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소업체간 하청구조·결제방식부터 개선 필요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항상 부도 위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없는 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부도나면 함께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7월에는 부산지역의 109개 학교에 식재료를 독점공급해온 C사가 부도 처리돼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C사의 부도 예상금액은 120억여 원으로 중소 식재료업체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무려 80억여 원에 달했다.
부산지역의 식재료 공급업체들 모임인 ‘바른학교급식발전협의회’에 따르면 2001부터 작년까지 부도업체는 총 26개로 부도금액은 176억여 원이었다. 올해는 C사와 10여개 관련 중소업체들이 도산해 부도 업체수를 늘렸다.
부산지역에는 C사 외에 D, E 등 3개업체가 학교 식재료 공급을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업체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하청 업체들은 언제나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C사의 부도로 10억여 원의 피해를 입은 F특판 G대표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저가입찰로 손실이 발생하면 중소 식재료 업체들에게 어음며 손해를 보전하려 한다”며 “몇년간 지속되던 관행이 결국 부도 원인이 된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식재료업체들로서는 대형 업체가 부도날 경우연쇄부도를 피할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
최저가 입찰제로 인한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손실이 누적되면, 해당업체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납품권을 따내려고 다시 저가로 응찰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다 결국 부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급식업계에서는 현행 거래·결제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의 식재료 납품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만큼 공급업체는 가능한 하청업체와 어음 거래를 못하도록 하고, 외상거래 대금도 2개월 내에 결제되도록 관계기관에서 수시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납품대금 결제문제와 관련해당학교에 민원이 3번 이상 접수되면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하는 것도 해결방안이 될 수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는 부실업체의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모든 학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검토할 것을주문했다.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학교급식비도 서둘러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식재료 구입에만 사용해도 모자라는 학교급식비에 급식실 운영비와 조리종사원인건비 등 일반 비용까지 함께 포함시키다 보니 식재료 발주금액 자체가 낮아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급식비의 합리적인 책정이 식재료 공급업체들을 살리고 안전하고 우수한 식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업계의 주장도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저가입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전자입찰제’도해결책이 못되고 있다. 인천지역의 경우전자입찰을 하고 있지만 낙찰금액에서10%를 더 깎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10여년 동안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해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는낙찰 업체에게 노골적으로 금액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유통업체의 또다른 관계자는 “학교가 낙찰 예상가격을 공급가격보다 낮게 책정해 놓고 업체들은 예가보다 12% 이상낮춰 응찰하면 기존의 최저 입찰제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부도업체 C사는 산지 농수산물 가격이 납품계약 전보다 올라도 계약서 조항 때문에 추가로 올려 받지 못함으로써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를 적자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도 어음을 발행하면서 거래를 하고있는 부도 위험 업체가 더 있다는 사실은 갑작스런 학교급식 중단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음을 예고해주는 것이어서 종합적인 개선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글_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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