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점검한 고교급식
엄마들이 점검한 고교급식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9.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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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현장을 가다 우수급식 지정학교 ‘성남외국어고등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1일 3식을 제공하는 성남외국어고등학교(이하 성남외고). 집에서 보다 학교에서 먹고 생활하는 시간이 길기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내 자녀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궁금했던 급식소위원회 2학년 학부모 대표 김선희 자모와 1학년 학부모 대표 정나미 자모가 성남외고의 급식현장을 둘러봤다.

▲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얼마나 맛있고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보겠다며 학교급식현장을 찾은 학부모 정나미 씨(왼쪽)와 김선희 씨). 위생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전처리실에 있는 식재료의 원산지, 신선도 등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얼마나 맛있고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보겠다며 학교급식현장을 찾은 학부모 정나미 씨(왼쪽)와 김선희 씨). 위생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전처리실에 있는 식재료의 원산지, 신선도 등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급식 메뉴 정하기

잘 갖춰진 건물 1층으로 들어가보니 행정실 한편 소파에 어머니와 선생님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 8 월 25일 학부모 대표 7인과 교직원 5 인으로 구성된 급식소위원회가 열렸다. 주제는 개학 첫째 주 급식 메뉴 정하기.
이 학교 중국어과 2학년 조현수 양의 어머니이자 2학년 학부모 대표인 김선희 씨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 녁까지 세끼 모두 학교에서 먹기 때문에 자칫 급식에 질릴 수가 있으니 메뉴가 다양하고 선택 폭이 넓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일본어과 김현교 군의 어머니이자 1학년 학부모 대표 정나미 씨는 “남학생들은 아무래도 여학생보다 열량소모가 크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을 하루에 한끼 정도는 꼭 섭취하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교직원들은 꼼꼼히 기록하며 학부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성남외고는 2006년 개교 후 지난해 경기도청 지정, 급식우수학교로 지정 됐다. 여기에는 급식소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
전애자 급식소위원회 위원장은 “개교할 때부터 어머니들이 매주 자녀들에게 급식 메뉴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음식평가서를 급식소위원회 대표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맞춤형 식단을 짜고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급식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식재료 검수하기

8월 25일 새벽 4시. 720인분의 식재료 검수를 위해 김선희 씨와 정나미 씨가 주방에 나타났다. 가운을 입고 장갑과 모자까지 쓰는 등 혹시나 모를 외부 오염원 방지를 위해 위생복으로 갈아입은 두 엄마는 전처리실로 들어가 육류와 야채의 원산지표시는 물론 신선도 등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후 식재료를 온도나 세척제 규정에 맞춰 세척하는지 여부 를 체크했다.
김 씨는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 이후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을 쓰고 있고 채소는 국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 아이의 건강이 달려 있기에 실제로 이런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식재료의 원산지표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식재료만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냉장 및 냉동 보관 상태, 조리 과정, 청소 상태 등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하루 세 끼를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식재료는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켜야만 혹시 모를 식중독 등을 예방할 수 있어 부모로서 신경 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리실에 들어선 김 씨는 온도계를 꺼내 들며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맛도 좋으려면 각 식재료별 온도에 맞춰 조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교직원까지 합해 거의 800인분 을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처럼 눈대중이 아닌 과학적인 조리가 뒷받 침되어야만 하기에 식재료 검수를 하는 날에는 조리 과정 체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학 첫날 조식 메뉴는 두 종류였다. 불고기버섯죽, 쌀밥과 꽁치김치 조림, 감자달걀조림, 근대나물무침, 김구이, 배추김치 그리고 후식은 플레인 요구르트였다.
김민선 영양사는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 생들은 아침 6시대 에 집에서 다니는 학생들은 보통 7시대에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른 시간이라 밥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죽이나 빵을 별도 메뉴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학부모는 아침밥이 공부의 집중력을 높여주고 체력 향상에도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 씨는 아이가 아침밥을 먹으면서 공부 효율성이 높아져서 좋다고. 정 씨는 “우리 아이는 중학교 때 아침밥을 안 먹다가 기숙사에 있으면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면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공부할 때 집중력도 높아지고 점심시간까지 활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면서 “이번 방학 때는 집에 와서도 아침밥을 꼬박 꼬박 챙겨 먹을 정도가 됐고 그 덕분인지 오히려 집에서 다닐 때보다 키도 크고 몸도 건강해져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개학 첫날, 즐거운 점심 시간

11시50분 학생들의 점심 배식이 시작됐다. 164평에 이르는 1층 식당으로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학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개학날 중식 메뉴는 돈가스와 스파게티 그리고 샐러드. 새벽부터 식재료 검수를 하고 조식 메뉴 조리 과정까지 체크하느라 분주했을 김씨와 정씨도 자신의 자녀와 점심을 함께하기 위해 곱게 단장하고 등장했다.
두 어머니들은 자녀가 한 숟갈이라도 더 먹도록 돈가스를 썰어 먹여주며 맛이 어떤지 더 먹고 싶은 건 없는지 자상하게 물어보며 담소를 나눴다. 선후배 사이지만 과가 달라 낯설 어하던 사춘기 소년소녀들도 엄마와 함께 마주앉아 있어선지 어느새 엄마 가 주는 돈가스를 입에 물고 더 먹으라면서 서로를 챙겨주는 등 다정한 모습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김 씨는 “돼지살코 기에 튀김옷을 얇게 입히고 식물성 콩기름으로 튀겨서인지 잡맛이 섞이지 않아 고소하면서 담백하다”면서 “집에서 만들어주는 돈가스처럼 영양가도 있고 맛있다”고 말했다.
조현수 양은 “튀김은 칼로리가 높아 자주 나오지 않지만 가끔 나오면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교 군도 “돈가스와 스파게티는 제일 좋아하는 메뉴” 라면서 “맛도 좋고 먹고 싶은 양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라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 정 씨 역시 “한창 자 라나는 아이들에게 음식 양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는 데 푸짐하게 양껏 먹을 수 있어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성남외고의 경우 1일 3식을 하기 때문에 매월 들어가는 식재료가 타 학교보다 많은 편. 특히 5군 영양소 를 고르게 하고 있어 월 들어가는 식재료만 100여 종류에 이른다. 쌀은 흑미, 보리 등 매일 혼합 잡곡을 써서 영양을 맞추고 있다. 채소를 싫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양상추, 치커리, 야채, 조무침 등 샐러드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섬유질을 섭취 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점심에는 늦여름에 지친 학생 들을 위해 후식으로 ‘팥빙수데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팥빙수데이는 학생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는 날이 라고. 자녀들이 무엇을 어떤 과정을 거쳐 먹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두 엄마는 집에서보다 더 잘 먹고 있어 안도와 함께 긴장감도 갖게 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특히 김 씨는 “딸 아이가 집에 오면 음식이 맛이 없다면서 타박을 하는데 이해가 간다”는 말을 덧붙였다. 

▲ 일본어과 1학년 김현교 군이 어머니 정나미 씨에게 급식으로 제공된 돈가스를 먹여주고 있다.

글 _ 최은성 기자 chic47@naver.com / 사진 _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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