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웃으면 고단함도 사라져
어르신들 웃으면 고단함도 사라져
  • 한상헌기자
  • 승인 2009.11.0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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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빨래는 기본, 음식 대접·영양교육도 함께경로당 봉사활동 10년 ‘안산시영양사회’

이른 아침 식재료 검수로 하루를 시작해 온 종일 급식소에서 음식과 씨름하다 녹초가 돼 늦은 저녁 퇴근을 하는 영양사들. 늘 피곤에 지쳐 삶에 여유가 없어 보이지만 봉사활동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영양사들이 있다. 산업체와 공공기관 영양사들이 중심이 돼 활발히 활동을 하는 안산시영양사회가 그 주인공. 10년 넘게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안산시영양사회를 만났다.

 

▲ 안산시영양사회는 매년 어버이 날이면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영양교육을하고 잔치 음식을 대접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국악공연이 한창이다. 흥겨운 민요 가락에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흥에 겨운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손을 잡고 춤까지 춘다. 봉사하는 영양사들의 모임인 ‘안산시영양사회’회원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경로잔치다.

영양성분 배려한 음식 푸짐하게 준비

 

안산시영양사회는 매년 어버이날만 되면 국악공연과 영양교육, 잔치음식을 대접하며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있다. 영양사들의 모임답게 음식을 먹는 어르신들에게 영양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안산1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평소 식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과 영양관리에 대한 강의를 해 호응도가 높다.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음식도 푸짐하게 준비한다. 영양밥과잡채, 소불고기, 떡, 샐러드 등10여 가지 잔치음식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진다.
이화경 안산시영양사회장은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여러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일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생각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는 소외된 어르신들이 많아 봉사활동을 나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안산시영양사회의 회원수는 정회원과 준회원을 포함해 210여 명이나 된다. 주로 안산지역 산업체 영양사들이 대부분이고 어린이집과 공공기관 영양사들도 함께 활동을 한다. 때문에 한꺼번에 모임을 갖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안산지역의 경로당을 찾아 다니면서 영양교육과 점심식사를 대접하며 어르신들과 친구가 된다. 청소와 빨래도 이들의 몫이다. 임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로당 봉사활동은 안산1대학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 열악한 환경의 경로당 찾아다녀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르신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화경 회장은 “잘사는 지역의 경로당보다 열악한 환경의 경로당을 주로다닌다”며 “아직까지 상이 없어 방바닥에 신문을 깔고 식사를 하는 곳도 있었고 건물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식사를 대접한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어르신들이 자신들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안산시영양사회 회원들. 이들이 1997년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은 이제 10년이 훌쩍 넘었다.음식 봉사활동은 노력 봉사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때문에 한두 번 활동을 하다보면 자금 마련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안산시영양사회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안산시청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어 10년 넘게 음식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좋은 일을 한다고 하니 시청에서도 지원해주고 업체들이나 지인들이 많이 도와줘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장김치 나누기 활동도

10년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시작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보니 회원들의 참여율도 점점 낮아지고 경기도 어려워져 예전만큼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오랜만에 딸을 만난 것처럼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고. 이들은 음식 봉사활동 외에도 매년마다 정기적으로 1일 호프를 열어 사랑의 김치나누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영양사들의 모임이다 보니 별도로 수익사업을 벌일 수가 없다. 때문에 1일 호프가 유일한 수익사업이다. 이렇게 마련한 수익은 전액 독거노인을 위해 쓰인다. 김장김치를 담가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1,400kg이나 되는 김장김치를 독거노인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올해는 오는 11월 4일 1일 호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화경 회장은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음식 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안산시영양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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