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이벤트보다 기본에 충실한 맛 유지
화려한 이벤트보다 기본에 충실한 맛 유지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2.21 15: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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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위생관리·차별화된 서비스 장점 … 10년째 HACCP 유지

서울서부지방법원 구내식당은 국내 단체급식소 최초로 2000년 11월 20일 HACCP 지정을 받은 곳이다. 서부지법과 같은 날에 HACCP 지정을 받은 업체가 10곳이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곳은 4곳밖에 안 된다. 위생적인 단체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서부지법 급식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3일 찾아간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구내식당은 HACCP 지정 업소답게 바닥부터 먼지 하나 보이지 않고깨끗했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닌, 정갈한 분위기의 식당은 엄숙한 법원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마포구에 위치한 서부지법은 마포구, 용산구, 서대문구, 은평구 4개 구를 관할하고 있는 법원이다. 이곳 지하 1층에 있는 구내식당은 하루 평균 식수가 약 500명으로 매일 북적인다. 법원 내부 직원은 물론 판사들까지 이곳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서부지법 단체급식소는 국내 단체급식소 최초로 2000년 11월 HACCP 지정을 받은 뒤로,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HACCP 지정을 최초로 받은 것도 어려운 일인데, 10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1995년 12월부터 서부지법 위탁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이조케터링(주)은 현재 HACCP 인증 업소를 2개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법원 관련 위탁급식을 12곳 운영하고 있으며, 대법원 위탁급식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 기본에 충실, 보수적인 입맛 맞춰

서부지법에서는 하루 15~20명의 판사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일반 직원과 식단 메뉴는 동일하지만, 서비스의 차별화를 두어 판사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서부지법 식당은 일반인 식당과 간부 식당으로 나뉘어 있다. 판사 전용인 간부 식당은 공간을 좀 더 길게 설계했고 조용하다. 계절과일과 차가 후식으로 제공된다는 점 외에 메뉴는 일반 직원과 같다. 대신 식판을 자리에 가져다주는 개별 서빙으로 서비스의 차별화를 두어 만족도를 높였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법조인들은 한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한식의 가장 기본인 김치의 맛을 중요시 한단다. 김치는 숙성도에 따라 기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맛의 기준이 주관적이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익은 김치와 안 익은 김치를 나눠 배식한다. 기본 메뉴가 덜 익은 김치라면 추가식으로 익은 김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밥도 잡곡밥과 흰밥 두 가지로 나눠 기호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음식 맛으로 보수적인 법조인들의 입맛을 맞춰오고 있다.
서부지법 주변에 식당가가 많은데도, 외부인들이 서부지법구내식당을 많이 찾는다. 공익요원들도 많이 이용하고, 근처 사무실 직원들까지 온다. 식비가 3,500원으로 저렴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푸짐한 인심도 한몫했다. 전면 자율배식으로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했다. 이날의 메뉴는 흑미밥, 들깨미역국, 제육콩나물두루치기, 두부구이와 달래장, 도라지무침, 포기김치였다. 추가식으로는 봄향기가 물씬 나는 ‘향채소 겉절이’였다. 김환민 공익근무 요원은 “깔끔하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고 했다.
서부지법 바로 옆에 있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구내식당의 경우는 다른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바로 옆에 구내식당이 하나 더 있다 보니, 사람들은 메뉴 비교를 통해 그날그날 식당을 선택한다. 바로 옆에 경쟁업체가 있어서 신경 쓰이지만, 서부지법 식당은 메뉴보다는 식재료의 비중을 높여 만족스러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 장기간 위탁급식을 운영하는 비법

14년째 서부지법 위탁급식을 운영하는 이조케터링(주)은 10년 이상 운영하는 사업장이 15곳 이상일 정도로 많다. 서부지법 위탁급식의 계약기간은 1년이다. 요즘 위탁급식을 한 업체가 오래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업체는 재계약할 때마다 과도한 시설투자비 제안보다는 급식 서비스 본연에 충실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서부지법 위탁급식을 운영해오고 있는 것. 특히 식재료에 비중을 많이 두어 질 좋은 급식에 힘썼다.
식수도 매일 직접 끓인 보리차와 숭늉을 제공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정수기가 편하지만 고객들이 보리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성을 다한 급식으로 장기간 고객들의 입맛을 잡고 있다. 또한 급식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수저를 집을 때 차갑지 않게 하기위해 수저를 따뜻하게 관리하고 있다. 수저통에 소독수도 넣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수저 위생관리도 철저히 한다. 또한 서부지법 구내식당에서는 ‘식은 국이나 찌개’를 만날 수 없다.
자율배식대 온도를 항상 높게 유지해 국의 온도를 타 구내식당의 것보다 5~7℃ 높을 정도로 뜨겁게 배식한다고 한다. 이날 서부지법 구내식당에서 배식대의 국은 김이 날 정도로 뜨겁게 관리되고 있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위탁급식 _ 유지은 영양사

“새로운 메뉴보다 고객 입맛 맞추기 주력”
서부지법의 위탁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유지은 영양사에게 장기간 법원 급식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들어봤다. 법원 직원들은 보수적인 편이라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 영양사는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면 몇몇 이용자들은 색다른 메뉴라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며 “새로운 메뉴는 기본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구성한다”고 했다.
이벤트도 월 1회 하고 있지만, ‘미니 샐러드바’ 정도로 과하지 않게 한다. 한 번은 ‘솜사탕 만들기’ 이벤트를 했다가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로 이벤트보다는 추가 반찬 등으로 고객의 기본 입맛을 맞추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법조인들이 한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양식은 월 1회 정도로 제공한다. 메뉴도 돈가스를 주로 하여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한다. 판사들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지만 맛에 대한 평가는 아주 정확하다고 한다. 그래서 유 영양사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깔끔하게 조리한다고 한다.

글 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 _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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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심 2009-03-09 11:58:28
최소한 조리사의 의견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조리한다가 되는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영양사가 급식을 다지배하는 양, 여론에 홍보하는 것은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조리사의 깔끔한 조리실력이 있기에 급식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요? 식단을 해석하고 직접먹도록 실천하는 사람은 조리사의 손끝입니다. 급식이 먹는것이지, 메뉴를 선정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조리사의 존재에 대한 급식신문의 역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