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있는 남학생의 희망진로 1위는 산업체 급식관리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위탁급식 업체에서 남자 영양사(관리자, 지점장)로 근무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정유진 씨는 지난해 12월 ‘식품영양학전공 학생들의 전공만족도와 직업선택요인과의 관계’ 연구를 통해 식품영양학과 재학생의 희망진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전라북도 지역에 소재한 4년제 대학교 3학년 144명(39.5%), 4학년 221명(60.5%)으로 남자 52명(14.2%), 여자 313명(85.8%)이다.
실제 산업체 위탁급식소 취업 문 바늘구멍
특히 성별에 따른 희망진로 1순위를 분석한 결과 남자의 경우 산업체 급식관리자(영양사)가 총 52명 중 11명(21.2%)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푸드스타일리스트 ▲병원 임상영양사 ▲상담영양사(보건소 및 복지시설) ▲학교영양사 및 영양교사 ▲식품회사 ▲전공무관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자의 경우는 상담영양사(보건소 및 복지시설)가 총 313명 중 48명(18.5%)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학교 영양사 및 영양교사 ▲식품회사 ▲외식업체(산업체) 급식관리자 ▲병원 임상영양사 ▲식품관련연구원 ▲보건직공무원 ▲전공과 무관 ▲푸드스타일리스트 ▲대학원진학 순이다.
이와 같은 결과의 원인은 남녀 간 교과목 만족도가 다르게 나타나 희망진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된다. 식품학 관련 교과목에 남자가 여자에 비해 점수가 높게, 영양학 관련 교과목에서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식품학 관련 교과목에서의 실험이나 조리과목 쪽에 대한 선호도 역시 남학생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실험, 조리 과목보다는 이론 과목들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성차별 없다… 女면접자 많을 뿐”
그러나 실제로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산업체 영양사로 취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산업체 위탁급식에서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는 남자 직원은 ▲아워홈 34명(전체 1300명) ▲삼성웰스토리 14명(전체 800명) ▲CJ프레시웨이 2명(전체 500명)이며 현대그린푸드와 후니드의 남자 영양사 채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자 영양사 채용이 낮은 이유에 대해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영양사를 채용할 때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고 직무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중점 둔다”며 “영양사 면접 대상자에 남자가 눈에 띄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 역시 “영양사뿐만 아니라 취업 시 성차별은 취업 규칙에 위반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며 “면접에 응시하는 여성률이 훨씬 높아 취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男, 조리사 소통 원활·체력 등 장점 많아
그러나 업체들은 남자 영양사의 근무에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했다.
후니드 관계자는 “개인적 사정으로 입사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남자 영양사 2명을 최종 합격 통보한 바 있다”며 “남자 영양사의 경우 조리사와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건설 현장 등 급식소의 이용객을 상대하기 좀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로지텍 부천사업장을 총괄하고 있는 삼성웰스토리 김청진 영양사는 “남성으로서 희소가치가 있다는 점 등 직업에 만족한다”며 “대학시절 여자 동기들과 지내면서 여성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 사업장에서 일할 때 조리사(원)들과 좀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가며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더 이상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특정 직업을 갖는다는 사고는 버릴 때라고 생각한다. 강점이 될 만한 부분은 집중적으로 개발해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남자 영양사는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