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중학교 이미정 영양교사
카페테리아
당시 ‘취직이 힘든 시기에 좋은 회사에 입사했으면 20대 후반의 나이에 결혼이나 하지 무슨 공부냐’는 주변의 걱정스러운 충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사하게도 대학원을 무사히 마치고 영양교사로 임용됐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다보니 하루하루가 이벤트 같다.
특히 본교에 처음 부임하던 해, 바쁘게 연간 식단 레시피 작업을 하는데 다소 소심해 보이는 한 여학생이 급식실로 찾아왔다. 그 학생은 망설이다가 소스에 김치를 넣어서 해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마침 생각하고 있던 메뉴가 있어 학생에게 식단에 반영해 보겠다고 답했다.
며칠 후 급식메뉴에 김치소스를 반영해 제공했다. 그 학생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급식실로 들어오더니 편지를 건넸다.
편지를 펼쳐보니 ‘김치소스가 급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친구들끼리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는 주제로 담소를 나누다가 김치소스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선생님께 한 번 얘기해 보겠다고 친구들에게 큰소리를 쳤거든요. 정말로 김치소스가 나와 오랜만에 친구들 앞에서 으쓱해졌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연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학생들에게 맛있는 급식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학생들과 원 없이 만날 수 있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 반짝반짝, 또랑또랑한 어린 학생들의 눈빛은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보는 것보다 훨씬 기쁨을 준다.
물론 위생적이고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는 게 영양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친다면 우리는 ‘교사’이길 포기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꼭 수업이 아니더라도 방과 후, 동아리 활동, 점심시간을 활용해 영양교사로서 임무를 다하고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교과목 교사들은 수업을 통해 지식으로 학생들과 소통한다면 영양교사는 음식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에 목말라 있는 학생들에게는 끊임없는 관심이라는 급식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필자는 오늘도 다짐해본다. ‘풍요로운 먹을거리 속에서 먹고 싶은 것 먹게 해주는 것보다 현명하게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좋은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가 돼야겠다’고 말이다.
저작권자 © 대한급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