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점심 내 손으로
우리 아이 점심 내 손으로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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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현초교는 학부모를 조리사로 채용해 식재료 검수에서부터 조리, 배식까지 직접 참여하게 했다. 사진은 학부모 조리사들이 식재료를 검수하는 모습.

“내 아이가 먹을 건데 더 맛있고 깨끗하게 만들어야죠.”
큰 솥에서 불고기를 만들고 있던 조리사 김종임(43) 씨는 수원 고현초등학교(교장 최진숙) 재학생 전형훈(4학년 1반)과 전재빈(2학년 2반)의 엄마다. 한 편에서 다시마를 정성껏 다듬고 있는 두 명의 조리사 역시 이 학교의 학부모. 학부모들이 조리사 체험을 하는 것일까? 정혜진(27) 영양교사는 “고현초교 급식실의 조리사는 모두 학부모들이다”고 답변했다. 고현초교는 학부모가 조리사로 일하며 자신의 자녀와 그 친구들에게 밥을 만들어주고 있다.

검수부터 철저하게

오전 8시 학교급식실에 육류, 채소등 식자재가 도착하자마자 위생 마스크, 모자,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영양교사, 조리사 6명, 거기에 2명의 학부모 모니터링 요원까지 동원된 검수작업은 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조리사 모두 고현초교 학부모이기에 실질적으로 학부모 8명이 철저하게 식자재 검수를 하는것. 이날 특히 중점적으로 검수한 품목은 1등급 한우 불고기. 납품 담당자와 영양교사가 직접 1등급 판정 확인서와 도축 확인서를 보여주자 고현초교의 학부모들은 마음을 놓았다. 조리사와 영양교사의 팀워크는 단체급식의 질과 위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고현초교의 조리사와 영양교사는 특히 그 사이가 각별하다. 학부모로 구성된 조리사들은 자신의 조리실력을 내세워 영양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영양교사도 조리사의 의견이 곧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임을 알기에 조리사를 존중한다.

한가족 같은 급식실

정 영양교사는 “제가 따로 위생 체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조리사들이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학부모 조리사 김홍숙 씨는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것이 다 같은 부모 마음” 이라 말했다. 학부모 조리사는 또한 조리실을 자기 집처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영양교사가 짠 식단의 영양분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챙겨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한가족처럼 터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영양교사와 학부모 조리사들의 단합은 고현초교 학교급식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제까지 고현초교에서는 단 한 번의 급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단다. 덕분에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부모들이 번갈아가며 학생들의 배식을 돕는 학부모 급식 도우미는 학생들의 급식교육과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학부모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한다. 정 영양교사는 “고현초교에서는 학부모 조리사가 직접 배식까지 하기 때문이 학부모 급식 도우미가 필요 없다”고 했다. 학부모가 학교에 조리사로 고용돼 일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배식까지 엄마 손으로

“맛있게 먹어” “골고루 먹어야 해”를 연신 말하며 학생들에게 배식하는 학부모 조리사들의 모습은 밝다. 자신의 엄마 또는 친구 엄마가 주는 음식에 학생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식판에 푸짐하게 담긴 점심을 먹는 박주호(3학년 2반) 군은“집에서 먹는 거랑 똑같이 정말 맛있다” 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고현초교의 점심은 행복한 시간이 된다.

▲ 박정기 수원 고현초교 교감
"고현초교에 오시면 꼭 학교급식을 시식해 보세요"

박정기 교감은 고현초교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항상 학교급식을 권한다. 그만큼 고현초교의 학교급식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재료는 고현초교 급식 맛의 비법 중 기본 요소. 3등급 한우를 사용하던 고현초교는 지난 해 2학기부터 경기도가 시행하는 우수 축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을 신청하여 1등급 한우를 납품받고 있다.
1등급 한우를 사용해 국물이 진한 쇠고깃국 급식이 가능해졌단다. 박 교감은 “쇠고기가 들어간 반찬은 잔반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했다. 쌀도 지역 농협의 협력을 통해 갓 도정한 쌀만 납품받는다. “우리가 주문을 하면 그때 쌀을 도정하고 납품을 받습니다. 고현초교의 밥은 항상 햅쌀로 짓죠.”
우수한 식재료로 학교급식을 만들게 된 이유는 바로 학교장과 교직원의 열정 때문이다. 특히 최진숙 교장은 학교급식을 교육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학교급식 발전의 방안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우수 축산물 학교급식지원 사업 역시 교장 선생님을 주축으로 영양교사와 학교운영위원회의 노력으로 유치했습니다.” 학교급식의 안전과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열정과 관심’이라는 박정기 교감.
그는 “우수한 식재료를 납품받는 것 역시 교직원, 학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교감은 학부모 조리사 채용 역시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글 _ 김홍천기자 khc@fsnews.co.kr

사진_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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