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인증 '우수 어린이집' 알고보니 '식품위생법 위반'
평가인증 '우수 어린이집' 알고보니 '식품위생법 위반'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5.10.0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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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 의원, 기준 미달되는 아동학대 어린이집, 우수 어린이집처럼 포장되었다
▲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 평가인증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231곳의 어린이집은 법 위반 사항이 평가인증에 반영되지 않았다.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어린이집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총9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324건 ▲2012년 183건 ▲2013년 243건 ▲2014년 115건 ▲2015년(6월까지) 97건 적발됐으며 위반유형별로는 ▲보존식미보관 179건(18.6%) ▲유통기한경과제품 보관 171건(17.8%) ▲기타 159건(16.5%) ▲건강진단미필158건(16.4%) ▲위생교육미필 152건(15.8%) ▲무신고영업 111건(11.5%) ▲수질관련 22건(2.3%) ▲조리기구 등 대장균검출 8건(0.8%) ▲조리기구 식중독균검출 및 식중독발생 2건(0.2%) 등으로 나타났다.

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가운데 평가인증(2013-2014년)을 받은 곳은 총 235곳이다. 이 중 4곳을 제외한 231곳의 식품위생법 위반내용이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 어린이집 평가인증 기준에 따르면 식품위생법 관련 위반사항 발생 시 건당 2점을 감점해야한다. 하지만 한국보육진흥원이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으로 평가인증 시 감점을 적용한 내역(2013~2014년)을 살펴보면 단 12건에 그쳤다.

감점처리 했어야할 231건의 사례가 누락된 것으로 의심된다. 또한 평가인증에 반영된 12건의 사례 중 8건은 식약처 제출 자료에서 누락되어 있었다. 식약처의 관리감독 부실이거나 ‘억울한 감점’사례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평가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2011년과 2012년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어린이집에 대해 전혀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재근 의원실에서 해당 자료의 제출을 재차 요구했으나 진흥원은 “2012년 이전에는 전산상 필수 첨부 자료로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시 지자체 담당자에게 별도로 요청하여 처리해야 했다”는 답변만 제출했다.

또한 2015년부터는 평가인증 시 반영했던‘식품위생법 관련 위반사항’항목이 아예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인증 기준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규제완화’를 함으로써 ‘불량 먹거리’로 적발된 어린이집이 합법적으로 평가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한편 이외에도 아동학대가 발생한 138곳의 어린이집이 90점 이상의 평가인증 점수를 받아 우수 어린이집처럼 포장되기도 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2015년6월까지) 보육교직원의 아동학대 건수, 즉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례 수는 총 822건으로 ▲2012년 101건 ▲2013년 195건 ▲2014년 285건 ▲2015년 6월 241건으로 조사됐다.

빈도별로 살펴보면 어린이집 1개소당 적게는 1건에서 많게는 32건까지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총 189곳으로 64%를 차지했으며 2건은 43곳으로 15%, 3건 이상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66곳으로 21%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의 평가인증점수는 평균 91점으로, 평가인증을 받은 221곳 중 138곳의 어린이집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어린이집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63곳의 어린이집 또한 대부분이 80점대 후반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이 추후에 다시 적발돼 중복 발생한 경우는 총 2곳으로 확인됐다. 모두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으로 최고 96점을 기록했다. 또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고 아동학대도 발생한 어린이집은 1곳으로 최고 95.76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재근 의원은“지난 2월 인천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례로 많은 엄마들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더욱 충격이었던 건 해당 어린이집이 높은 평가인증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평가인증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고 언급하며 “아이들을 믿고 맡겨야 할 어린이집에서 수백 건의 아동학대와 불량 먹을거리 등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부 불량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이란 품질보증제도 뒤에 숨어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부와 보육진흥원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즉각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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