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식재료에 어머니 손맛 더했죠”
“친환경 식재료에 어머니 손맛 더했죠”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2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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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류·김치등 무료로 제공화학조미료·식용유 NO! … 인스턴트 메뉴 5년동안 안나가

강원도 산골 마을에 있는 화천광덕초등학교(이하 광덕초교)는 교내 병설유치원 학생까지 포함해 모두 40명밖에 되지않는 작은 학교다.식수가 적어 상주하는 영양교사 없이 타 학교 영양교사의 공동 관리를 받고 있으며 친환경 식재료 구입시 단가를 낮추기도 어렵다.
학교급식비 또한 1,950원(정부보조금 300원 포함) 수준으로 타 학교와 비슷하다.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덕초교는 친환경 학교급식이 확산되기도 전인 2003년부터 친환경 급식을 시작했다.광덕초교가 친환경 학교급식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얼까? 바로 광덕초교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직접 재배·제공하는 친환경 식재료

오전 9시. 매일 이 시간에 학부모 두·세 명이 어김없이 광덕초등학교 급식실을 방문한다. 그들의 손에는 도라지, 호박, 고추, 양파 등이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다.광덕초교 학부모들은 직접 친환경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무료로 학교급식에 제공한다. 5학년 서성덕 군과 2학년 서가연 양의 어머니인 조명월씨 는 “매일 그날 식단에 필요한 식재료 중 일부를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며 “오늘은 도라지, 호박, 오이 등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또한 “팔면 다 돈이지만 자녀와 친구들이 좋은 것을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처럼 광덕초교는 학부모들이 직접 재배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무료로 제공받기 때문에 학교급 식비는 기타 농산물과 국내산 육류와 해산물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식재료를 제공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친환경 재배를 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좋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의견을 학교에 제시했다. 시중에서 구입하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학부모들이 재배하는 품목들을 무료로 제공하 기로 결정했다.

어머니 손맛 담긴 김치와 장 그리고 학교급식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
5학년 서성덕 군은 가장 맛있는 반찬으로 김치를 꼽았다. 서 군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선후배들도 김치를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어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만 학교급식으로 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매년 11월 김장을 담근다.
중간에 김치가 동이 나면 그때마다 김치를 만들 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김치가 맛이 없을 리 없다.
광덕초교 학부모들의 학교급식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년 3월 학부모들은 그 해 학교 급식에서 사용할 된장과 고추장도 담근다.
이때 학생들의 수업과도 연계해 체험학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들기름과 콩기름도 직접 짜서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필요한 모든 재료와 인건비는 모두 무료.김순옥 조리사는 “학교급식에 화학조미료는 물론 식용유도 사용하지 않고, 튀김류 대신 들기 름에 구운 음식을 낸다”며 “햄과 소시지 등 육가 공품이 포함된 인스턴트 메뉴는 5년 동안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김치와 장뿐만 아니라 직접 학교급식을 만드는 데에도 일조한다. 매일 1명의 학부모가 조리 도우미로 활동하며 식재료 검수와 세척, 조리, 학교급식 배식과 뒷정리까지 하고 있다. 6학년 박계원군의 어머니인 김희경씨는 “집에서 요리할 때보다 더 신경 쓴다”라며 조리 도우미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학교급식 발전을 위한 학부모의 역할

오랫동안 친환경 급식을 접한 광덕초등 학교 학생들에게서 아토피를 찾아볼 수 없었다.같은 춘천 시내 다른 학교 학생들이 전학 와서 아토피를 치료할 정도다.급식과 보건을 담당하는 최현옥 교사는 “지난 학기에는 부산에서 아토피가 심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며 “상태가 많이 호전돼 돌아갔다”고 밝혔다.

비만인 학생도 드물다. 최현옥 교사는 “교내 잡초제거에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 학부모들이 직접 와서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준다”고 말할 정도로 광덕초교 학부모들은 학교 일에 적극적이다.
오후 1시 30분, 중식이 끝나고 급식실 뒷정리를 할 시간. 조리 도우미로 일하던 김희경 씨는 “학교 급식은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학교 규모가 크면 우리학교처럼 되기가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 니다. 학생이 1,000명이이라면 학부모 1,000명이 단합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학교급식의 발전 을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적극 학교급식에 대해 공부하고, 참여하면 어떤 학교 라도 친환경 급식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 광덕 어린이농장.김희경 학부모의 지도아래 1학년 오혜린 양,심현주 양이 '광덕 어린이 농장'에서 고추를 따고있다.

“학교급식재료 우리가 길러요”

광덕초교 급식실 뒤편에는 작은 밭이 있다. 방울토마토와 가지, 고추, 배추, 고구마 등의 여러 가지 농산물이 자라는 ‘광덕 어린이 농장’은 광덕 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일구는 공간이다.텃밭을 일구는 작업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채소를 심고 기르면서 탐구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고추를 따고 고구마를 캐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 학교급식의 식재료를 스스로 조달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광덕초교 내 병설유치원에 다니며 텃밭 일구기 활동을 좋아하는 이유나 양은 수줍은 목소리로 “내가 기른 것이라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고학년 학생들도 텃밭 일구는 일에 틈틈이 참여해 작물들이 제대로 자라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광덕초교 학생회장인 6학년 박현지 양은 “텃밭에서 우리가 친환경으로 기른 식재료를 학교 급식에 사용한다”며 “학교급식에 자신의 노고가 담겨 있기에 더 맛있다”고 강조했다.텃밭을 일구는 일에는 학부모와 교직원들도 참여한다. 학부모 김희경 씨는 “아이들이 기르고 거둔 배추는 11월에 김장 담그기에 사용될 것”이라며 잘 자란 배추를 보며 흐뭇해했다.김순옥 조리사는 “서리 내리기 전의 고구마가 맛있다”며 “학생들과 함께 고구마를 캐서 간식이나 후식으로 내야겠다”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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