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밥상, 밝은 100세’ 5가지 실천과제는?
① 과일·채소먹기 ② 아침밥 먹기·매주 수요일 가족과 저녁식사하기 ③ 텃밭 가꾸기
④ 축산물 저지방 부위 소비촉진 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현대인은 영양 불균형의 위기에 놓여있다.
100세 시대를 논하는 현재, 무엇보다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정중심의 식사가 점차 무너지고 단체급식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 만큼 급식 제공과 함께 식생활교육도 연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식생활교육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 분야별 급식소의 특징에 맞는 식생활교육이 다양하게 시도되기를 바란다.
① 도시고령자 식생활교육 ② 다문화가족 식생활교육 ③ 민간기업 주도 식생활교육
④ 예비교사 주도 식생활교육
“어르신들, 소화가 잘 안 되시죠?”
“병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예요”
“우울해 하지 마시고 오늘 어르신들의 몸은 어떤지, 그래서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하는지 알아볼께요”
지난 12일 인천 동구 소재 흙마을교육실에서 도시 고령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식생활교육 시간에 강사가 어르신들에게 건 낸 첫 말이다.
“내가 요즘 입맛이 없어”, “소화가 안 되서 매일 물에 밥을 말아 먹어”, “이제 그만 살아야지”. 15명의 남·여 어르신은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쏟아내고 각자의 생각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날 건강한 노인 식생활을 위해 강조한 내용은 단백질과 채소 섭취.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두부·살코키 같은 음식을 자주 드셔야 해요”
“소화를 도와주는 음식이 채소이기 때문에 데쳐서라도 꼭 챙겨 드셔야 해요”
그런데 노인들의 표정이 왠지 강사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듯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이 강사는 “어르신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고통 없이 건강하게 사시라고 이런 말씀 드리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어르신들은 금세 “그래, 아프지 말아야지”, “잘 챙겨 먹어야지”라고 맞장구를 치며 식생활교육의 수업에 귀를 기울였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르신들과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이론수업을 마친 이 강사는 이보영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아 메뉴시연을 시작했다.
이날의 메뉴는 ‘당면이 없는 야채 잡채’. 미리 준비해 온 식재료를 가지고 조리순서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집에서 조리할 때 주의사항도 빼 놓지 않고 시연을 마쳤다. 그리고 간단한 맛보기 시간을 가졌다. 이론수업 때와 조리수업에서는 처음부터 어르신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르신들의 조리수업이 시작되고 제일 먼저 식재료 썰기가 시작됐다.
여성보다 재료 손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한준지 할아버지(77세)에게 교육에 참석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그는 “내 몸은 이제 내가 지켜야 해. 며느리나 처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아”라고 답한다.
반면 칼을 잡는 힘이 부족하고 시력도 좋지 않아 위험해 보이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어 어르신들이 직접 썰어 준비한 식재료를 가지고 바로 3조로 나뉘어 조리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양파가 투명해 질 때까지 볶아 담아두고 나머지 재료(죽순, 파프리카)를 마저 볶았다. 다음은 양념에 재워 둔 고기를 볶을 차례. 시연 때는 자신 있어 하던 어르신들도 막상 조리에 들어가니 여기 저기에서 강사의 도움을 요청한다.
한 조는 일어서서 고기를 볶기 힘들 정도로 손의 힘도 없고 요통까지 있어 결국 보조강사가 조리를 마무리했다.
다른 한 조는 “시연 때 먹어 본 고기는 맛있었는데 간을 못 맞추겠어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강사는 “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여야 맛이 깊게 배인다”고 해결 방법을 가르쳐 줬다. 우여곡절 끝에 잡채에 들어갈 모든 식재료를 볶고 이젠 모두 넣어 볶을 차례. 문제없이 진행하던 나머지 한 조에서는 칼칼한 맛이 좋은 어르신과 담백한 맛이 좋은 어르신이 고추기름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 실랑이를 벌인다.
그렇게 거의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메뉴가 완성되고 자신이 만든 ‘당면 없는 야채 잡채’를 어르신들은 나눠 먹었다.
수업 내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채종화 할머니(82세)는 “오늘 배운 메뉴는 집에 가서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업 자체가 재미있었고 계속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자 중 가장 막내로 뒷정리를 알아서 도맡아 하던 김숙자 할머니(75세)는 “나이든 이들을 위해 나라가 해주는 수업이라고 알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음 수업메뉴로 ‘스파게티’를 제안했다.
김 할머니는 “자식들과 외식을 해도 언제나 한식이라 사실 지겨울 때가 있는데, 우리 쌀로 만든 면이 있다면 스파게티와 같은 요즘 음식을 배워 손자들에게 만들어주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문병서 할아버지(76세)는 “혈관질환 때문에 직접 김치를 담궈 먹은지 3년째인데 노인들도 반복적으로 배우니까 어떤 음식이든 만들 수 있다”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리 및 식생활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할아버지는 수업이 끝나 갈 즈음 강사에게 오늘 만든 메뉴의 레시피를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수업 말미, 이 강사는 “어르신들, ‘내 나이에 다 살았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 매일 동네 한 바퀴 산책하시며 긍정적인 생각 많이 하세요”라고 말한다.
“고마워요. 선생님”, “다음에 또 봐요”
어르신들은 커다란 위로를 받은 듯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