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맡겼더니 소식과 편식이 없어졌어요”
“아이에게 맡겼더니 소식과 편식이 없어졌어요”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6.01.2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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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식한 음식에 대한 책임감느껴 교육통해 음식선택-섭취량 결정 능력키워

금천구 구립옥계어린이집의 ‘자율배식’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자율배식을 하고 있는 서울시 금천구에 소재한 옥계어린이집의 점심시간. 배식대에 교사가 앉아 있고 아이들은 교사의 호명에 따라 나와 줄을 선다. 여기까지는 어느 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식기에 밥과 반찬을 담는 것은 교사가 아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음식물을 흘릴까 나름 조심하면서 반찬을 담는 것이 꽤 익숙해 보인다. 밥과 반찬을 담은 아이들은 자기의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른바 어린이집 자율배식의 모습이다.

자율배식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 반찬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에 대해 옥계어린이집 유미옥 원장은 오히려 자율배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급식시간에 소식하거나 편식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고,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려다보면 때때로 아동학대라는 지적도 받는다”고 유 원장은 말한다.

유 원장은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가 금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금천센터)에서 하는 자율배식프로그램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교사들의 반대가 많았다. 게다가 자율배식에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도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아이들이 소식하거나 편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사들은 음식물을 흘리거나 배식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식과 편식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먹지 않고 버티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자율배식을 도입한 뒤로는 그런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유 원장은 설명했다.

“자율배식은 아이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해 싫어하던 음식도 거부하지 않고 남김없이 먹게 되고, 교사가 급식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기는 음식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율배식을 하면서 교사는 아이들이 음식을 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실제 한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배식대 앞에 있는 교사에게 말하자 교사는 아이가 평소보다 적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율배식을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유 원장은 “자율급식 첫날 아무 교육도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가져가라고 하니 유아들이 밥과 반찬을 너무 적게 가져가는 바람에 잔반이 엄청 많이 남아 교사들은 물론 조리실에서도 당황하기도 했다”고 도입 초기의 해프닝을 털어놨다. 둘째날부터 오히려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 옥계어린이집 만 5세반 아이들이 자율배식을 위해 줄을 선 모습


자율배식이므로 더 많이 가져가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전날 너무 적게 먹어 배가 고팠는지 평소보다 더 많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스스로 먹는 양을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율배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까지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옥계어린이집은 자율배식 도입을 위해 금천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금천센터의 외부교육과 어린이집 자체의 내부교육을 통해 유아는 배식도구를 사용해 1회 배식량을 알게 하고 적절하게 배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하도록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교육한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학부모에게 배부해 교육 내용을 함께 공유하도록 했다. 정보 공유는 학부모들의 생각도 바꿨다. 도입 초기에는 자율배식에 반대하던 부모들도 입장을 바꿔 자율배식에 찬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 원장은 “동의하지 않는 아이들은 기존대로 교사배식을 했으나 2~3일이 지나자 자율배식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러웠는지 집에 가서 자율배식을 하고 싶다고 말해 만 3~5세의 전체 유아들이 자율배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계어린이집은 자율배식 실행을 위해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배식대를 낮추고 어린이용 국자 등을 갖추는 등 자율배식 환경을 마련하고 편식하지 않고 적정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이루어졌다.


유 원장은 “유아의 성장발달정도에 따라 섭취량이 다르고 식욕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교사가 일률적으로 배식양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 스스로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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