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기환 연구위원
카페테리아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할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육류를 전략적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고자 정부관리 이슬람식 도축제도(AGSMS 제도)를 구축하고 육류 수출업체 가운데 83%는 할랄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브라질의 할랄 닭고기 수출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됐고 전체 닭고기 수출 실적 중에서 이슬람권인 중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도 농식품 수출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할랄식품 수출사업자를 대상으로 할랄인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할랄인증 취득에 필요한 비용과 할랄 식육처리시설을 정비할 경우 설비투자 사업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할랄시장 수출을 확대해 가는 동안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최근 들어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농식품 수출은 2005년 22억 달러에서 2011년 54억 달러로 2.4배 급증했지만 2012년 56억 달러, 2013년 57억 달러, 2014년 62억 달러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여기에 수출대상국이 과거에 비해 다양화됐으나 일본, 중국, 미국 등 한정돼 있어 특정 수출대상국의 경제적 상황 변화 시 수출이 여의치 않은 구조적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최근 지속된 대일본 수출 급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로 리스크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급부상 중인 할랄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할랄시장 개척은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할랄 전용 도축장이나 도계장이 없어 국내에서 할랄 육류를 조달해 수출할 수 없다. 또한 국내 할랄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유일하지만 심사에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할랄식품 산업의 인프라와 공급 기반이 우선으로 구축돼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향후 할랄시장이 농식품 수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판단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최근 마련했다. 할랄 도축장·도계장의 시설 개보수 또는 신축을 지원하고 할랄 원예수출전문단지도 지정할 계획이다. 또한 할랄 전문인력의 양성과 연구개발 등 국내 기반 정비를 위한 지원도 확대하고자 한다.
수출을 목표로 한 생산부터 가공, 최종 수출에 이르기까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할랄시장 만큼은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돼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이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한급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