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식중독 해결책? 학교에는 없다!
학교급식 식중독 해결책? 학교에는 없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9.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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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심정의 한 영양교사, 직접 온도와 습도 측정해 본지 제보현재 시설수준·운영형태라면… “식중독 발생할 수 밖에 없다”

 

▲ 안전한 급식을 위해 음식 온도도 측정해야 하지만 정작 음식을 만드는 조리장 내 온·습도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조리실의 온도는 안전한 급식을 위협하는 복병 중 하나이다. 높은 기온으로 인해 식재료가 변질될 수 있는데 이는 식중독 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 배식 이후 조리실 온도는 높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때 식재료가 오염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학교 조리실의 온도는 오후 3시 이후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2, 3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식중독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A학교 영양교사가 본지로 ‘학교 조리장 내부 온·습도 측정 결과’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왔다.

급식제공을 위해 조리장 내에서 행한 작업에 대해 시간대별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자료였다.<표1, 2>

그는 “하루에 문제없이 급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해 이틀 밖에 측정하지 못했지만 작업공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근거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며 “학교급식의 중식, 조식 및 석식 운영방법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8월 개학 이후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가 모두 2, 3식 학교에서 발생했고 원인균도 모두 동일하게 병원성 대장균이었다. 1개 학교(중식만 제공)의 한 명의 영양교사가 단 이틀 동안 기록한 조리장 내 온·습도 측정 결과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측정 1일차(8월 25일) - 08:30분의 외부 날씨는 구름 많음, 28℃, 체감온도 32℃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기온 측정을 위해 A학교 영양교사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날씨정보를 활용했다.

당일 A학교 메뉴는 토마토카레라이스, 팔미어파이(그 외 메뉴는 온·습도와 무관하여 기재하지 않음)로 조리를 위해 3가지 기구(온·습도에 영향을 주는 기구만 기재)를 사용했다.

회전식 스팀국솥 2대(채소 볶음용과 카레 소스 끓이기용), 스팀압력 제반기(2대), 오븐기(40단, 파이 굽기)로 영양교사는 당일 급식을 준비했고, 오후 3시 30분까지 30분~1시간 단위로 온·습도를 측정했다. <표1> 보통 오후 3시~3시 30분 정도가 되면 중식이 마무리된다.

특이사항으로는 측정 당일이 개학날로 4교시 수업(급식 후 하교)인 관계로 기호도 높은 메뉴이면서 식중독, 안전사고 낮은 메뉴를 제공해 비교적 단순한 조리작업이었다는 점이다.

즉 메뉴가 간단해 평소보다 조리장 온도 상승요인이 낮았다는 것.

▲측정 2일차(8월 26일) - 09:00분 외부 날씨는 역시 구름 많음, 20℃, 체감온도 20℃로 당일 주요메뉴는 건새우아욱국, 두부두루치기, 숙주미나리무침이었다.

이를 위해 사용한 기기는 회전식 스팀국솥 3대(2대-데침용/볶음용, 1대-국용), 스팀압력 제반기(2대), 오븐기(40단, 두부 굽기)였다.
역시 오후 3시 30분까지 30분~1시간 단위로 온·습도를 측정했다. <표2> 특이사항은 전날 밤 비가 와서 완연한 가을 날씨로 느껴질 정도였다는 점. 또 첫 날과 달리 회전식 스팀국솥을 1대 더 사용했다. 제보한 영양교사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2일차와 같은 수준으로 가열기계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양교사는 양일간의 특징에 대해 “하루일과를 시작해 온·습도의 변화추이가 비슷하고, 특히 급식제공 후 마무리 작업시간인 3시~3시 30분에 온도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유에 대해 “많은 열기를 뿜어내는 식기세척기를 1시간 정도 사용하고, 최소 식기소독고 3~4대를 사용하고 나면 온도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영양교사는 “본지에 제보를 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측정을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이 시간대에는 단 몇 초 만에 1℃가 금방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에 식기소독고 근처에는 어떤 식재료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하지만 좁은 급식실 내에서 이 또한 실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식 외 조식과 석식까지 하는 2, 3식 학교이다. 제보 영양교사의 학교는 중식만 제공하는 학교로 3시~3시 30분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하더라도 그 시간에 식재료를 다뤄야 할 일은 없다.

하지만 석식이 있는 학교는 가장 높은 온도 속에서 다시 급식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제보 영양교사는 “2, 3식 학교는 식중독 발생 유발환경 속에서 급식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제보를 통해 알리고 싶다”며 “중식 준비 동안 조리종사원들은 이미 피로한 상태이고, 같은 공간에서 땀으로 젖은 옷과 앞치마 채로 다시 석식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제보 영양교사는 당부의 말을 메일에 남겼다. “학교급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학교급식 현장을 제대로 알고 지적해주길 바란다”.

매년 반복되는 식중독 예방 대책을 세우는 정부당국을 바라보는 학교급식 현장의 영양(교)사들이 실소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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