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청와대 충정관 식당
[Special Report] 청와대 충정관 식당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0.01.2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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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식 제공, 소박하지만 알찬 식단으로 직원들 만족도 높아

푸른팔작지붕 아래 대통령 관저가 있는 청와대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 구내식당이라고 해도 일반식당과는 분명 차이가 날거라 예상하기 쉽다. 화려한 프리미엄급 급식을 상상했다면 이제는 편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365일 3식을 제공하며 소박하고 알찬 식단으로 청와대 경호처 101경비단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 충정관 식당을 찾아가봤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정부부처 업무보고 오찬 시 잔반저울을 활용,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앞장 선 사진이 화제가됐다. 에너지 및 자원절약의 일환으로 잔반저울을 처음 도입한 곳이 바로 이곳 충정관 식당이다.
청와대 경호처 101경비단 경무과 후생계 직원들은 평소 친환경 녹색성장 및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불필요하게 만드는 음식량을 조절해보자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댔다.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을 들어보니 잔반저울은 경호처 직원들의 업무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잔반저울, 월 2천4백만 원 비용감소 효과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원칙상 101경비단직원들이 근무를 선후에는 반드시 근무 중에 사용한 총의 실탄개수가 모두 정확히 남아있는지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시간제약상 실탄수를 일일이 체크하는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실탄이 든 총의 무게를 재도록 했고 잔반저울 아이디어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회의 결과 아이디어는 즉각 현실화 됐고 일주일간의 시범운영 후 지난 해 10월말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잔반저울은 식사 후 식판을 저울에 올려서 잔반허용기준치160g이 초과되면 적색 불이 켜지고 경고음이 울린다. 경고음이 울린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백원 이상의 벌금을 내면 된다. 시행 후 충정관 식당에서만 잔반이 약 30%이상 감소되었고 하루 26만원, 월간 약7백80만 원 정도의 비용절감효과가 나타났다.
충정관에서의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김인종 경호처장은 청와대 다른 구내식당에도 잔반저울 시행을 적극 지시, 현재는 청와대 내 모든 식당에 확대돼 예산절감효과는 월 2천4백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잔반저울이 활성화 된 계기에는 강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으로 참여, 자진해서 벌금으로 낼 잔돈을 준비해오는 등 직원들의 호응이 높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처 101경비단 경무과 후생계 유우정 영양사는“잔반저울 시행이후 점심시간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해졌다”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잔반저울 수치 맞추기 내기를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매월 메뉴회의 통해 직원들 의견수렴

한편 충정관은 1일 평균 식수가 1,450명으로 아침배식이 오전6시50분에서 9시까지이고 점심이 오전10시40분에서 오후1시, 저녁이 오후4시40분에서 7시까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리종사원 17명과 배식도우미 2명, 영양사는 거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쁘다. 이용객은 경호처 직원들과 업무상 방문한 방문객들로 한정되어 있으며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되어있지만 특이한 점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여직원이 20명 내외라는 것. 그래서 식수가 비슷한 다른 구내식당보다 음식량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또 특수군에 속한 집단이다 보니 사기업처럼 식사시간을 활용, 외식문화를 전혀 접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영양사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색다른 음식을 접해보고 다른 단체급식소들의 우수레시피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매월 직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메뉴회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식단구성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구내식당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유우정 영양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 직원들이 기피하는 식단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것이 잔반 줄이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학교급식이나 병원급식처럼 특정인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도 돼 365일 3식의 부담이 조금은 덜어진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신메뉴를 개발하려고 직원들과 함께 조리교육을 받아 일본식불고기볶음우동을 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영양사와 조리종사원들의 노력과 구내식당에 관한 직원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지지가 바탕이 되어 충정관 식당은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늘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뷰 청와대 경호처 101경비단 경무과 후생계 유우정 영양사
최고의 레시피는 ‘감사’와 ‘감동’
충정관 식당에서 근무한 지 2년차인 유우정 영양사는 청와대 식당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흔히들 청와대 식당은 세련되고 화려할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정성이 깃든 음식이 청와대 식당의 특징이라 잘라 말했다.
유우정 영양사는 아침에는 직원들이 부담없이 식사할 수 있게 해장국류 위주로 식단을구성하고 점심과 저녁은 중장년층이 고루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고전했다.
그 중 충정관 식당의 최고 인기 메뉴는 셀프비빔밥이다. 말 그대로 스스로 재료를 선택해 골라먹는 비빔밥인데 자신이 싫어하는 나물은 가져가지 않고 비벼 먹을 수 있어 잔반제로화에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패기 넘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 함박스테이크,돈까스 등이 인기메뉴라고 한다. 식단 외에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청와대식당의 식재료 구입이다. 그러나 식재료 구입 역시 다른 업장과 비슷하다. 충정관 식당의 경우 쌀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작은 마을과 101경비단이 1사1촌을 맺고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는 지역의 쌀을 구입하고 있으며, 다른 식재료들은 싸고 질 좋으며 위생상태가 좋은 업체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특정조건이나 우대사항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흔히 하는 말로 청와대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미국산 소고기도 먹고 조류독감 유행 시 농가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국내 닭들을 구매, 요리를 하는 곳이 청와대입니다.”
마지막으로 충정관 식당만의 자랑거리가 있냐고 질문하자 유 영양사는 수줍은 듯 대답했다. “저희 식당은 한 끼 식비단가가 2천원으로 메뉴도 단일메뉴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최고의 레시피는 ‘감사’와 ‘감동’이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곧 누구나 그리워하는 ‘집밥’의 그리움이 아닐까 합니다.충정관 식당은 소박하지만 국가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사명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지연 기자 ljy@fsnews.co.kr 사진_ 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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