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선 시·도교육청에서 학생들의 급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잇따라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 현장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뉴선택과 식사량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선택 및 자율식단’은 학생들의 편식으로 인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내놓은 ‘맞춤형 교육급식’은 인원부족 등 현실여건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편식 부추기는 정책 왜 하나”
교육청은 학생들이 식단과 식사량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경우 급식 만족도를 높이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선택 및 자율급식을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일부 메뉴에만 편식하고 있어 ‘편식 없이 골고루 먹이자’는 학교급식의 기본에 어긋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A영양교사은 “우선 선택식단을 운영할 만큼의 조리인력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 더 큰 문제는 특정 메뉴가 빨리 소진될 것이 자명한데 이때 늦게 배식하는 아이들은 먹지 못하거나 부족해 기존보다 더 큰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B영양교사는 “영양(교)사가 하루의 식단을 구성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데 선택식단을 운영한다면 학교급식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학생에게 인기없는 과목도 선택수업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자율배식에 대한 논란 뜨겁다.
실제 자율배식을 운영하고 있는 C영양교사는 “보통 석식은 어쩔 수 없이 자율배식을 하지만 중식은 문제가 많다”며 “학생 스스로가 1일 적정 섭취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고 막상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담지만 결국 잔반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D영양사는 “만족도를 위해 자율배식과 선택식단을 추진하려면 우선 운영점검 항목에서 ‘영양량 기준 준수’부터 빼야한다”며 “두 가지 정책을 실행하면서 어떻게 영양량을 맞추라는 것인지 이해할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국그릇을 사용하라고요?”
경기도에서는 뜬금없는 ‘국그릇’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급식만족도에 대한 모 대학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교육급식’을 시행키로 한 경기도교육청의 사업설명회가 발단이 됐다.
사업설명회에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급식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급식때 ‘국그릇’을 활용하라고 영양(교)사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서 국을 국그릇에 담아주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인격모독이라며 국그릇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영양교사는 “정말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이기 때문인데, 현장과 동떨어진 연구결과만 쏟아내니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일선 학교에서 국그릇을 사용할 경우, 조리원 1명이 1시간~2시간 이상 국그릇 세척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이는 인력이 부족한 학교현장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신규 정책, 현장 알고 반영해야
또 다른 영양사도 “학생을 위한 어떤 정책도 좋다. 다만 학교급식의 기본과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현장의 영양(교)사와 소통해 문제점을 최소화해서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급식만족도 연구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부터 ‘맞춤형 교육급식’을 운영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급식 지정학교는 학생 기호식품을 조사해 하루 식단의 주요 요리를 복수로 제공, 학생들이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