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급식은 입시교육 부산물... 영양(교)사ㆍ학생 모두 피해"
"저녁급식은 입시교육 부산물... 영양(교)사ㆍ학생 모두 피해"
  • 김인규 기자
  • 승인 2016.02.2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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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저녁급식 폐지" 주장 동화초 정명옥 영양교사

-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고교 저녁급식 폐지’를 주장했는데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입시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교육현실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을 고착시키는데 저녁급식 운영이 일정 정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또 저녁급식을 하는 동료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담당자의 고충은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녁급식은 교육적,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단순히 경제논리에 의해 시작됐다고 본다.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의 사례로 학교 위탁저녁급식을 들었다. 학교에서의 위탁급식 문제는 무엇인가.

학교급식을 중심에 두고 학생이나 학부모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정치가들은 선거용으로 이용하며, 행정 관료들은 성과주의로 접근한다. 급식담당자인 영양(교)사 집단은 직업영역의 확대로 여길 수 있으며 농민을 포함해 식품 등을 생산, 가공, 유통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학교급식의 방향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급식을 교육의 관점에서 풀어내려는 단위는 아직 우리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간다’고 표현한 것이다.

위탁급식은 본질적으로 급식운영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한다. 급식운영에 있어서 경상비(운영비, 인건비)를 제외하면 식품비가 남는데, 그래서 식품비와 기업의 이익은 상호 배타적이다. 시소와 같은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윤을 고정으로 묶어두면 식품비가 낮아지거나 경상비 그중에서도 특히 인건비를 낮추어야 한다. 식품비를 낮추면 급식의 질이 담보되지 못하며, 그렇다고 인건비를 절감하면 노동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 저녁급식 준비 시 위생문제와 열악한 노동환경도 지적했다.

특별한 경우를 일반화 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급식현장에는 급식시설이나 설비가 위생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식수인원과 조리장의 규모가 맞지 않는 것, 작업 동선의 구조가 비효율적인 것 등(이는 고등학교에 국한 된 문제는 아니다.)과 특히 노동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노동의 적정인력 산출 기준은 급식인원인데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섭취량은 두 배가 넘는다.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초등과 고등의 노동 강도(노동량)는 두 배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완벽한 위생적인 관리에는 당연히 작업량 증가가 따르는데 이를 충당할 인력은 오히려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보통 점심급식이 끝나고 조리원이 휴식하고 있는 시간에 저녁급식을 위한 식품이 반입된다. 이 식품은 대부분 빈 공간에 방치되고, 다시 그 옆에서 세척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세척작업에는 세제와 약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런 세척 용수가 묻어 식품이 오염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들로부터 일주일 에 4시간 이상 일한다든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노동문제는 요즘 조리원의 노동조합의 가입이 늘고 있고 노조활동도 활발해 노동자 중심의 급식이 요구됨에 따라 학교마다 크고 작은 노동분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데 중간관리자인 영양(교)사도 노동자이지만 조리원과의 입장 차이 때문에 마치 사용자(협상대상자)가 돼 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점심급식에 한정돼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중재안도 어렵지 않게 모색할 수 있지만 저녁급식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 조사 등 모든 업무에 있어서 별도의 운영체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담당자인 영양(교)사에게 어려움이 많다.

이에 경기도의 경우 경력이 있는 자는 고등을 전혀 지원하지 않으며 원치 않게 고등학교에 배치되면 1년 만에 이동하는 등 영양(교)사나 조리원의 이직율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실무자들의 잦은 변동으로 인해 노동환경은 더욱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 정크푸드나 가공품을 사용한 식단을 어느 정도로 많이 사용하며 이런 식단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열량만 높은 일품요리, 예를 들면 자장면이나 우동, 햄버거 등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제공되고 있으며 가공품은 이틀에 한번 정도 제공된다. 소스도 수입원료로 만든 완제품을 구입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가공품이 냉동 어육류가공품 등이므로 육류 등 단백질은 과잉 공급이 우려된다. 가공식품은 그 원료가 거의 수입이며 이 가운데는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GMO도 포함돼 있다.

- 저녁급식을 없애면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교 밖에서 먹고 들어와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상당할텐데.

나는 당장이라도 야간자율학습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간자율학습이란 ‘입시위주의 학습’이 전제된 제도이다. 현재 고등학교의 입시위주교육은 근본적으로 죽은 교육이다. 따라서 야간자율학습은 절대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자는 것은 아니다. 혹시 늦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자 하는 학생을 위해 점심급식 후 남은 음식을 자율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자율식당(스스로 챙겨 먹고 세척과 정리정돈을 하는 것)으로 운영하는 것도 일석이조의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 현행대로 저녁급식을 유지하면서 식단의 질과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녁급식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노동 강도를 고려한 영양(교)사 및 조리인력의 산정을 현실화해야 한다.(경기도는 2, 3식 학교에 영양교사 추가배치도 추진하는 걸로 안다) 급식인원 기준의 단순한 적용이 아니라 식품소비량을 반영하고, 배식형태에 따른 작업조건을 고려하며 작업공간의 면적 등도 인력산정의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녁급식은 점심급식을 운영하는데 조금 얹혀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점심급식은 전체급식이지만, 저녁급식은 희망자 중심이기 때문에 체제가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 명확히 구분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운영담당자(영양)의 업무량도 두 배 이상이다. 이것은 조리인력과 다른 점이다. 물론 조리인력 또한 물리적인 노동량과 노동 강도를 산출해서 증원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증가에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고 그 예산이란 인건비뿐만 아니라 그 인력에 따른 소모성 경비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요구된다.

급식의 질이란 단순히 식품비의 증가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식품비 못지않게 노동조건의 개선도 급식의 질을 죄우한다. 급식의 질은 급식노동 현장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먹을거리가 아니라 ‘왜 먹는가’부터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나눌까 등 생명과 나눔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경기도 초등 영양교사 약 64%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나의 경우 학생들에게 학교급식의 ‘목적’을 묻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학생들은 어른보다 오히려 더욱 철학할 준비가 잘 되어있다. 식단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이를 급식시간에 실제 음식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수업을 통해 학교급식 체계를 이해하고 급식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면 그 관심의 방향을 ‘생명’으로 향하도록 유도한다. 왜냐하면 음식이란 다른 생명체의 희생으로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어사전에 없는 합성어인 ‘음식물쓰레기’라는 낱말의 잘못된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나눔’을 생각하도록 수업을 전개해 나간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피상적이 아닌) 구체적으로 ‘관계맺음’으로써 가능하다.

- 끝으로 선생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영양(교)사들에게 전하는 말은.

우리나라 영양(교)사는 명백히 사회적 약자다. 교직사회에서는 물론이고 노동자 사회와 국민에게도 많이 소외돼 있는 듯하다. 학교급식 안팎의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양(교)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의 가치판단을 위해서는 철학과 원칙을 가져야 한다. 학교급식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말고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는 성찰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연대하며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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