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급식,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다가가기
어린이급식,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다가가기
  • 편집팀
  • 승인 2015.10.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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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주나미(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 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주나미 센터장
대부분 아이들은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단 과자를 좋아하고 채소를 싫어한다. 반면 부모들은 채소를 먹이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이지 않고 싶어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사수하려는 아이와 골고루 건강하게 먹이려는 엄마의 바람은 늘 충돌을 일으키고 급기야 식사시간이나 간식시간에 작은 전쟁을 가져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특정한 음식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식습관 형태를 우리는 ‘편식’이라고 부른다. 아동 편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다수 편식 아동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원인은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경험 부족이다.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네오포비아(Neophobia)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낯선 음식에 대한 공포감, 음식 네오포비아는 경험해 보지 못한 특정 음식의 맛, 냄새, 감촉, 모양 등에 예민하게 반응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특정 음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의 편식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받아들이기 쉬운 음식의 형태부터 시작해 점차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야 한다. 푸드브리지(Food Bridge) 방법을 이용해 접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푸드브리지'란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출시키는 것이다. 노출의 정도를 달리해 단계별로 진행되며 처음에는 5%~10%, 나중에는 90% 이상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시금치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첫 단계에 시금치꽃다발을 만들어보면서 시금치를 만지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단계에서는 채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이 채소와 친해질 수 있도록 요리를 놀이처럼 함께 진행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원래 채소가 가진 형태를 완전히 없애 음식에 포함시켜 거부감을 줄이고 모양이나 색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간접 노출단계다. 예를 들면 시금치 즙이 들어간 반죽으로 시금치 크래커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소극적 노출단계로 아이가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다른 재료와 섞어 제공하는 단계다. 이때 아이가 싫어하는 채소를 5%, 10%, 15%로 조금씩 늘려간다. 단 주의할 점은 아이가 잘 먹는다고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잘 먹는다고 갑자기 양을 늘리면 채소 맛이 강해 다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시금치 크로켓, 시금치꼬마김밥 등을 만들어 보면 좋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적극적 노출단계로 채소 본연의 맛을 느끼도록 하는 단계다. 아이가 앞의 세 단계를 모두 잘 먹으면 마지막으로 다른 재료와 섞이지 않은 음식을 제공한다. 셰이크나 셔벗 등의 형태로 제공하거나 생으로 된 채소를 먹이도록 한다. 시금치의 경우 시금치피자, 시금치나물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이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신호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마음이 돼 새로운 음식이 공포가 아니었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고 어떻게 이 음식과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오래 참고 기다리면서 꾸준히 이 음식을 제공해주는 것, 이것이 아이의 식습관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의 태도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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