 모두 만족 ‘호두급식’
또한, 88병원만의 이색 급식 메뉴가 있다. 바로 영양과 건강을 위한 호두 급식이다. 백 영양사는 수술 전후 환자들뿐만 아니라 직원 건강을 모두 고려해 식단에 수퍼푸드로 알려진 호두를 반영하고 있다.

백 영양사는 “호두에는 오메가3, 알파리놀렌산, 구리, 망간 등이 포함돼 두뇌건강, 기억력,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스트레스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데 뇌를 많이 사용하는 의료진에게 효과적이다”며 “또한,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어 노인성치매,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회복기 환자와 신경쇠약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호두는 조리 전 끓는 물에 데쳐 사용하면 불순물이 제거되며 떫은 맛도 덜하다. 호두를 활용한 인기 급식 메뉴로는 ▲호두, 아몬드, 땅콩, 호박씨와 간장, 설탕, 물, 올리고당을 넣고 졸이는 ‘견과류조림’ ▲호두를 끓는 물에 데쳐 볶은 후 크래미, 오이, 양파, 파프리카와 같이 섞어 레몬즙, 설탕, 소금을 넣어 버무린 ‘호두냉채’ ▲살짝 데친 단호박에 간장, 물엿, 맛술, 호두를 넣고 졸이다가 검은깨를 뿌려 볶은 ‘호두단호박조림’ 등이 있다. 하지만 호두는 견과류 중에서 단가가 높은 식재료 중 하나로 한 달에 2번 정도만 제공한다. 

▲ 병원급식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가장 편안한 시간이 되야 한다는게 이 원장의 철학이다.

일과 중 가장 편한 시간 ‘점심’
한편 88병원에서는 환자식 못잖게 환자의 진료를 책임지는 의료진과 직원 급식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원장은 “병원 근무는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이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신선한 식재료로 맛있고 영양 가득한 급식을 가장 편안하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88병원 직원식당은 아늑한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눈의 피로가 오지 않도록 조광을 낮추고 얇고 길쭉한 창문을 만들어 자연 조명이 들어오게 했다. 벽에는 큰 액자를 걸고 나무 화분으로 편안함을 더했다.

또한, 칠판에 병원의 기분 좋은 소식을 적어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야외 테라스와 연결, 급식 후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외에도 정수기 옆에는 유리 냉장고와 아이스크림 기계가 있다. 냉장고에는 과자, 음료수, 과일, 커피 등 여러 종류의 간식이 들어 있어 직원들이 식사 후 자유롭게 꺼내 후식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이 원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급식을 먹는 1시간은 직원들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이 돼야 한다”며 “작은 부분이지만 직원들이 직장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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