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0원 “이 가격에 이 맛, 어디에도 없다”
단돈 1000원 “이 가격에 이 맛, 어디에도 없다”
  • 김인규 기자
  • 승인 2016.04.0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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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00원 석식’ 현장

5시 배식 시작되자 학생들 우르르… 저녁만 2천식 넘어

학생 “가격·맛 만족”… 외국인 학생 “믿기 힘든 가격”

총장도 일주일에 2∼3번씩 학생회관서 식사… 관심 많아

1000원 저녁만 年 2억5천만원 적자 “점심은 계획없어” 

 

 

 

 

지난해 6월 서울대가 깜짝 놀랄 소식을 발표했다. 바로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것. 1000원의 아침식사를 시행하자 아침을 챙겨먹는 학생들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생들이 ‘1000원 아침’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자 서울대는 급기야 올해 3월부터 ‘1000원 저녁’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해 또 한 번 놀래켰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회관 1000원의 아침식사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며 “학업 및 연구로 인해 학교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 부담없는 식사를 제공해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인재 양성을 위한 서울대학교의 사회적 책무 및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000원 학식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1000원 저녁’ 현장을 찾아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을 찾은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10분. 저녁 배식을 시작한지 10분밖에 안됐는데 500석이 약간 안되는 식당은 빈자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거의 꽉 차있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현재 서울대는 학생회관 식당에서 저녁식사 중 B코스에 한해 1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학생회관 구내식당은 영양사 2명, 조리원 46명, 판매원 1명 등 총 47명이 1일 평균 점심 식수 4000식, 저녁 식수 2000식을 담당하고 있다.

학생회관 이옥경 영양사는 “1000원 저녁을 시작한 이후 이용하는 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학교 내 식당 중 저녁식수로는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저녁 메뉴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이 나와 더 많이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저녁 식수는 학생회관이 가장 많고 3식당이 1200식수, 다른 식당은 1000식수 정도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회관 저녁 B코스를 제외한 다른 식당 저녁은 2500∼4000원 수준이다.

학생들이 1000원 저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이 영양사는 “식당이 이렇게 북적이고 길게 줄 서 있는 거 보면 아시잖아요?”라며 웃었다.

실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친구들과 줄을 서 있던 한 학생은 “1000원 저녁을 시작한 후 학생회관 식당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5시 이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000원 저녁’을 먹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도 곳곳에서 많이 눈에 띄었다.

캐나다에서 온 남자 학생은 “1달러짜리 식사를 제공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집에서 직접 해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 학생회관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며 “캐나다에 돌아가 학교에서 1달러 짜리 식사를 먹었다고 하면 친구들이 믿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온 한 여학생은 “서울은 물가가 비싸 생활비가 많이 드는데 1000원 저녁 덕분에 밥값이 많이 절약된다”며 “양념이 강하지 않아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과 맛은 아주 만족하는데 1000원 저녁이 B코스만 해당 되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1000원 저녁에 대부분 만족해 웃지만 학교 측은 고민이 많다.

서울대는 직영식당 7곳과 위탁 4곳을 운영하는데 직영에서만 연간 10억원 정도 적자가 나고 있다. 직영 적자는 매점 운영금 등으로 간신히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학교 측은 1000원 저녁에서 연간 2억5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이는 학교발전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학생처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질 좋은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선한 인재 장학복지제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혹시 1000원 점심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학생처 관계자는 “1000원 아침과 저녁을 제공하는데도 적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학생회관 식당이 규모가 작고 조리인원도 부족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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