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1890년대 영국에서 막 독립한 미국이 관세법을 제정하면서 과일과 채소의 기준을 정할 때 토마토를 채소로 분류했다.
당시 미국의 관세법에는 채소에만 관세가 붙기 때문에 과일을 수입하던 업자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대법원은 토마토를 조리해서 먹기 때문에 과일이 아닌 채소라고 판결했다.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은 과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점에서 볼 때 토마토는 과일이다.
파스타 등에 토마토를 사용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요리하지 않고 날 것으로 먹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일과 채소는 어떻게 분류할까.
혹은 과채류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과일과 채소를 합쳐서 부르는 말일까? 딸기와 참외, 수박도 요리하지 않고 먹는데 이것도 과일일까?
◆원예학의 분류법에 따라 분류
농업에서 농산물을 분류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원예학의 분류법을 따르기에 식물학에서의 분류와는 다르다.
농업은 크게 쌀, 보리 등을 재배한 식량산업, 과일과 채소, 꽃을 주로 하는 원예산업, 소, 닭, 돼지 등을 키우는 축산업과 버섯, 인삼, 담배 등을 재배하는 특용산업으로 분류한다.
쌀 등 식량과 고기를 제외한 농산물은 원예작물에 속하기 때문에 원예학의 분류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앞서 말했듯이 요리해서 먹으면 채소, 요리과정 없이 그냥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으면 과일로 알고 있지만 원예학에서는 다르다.
채소와 과일은 나무와 풀로 구별된다. 목본류(나무)에 맺힌 열매를 과일로 분류하고 초본류의 열매, 줄기, 잎 등은 채소로 분류한다.
원예학에서는 먹는 부위에 따라 나무에 맺힌 열매를 먹으면 과실류(과일류), 채소에 맺힌 열매를 먹으면 과채류(즉 채소의 과일이라는 뜻), 잎과 줄기를 먹으면 엽경채류, 지하에 있는 뿌리를 먹으면 근채류이다.
브로콜리 등 서양에서 최근에 들어온 채소를 양채류라고 부른다. 과실류는 인과류, 핵과류 등으로 더 복잡하게 나뉘지만 한국에서는 생산량이 많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 단감 등을 6대 과일이라고 하고 여기에 자두, 앵두, 매실 등이 과일에 속한다. 최근에 수입이 늘고 있는 체리, 블루베리도 과일이다.
◆과채류, 가장 헷갈려
우리가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분류는 과채류다. 나무가 아닌 넝쿨이나 다년생 풀에 맺힌 열매로 토마토, 딸기, 고추, 참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채류는 다시 박과, 가지과로 나뉘는데 박과에는 오이, 호박, 참외, 수박이 포함된다.
가지과에는 토마토, 가지, 고추, 담배가 있다. 딸기와 옥수수는 과채류에서도 기타로 분류된다. 가지과에 속하는 고추는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이다.
고추는 흔히 붉은 색을 띤 홍고추와 풋고추만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고추의 범위에는 피망, 파프리카 등도 포함된다. 피망과 파프리카는 농업계 전문용어로 단고추 또는 착색단고추라고 불린다.
파프리카(paprika)란 말은 어원이 희랍어로, 유럽에서는 모든 고추를 통칭하고 있고 한국원예학회에서 발간한 원예학 용어집에는 단고추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운맛이 없는 Bell Type의 고추(단고추)를 파프리카라고 부른다. 여기에 초록색이 아닌 노랑, 빨강, 주황색의 파프리카를 색이 입혀졌다고 해서 착색단고추라고 해석한다.
피망과 파프리카는 이름만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종이다. 풀의 잎 또는 줄기를 먹는 채소인 엽경채류에는 잎을 먹는 배추, 양배추, 시금치, 상추 등이 있으며 아스파라거스, 죽순 등은 줄기를 먹어 경채류로 분류된다.
여기서 경(莖)자는 한문으로 줄기라는 뜻이다. 비늘줄기라고 해석이 되는 인경채류도 엽경채류에 속한다. 인경채류는 잎이 생선의 비늘처럼 변형된 형태의 채소로 대표적인 것이 양파, 마늘, 파, 달래가 있다.
양파가 하나씩 벗겨지는 것은 잎이 비늘처럼 변형돼 모여 있기 때문이다. 쭣감자는 뿌리가 아니라, 줄기 사람들은 잎과 줄기, 열매만 먹는 것이 아니라 뿌리도 먹는다.
근채류는 뿌리의 모양에 따라 길게 뻗은 직근류와 둥글게 뭉쳐진 괴근류로 나눈다. 직근류는 무와 당근, 우엉 등이 있고 괴근류에는 고구마, 마가 있다. 땅 속에 있다고 해서 다 뿌리는 아니다.
우리가 애용하는 감자는 뿌리가 아니라 줄기에 영양성분이 저장돼 있는 형태이다. 즉 감자는 줄기다. 근채류 중에서 땅 속에 줄기를 뻗어 영양분을 저장하는 채소는 괴경류와 근경류로 나눈다.
괴경류는 둥근 모양의 감자, 토란이 해당하고 근경류는 생강, 연근, 고추냉이가 있다.
감자는 가지과에도 속하는 특이한 작물로 같은 가지과인 토마토와 감자를 접붙여 땅 위로는 토마토를 맺게 하고 땅 속으로는 감자가 열리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상용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감토라고 줄여서 부르고 외국에서는 방울토마토와 감자를 접붙인 톰테이도라는 작물을 실제로 재배하고 있다. 원예학 분류가 아닌 식물학적 분류로 보면 재미있는 채소와 과일이 있다.
파, 양파, 마늘, 부추는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모두 같은 백합과이며 감자, 가지, 토마토, 고추, 담배는 가지과로 분류되고 배추, 브로콜리는 십자화과로 같은 계열이며 양배추와 배추의 야생교잡종이 유채꽃이다. 하나 더 사과는 장미과에 속한다.
원예학은 말 그대로 학문이기에 우리의 실생활에서 분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농업계에서 쓰이는 말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원예학 분류를 따를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쓰는 말이 가장 대중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