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한 엄누리(12·성남 중앙초) 양은 학교급식을 공짜로 먹는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학교급식비를 지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
◆ 성남, 59개교 연 80억 원 지원
성남시의 경우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학교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무료급식’ 사업은 현 이대엽 성남시장의 선거 공약으로 지역 내 59개 초등학교 2개 학년에 한해 약 80억 원(1인 2,000원 기준)을 급식비로 지원하고 있다. 무료급식의 혜택을 받는 학생수는 2008년 3월 현재 5학년 1만2,750명, 6학년 1만1,960명 등 총 2만4,713명이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매년 2개 학년씩 확대해 2010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송영수 성남시청 체육청소년과장은 “무료급식 사업은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초등학교 외에도 중·고등학교 급식에 친환경 농축산물 등 우수식재료 공급을 위해 1인 180원을 급식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급식비를 지원하는 곳 중 하나다. 과천의 경우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초등학교 급식비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과천시는 2000년 9월부터 현재까지 지역 내 4개 초등학교 5,000여 명에게 연간 17억 원 규모로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50억 원의 교육발전기금을 조성해 놓은 상태다.
◆ 경남, 학생 40여 만 명 무상 혜택
이와는 달리 지자체가 아니라 도교육청 차원에서 무상급식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경남교육청은 2010년까지 초·중학교 100%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다. 현 권정호 경남교육감의 선거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은 올해 3월부터 100명 이하 초·중학교 277개교 1만3,719명에 대해 100%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초등학교 100명 이상 학교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의 40%를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에서는 올해 약 643억 원을 지원하고, 2009년 1,483억 원, 2010년 무상급식 완료시 1,808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도내 초등학교 491개교 26만7,000명과 중학교 262개교 13만8,000명 등 753개교 40만5,000명이 무료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배대순 경남교육청 학교급식담당자는 “경상남도는 거창군, 합천군, 남해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었고, 그 사업을 교육장이 교육청 차원에서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열악한 농촌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사업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경남교육청의 사례가 무상급식의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보기엔 2% 부족하다. 경남의 경우 기존에 책정돼 있던 교육재정 내에서 무상급식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기존에 계획돼 있던 다른 교육 사업에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 무상급식엔 무관심
정부가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학교급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원확보가 용이한 지자체별로 무료급식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는 환영하지만, 급식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첫째 아이가 무료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최지영(38·성남시 분당구) 씨는 “급식비를 안내서 좋기는 하지만 맛과 영양, 위생적인 면에서 아이와 학부모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무턱대고 무상급식이라고 찬성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영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정책교육실장은 “의무교육 기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고 이는 정부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이에 대해선 (정부가) 전혀 의지가 없다”며 “우수 식재료 지원도 지자체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무상급식이 전국단위로 확대되려면 각 지자체별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농어촌 면단위 초·중학교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 日, 학부모 부담금 식재료구입에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차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는 전액 식재료 구입에만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 중 일정 금액이 조리종사원의 인건비나 급식운영 관리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급식비는 초·중학생 한 끼 230(2,150)~250엔(2,330원)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관리비로 사용하지 않는다.
박성군(49) 군포시 학교운영위원협회장은 “무상급식이 현실상 어려움이 있다면 일본처럼 학부모들이 내는 급식비를 100% 식재료 구입비로만 사용해 아이들의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확보되면 무상급식 찬성” 58.4%
“정부와 지자체에서 학교급식비를 전액 지원해 무상급식으로 실시돼야 한다.”
행복한 학부모포털 부모2.0 (www.bumo2.com)과 대한급식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한 ‘학교 무상급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 학교급식비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100% 지원해야 한다(36.8%)’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달에 지출되는 급식비’는 5만 원 미만이 68.5%(604명)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현재 지불하고 있는 급식비에 대한 불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설문 결과를 보면 43.6%가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고, ‘보통’이라고 대답한 학부모도 43.4%에 달한다. 아이들이 먹는 급식의 질 대비 급식비는 적정선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는 달리 36.8%에 해당하는 학부모는 ‘정부·지자체에서 급식비 100%를 지원해 무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와 정부에서 50%씩 부담하자’는 의견도 24.5%(216명)나 됐다. 이밖에 ‘친환경 농축산물 등 우수식재료 구입비용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답변도 18.4%에 달했다. ‘급식 운영비를 제외한 식재료 구입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은 16.6%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급식에 필요한 경비 중 학부모가 71%(3조101억 원)를 부담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찬성하겠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8.4%(514명)가 ‘부실해질 수 있는 식단 문제가 해결된다면 찬성한다’고 조건부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23%(203명)나 됐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유·초·중·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해 총 881명이 참여했다.
글 _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