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 ‘심각’ … 학교급식 사령탑 ‘흔들’
업무 스트레스 ‘심각’ … 학교급식 사령탑 ‘흔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1.08 14: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힘든 점 ‘과다한 행정업무’ 만족도는 ‘보통’

학교급식 영양(교)사님! 2015년 안녕하셨나요? 크고 작은 이슈가 유난히 많았던 지난 2015년 학교급식 현장은 무르익을 때까지 무르익은 감처럼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황과 흡사하게 돌아갔다.

급식비리 사건으로 인해 확산된 학교급식 현장 실무자들의 사기저하, 학교급식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심이 낳은 행정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비전문가들의 학교급식 현장 개입으로 받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 전국 시·도별 다른 무상급식 정책으로 인한 급식운영의 혼란, 여전히 상존하는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까지…

2016년 새해를 맞아 학교급식의 실질적인 사령탑인 영양교사와 영양사들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 ■ 설문개요
  • 진 행:대한급식신문사
  • 대 상:전국 학교 영양교사, 영양사(무작위)
  • 참 여:영양교사(117명), 영양사(122명)
  • 기 간:2015년 12월 28일~31일
  • 방 법:직접 전화 또는 메일 회신

본지는 단체급식의 대표격인 학교급식이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는 반면, 실질적인 운영의 핵심인 영양(교)사들의 심리적 상실은 클 것이라 판단하고 신년호 기획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단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처우가 다른 현실을 감안해 각기 다른 설문 조사지를 배포해 진행했다. 집계결과 실제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양(교)사라는 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영양교사는 ‘아주 많다(40%)’‘많은 편이다(47%)’로 87%가, 영양사는 ‘아주 많다(30%)’‘많은 편이다(34%)’로 64%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 모두 과반을 훌쩍 넘는 수치로 무상급식을 제공받고 평생 식습관의 기초를 다지게 된 학생들의 혜택과 대조적으로 급식운영의 사령탑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만족감 또한 평균 수준이었다. 영양교사, 영양사 모두 만족감에 대해 ‘보통이다’가 각 46%, 3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양교사는 ‘아주 많다(11%)’‘많은 편이다(26%)’, 영양사는 ‘아주 많다(8%)’‘많은 편이다(36%)’로 영양사보다 오히려 영양교사가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답변에서도 영양교사가 영양사보다 23% 더 높게 나온 것과 상관있어 보인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높은 편이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 모두 ‘아주 많다’는 11%로 동일했고 그 수치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편이다’가 영양교사 39%, 영양사 46%로 체면을 살려줘 설문조사 대상의 절반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보통이다’도 각각 46%, 33%로 그리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단 이 항목에서도 영양교사보다 영양사가 자부심을 더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작년 한 해 영양교사와 영양사를 가장 힘들게 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영양교사와 영양사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1위가 행정업무 소화, 2위 다양한 급식운영 요구, 3위 학교조직 내 인간관계, 4위 식단구성, 5위 기타 순이었다. 한편 영양(교)사가 뽑은 작년 학교급식의 가장 큰 이슈는 공통으로 ‘급식비리 사건’이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적지 않은 영양(교)사들이 “일부 학교의 사건으로 모든 영양(교)사들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간곡하게 적혀있었다. 충북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 스스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학교 관계자 및 학부모들이 영양(교)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인식과 안목도 분명 필요하다”며 쓴 소리를 남겼다.

전남의 한 영양사는 “영양사라는 직업이 아직도 식단이나 작성하고 밥 짓는 직업인줄 아는 경향이 있다”며 영양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경북의 한 영양사는 “학교 영양사는 마치 공공의 적 같은 느낌을 언제나 받는다”라며 실제 자신이 영양사라고 말하기에 눈치가 봐지는 정도라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다시 이 직업 선택’ 영양교사 16% vs 영양사 44%

본지는 고심 끝에 ‘직업으로 인한 심리 및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교급식 현장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왔다’는 다소 과장된 듯한 말들도 돌고 있는 현재의 학교급식에 몸담고 있는 영양(교)사의 심리상태과 정신건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 사회적으로 직장인들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적 질환 및 상담이 흔하기 때문에 학교 영양(교)사도 일반 직장인의 범주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결과는 영양교사, 영양사 모두 압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영양교사(96%)가 영양사(84%)보다 정신상담을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항목에 대한 결과는 앞선 설문 항목 2가지(업무 만족도, 자부심)에서도 영양교사가 영양사보다 전체적으로 더 낮은 수치를 보인 것과 연결해 해석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시 직업을 가진다면, 학교 영양(교)사를 선택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한 결과가 나왔다. 영양교사와 영양사 모두 절반 이상이 ‘아니오’에 손을 들었다.

다만 영양교사는 84%가 다시 영양교사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영양사는 56%가 영양사를 하지 않겠다고 답해 그 수치에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렇듯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상황에서 2016년을 맞이하는 영양(교)사들의 계획은 무엇일까? 설문을 진행한 작년 12월 말, ‘2016년 영양(교)사로서 발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가’라는 질문에 영양교사, 영양사 모두 75%가 ‘예’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영양교사는 ‘실무관련 정보수집 및 스터디(45%)’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 커뮤니케이션 및 리더십 능력 향상(19%), 관련 학업 진학(14%), 기타(12%), 관련 자격증 취득(10%) 순이었다. 영양사는 영양교사와 마찬가지로 ‘실무관련 정보수집 및 스터디(38%)’가 가장 높았다.

단 영양교사와 달리 영양교사 임용고시 준비가 20%로 그 다음을 이었다. 관련 자격증 취득(17%), 관련 학업 진학(13%), 기타(12%)는 영양교사와 비슷했다. 한편 2016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영양(교)사들은 25%정도로 그 이유는 ‘업무 과부하로 시간이 없을 것 같다’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결과는 2위의 이유이다. 영양교사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13%)’였지만 영양사는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20%)’라고 답했다. 영양사들이 느끼는 영양교사와의 차별은 실제 의욕상실로 이어져 업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2016년, 웃어보세요. 그래도 이 일을 사랑하니까… 편집국에서

이번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전국 1만2천여 개가 넘는 학교 전체를 진행하지 못한 한계로 인해 그 결과에 대해 다른 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특히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절대적 비교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급식 운영의 실질적인 핵심인 영양교사와 영양사 마음 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상급식’이라는 키워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그 때가 언제였나는 듯 2016년을 살고 있는 오늘. 많은 이들이 학교급식을 교육급식이라고 칭하는데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그 중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좀 더 성숙한 학교급식, 변화와 발전이 있는 학교급식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심초사하는 영양(교)사들의 안부를 물어야 할 때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논리가 이제는 학교급식에 적용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아이들은 급식으로 웃는데 급식 때문에 눈물 흘리는 영양(교)사가 있다면 분명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올 한 해 영양(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은 높지만 ‘모든 것이 다 네 탓’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학교급식에 대해 서운해 하고 마음 다치는 영양(교)사가 없길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진숙 2016-04-26 16:35:21
기 간:2015년 12월 28일~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