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작업환경,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조리실 작업환경,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 서윤주 충북 봉덕초등학교 조리사
  • 승인 2016.05.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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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주 조리사
‘학교급식 조리사’란 직업을 가지게 된 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눈앞에 떨어진 내 일 처리하기도 바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를 이런 모습으로 단련시켜 준 것은 바로 현장에 동료인 영양(교)사와 공무직 조리사들이었다.

현장 경력도 전혀 없이 그저 시험을 통해 발령장 하나 달랑 들고 나타난 신출내기 조리사가 반가울 리 없었을 텐데 당시 여사님(그때는 그렇게 부름)들은 싫은 내색 없이 향후 내가 접해야할 상황들과 당시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셨다.

이동하는 학교마다 새로운 동료들로부터 보고 듣는 것들 중 나쁜 점은 버리고 좋은 점은 익히는… 일터가 곧 학원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중 어쩌면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바쁘게 함께 움직이는 영양교사, 공무직 영양사. 공무원 조리사. 공무직 조리사 등 급식실 식구들 사이에서는 각자 소속에 따라 미묘한 갈등에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한된 시간 내 완성해야하는 공통된 목적아래 또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학교급식은 물적,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안전과 위생을 위한 장치는 이중, 삼중으로 늘어난 데 반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 대한 환경 개선은 아직 소홀하다. 노후된 공조기의 흡기 불량으로 인한 오염된 공기 그리고 강화된 위생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사용하는 소독액과 세제들이 뿜어내는 약품냄새 속에 일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한 세제를 쓰면서도 ‘MSDS’라는 물질안전보건 자료만 갖춰 놓으면 되고, 내뿜는 열기가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을 위한 안전마스크를 쓰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것들이다. 아니, 어쩌면 그나마 우리에게 관심을 돌렸다는 그 자체에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걸까?

이외에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 있다. 학교의 모든 기구는 ‘소모 연한’이 있어 현장에 맞는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혹, 잘못된 기구를 선택하더라도 ‘소모 연한’이 지나야 폐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위생과 시설기준은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도록 먹는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음식은 기계의 도움을 일부 받을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조리실만큼은 작업자를 고려해 시설과 환경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소속에 따른 요구조건이 달라 서로 개별 교섭하느라 적극적인 요구를 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노후된 기계는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늘어나고 있는 고령화된 인력은 그럴 수 도 없다. 흔히 나이가 들면 없던 질병도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급식실 동료들에게서 암 발생 빈도가 높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더 이상 예산이나 위생에 밀려 우리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소속을 떠나 다함께 조리실 작업환경 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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