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외국인보호소 영양사의 죽음... ‘이미 예견된 일’
청주 외국인보호소 영양사의 죽음... ‘이미 예견된 일’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11.01 00: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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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보호소 단독보도 1]5개월 전 본지 인터뷰서 “외국인보호소 영양사는 국가 이미지 메이커” 자평

“50일 동안 저희 언니는 개처럼 일만 하다가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지난 23일 청주외국인보호소(이하 청주보호소) 식당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영양사의 동생과 10월 31일 통화에서 본지가 들은 첫 마디이다.

김 영양사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이번 사건은 외국인보호소용 식재료를 직원급식에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에서 비롯돼 청주보호소의 자체 1차 조사에서 시작됐다.

사망하기 전 50일간 김 영양사는 식당운영비와 관련 청주보호소 내에서 요구한 1차 조사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김 영양사의 동생은 “거의 매일 오전 7시경에 출근을 해서 오후 11시가 돼서야 퇴근을 했고, 어떤 날에는 너무 늦어 가족들이 데리러 가기도 했다”며 50일간의 가혹했던 시간을 털어 놓았다.

이번 청주보호소 영양사 자살 사건이 급식관계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이미 예견된 일 이었다’ 등 조직 내에서 홀로 버텨야하는 열악한 영양사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비관하는 비통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어느 분야의 급식을 막론하고 영양사 1인이 맡아야하는 과도한 업무와 과중한 책임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것. 특히 영양사가 합법적으로 맡은 업무 외에 별도로 주어지는 다양한 잡무를 수행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이번 청주보호소 영양사의 죽음도 이와 근본적인 맥을 함께하고 있다.

청주보호소 김 영양사의 업무는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이들의 급식을 총괄 운영하는 것이지만, 2004년 청주보호소 개청 후 첫 영양사로 시작하면서부터 직원급식 업무을 함께 수행해왔다. 이로 인한 많은 업무 관련 애로사항에 대해 가족과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 영양사의 동생은 “어느 해인가 언니는 보호소의 높은 분이 당뇨가 있어 현미밥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이 현재 보호소에서 쉽지 않은 한우를 먹고 싶어 한다고도 말했었다”며 김 영양사의 고충과 어려움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덧붙여 “언니는 매번 영양사로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는 식단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현재 보호소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현재 청주보호소 직원급식의 문제점을 전했다.

청주보호소 직원 급식비는 매달 급식을 먹은 일수를 산정해 식단가(4천원)를 곱해 받아왔다. 즉 전 직원의 급식을 준비해도 직원들이 와서 먹지 않으면 급식비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같이 매일 정확한 식수인원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총 50여 명의 직원을 위해 김 영양사는 1일 3식의 급식을 준비하느라 고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자율배식이라 1인당 적정량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영양사들은 “직원들이 분명 영양사에게 단가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식단을 요구했을 것이고,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영양사는 외국인보호소에서 남는 식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김 영양사의 절박했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김 영양사의 동생도 “외국인보호소 수감자들은 식수 인원이 매번 달라 남는 식재료를 직원급식에 쓰는 것이 보통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김 영양사의 횡령 가능성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어떤 증거도 없는 상태. 오히려 그동안 김 영양사가 외국인보호소 급식과 본인 업무가 아닌 직원급식까지 다함께 도맡아 과도한 직무에 시달려온 내용만이 새롭게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본지는 사망한 청주보호소 김 영양사가 연구한 ‘외국인보호소 급식 식단 품질에 대한 인식 및 만족도’라는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김 영양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외국인보호소 영양사로서의 자부심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 이미지 메이커로서의 자부심이 있다”라고 답한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영양사는 이렇게 답했다.
“한 국가의 문화적 선진성은 그 국가의 인권수준에 따라 결정되어지며, 한 국가의 인권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다름 아닌 보호되거나 수용된 자들의 인권 수준이라 생각한다. 급식서비스는 외국인의 보호 처우 중 가장 기본요소이다. 이에 외국인보호소 급식은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 형성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보호소는 청주 외 경기도 화성에 1곳이 더 있으며, 여수와 인천의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외국인보호소와 유사한 형태로 급식이 이뤄지고 있다.

제2, 제3의 청주보호소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 수 도 있다는 급식관계자들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교정급식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조직의 직제에 따라 대부분 홀로 급식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영양사들의 고충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도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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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양사 2016-11-02 14:07:42
직원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돈이 모자라 관행처럼 남는 식재료 가져다 쓴 것이 10년이 넘었는데 자기들이 다 먹어놓고 이제와서 그 돈 어디다 썼냐고 도둑 취급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아도 숨막혀 죽겠어요.

나도 영양사 2016-11-02 13:50:00
50명이 4천원 내고 드시면서, 식사 안 한 날은 그나마 거꾸로 계산해서 급식비 안내시면서 어떻게 한우를 먹을 수 있나요..직원분들 회사 밖에서 한우 안드셔보셨나봐요..한우 드시고 싶었으면 소를 키우셨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