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이익 취득에 얼마나 개입했나?
제3자 이익 취득에 얼마나 개입했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6.11.28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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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개발·운영에 얼마나 관여했느냐 ‘의문’

 

▲ 김 회장 인사말이 수록된 홍보물 책자

▲ 해당 사이트에는 전국영양교사회가 함께 구축했다고 표기되어 있다(윗 사진).그러나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그 내용을 삭제했다(아래 사진).

 

개발업체 관계자 “기획 단계부터 알고 있었다”
김 회장 “참여 안했는데 어떻게 인사말 쓰나”

매일 전쟁터와 같은 조리실과 3평 채 남짓 되지 않는 급식관리실에서 컴퓨터 한 대를 앞에 두고 1분 1초의 시간을 나누어 일을 해도 할 일을 집에 가져간다는 직업. 바로 영양(교)사…

지난 8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조사 및 결과’는 학교급식 영양(교)사들에게 커다란 멍에(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를 씌웠다. 업체의 입찰담합, 급식재료의 부실관리, 학교와 업체의 유착 의혹 등이 연일 방송과 지면을 가득 채웠고 영양(교)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래서일까? 홀로 싸워 버텨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잘못한 영양(교)사는 일벌백계하여 더 이상의 오명은 쓰지 않겠다고. 때문에 전국학교영양교사회 김진숙 회장(서울 양목초)이 특정 업체 사이트 홍보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3자의 이익에 도모했나?”
이번 파문의 핵심은 공무원인 김진숙 회장이 급식관련 민간업체의 영업 사이트 이용을 유도한 것이 부패행위에 해당하느냐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제1장에서 부패행위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뜻한다.

김 회장은 현재 서울 양목초등학교 영양교사로 국가직 교육공무원 신분이다. 전국학교영양교사회장이라는 직책도 현직 영양교사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전국학교영양교사회장이라 함은 자신이 곧 영양교사라는 셈이다. 또한 전국학교영양교사회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대한영양사협회의 분과 조직으로 단순 친목회의 성격은 아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직위를 가지고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의 제품을 홍보하는 사이트 개발에 영양교사로서 런칭에 주도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은 직무와 관련성이 상당부분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현재 사이트는 가입하고 상품 사진을 게재하는 업체에게 유료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 업체인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꼴이다.

본지가 해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현재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 사이트를 개발한 업체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사이트는 하나가 아닌 지역별로 만들어졌고, 현재 다수의 업체들이 가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 회장이 해당 사이트 개발, 운영에 얼마나 깊숙이 관련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이트를 개발한 업체 대표는 지난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작년 경부터 김진숙 회장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했고 인사말도 직접 썼다”고 말했다. 개발 기술자도 역시 “김진숙 회장을 알고 있으며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김진숙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르는 사이트이며, 해당 업체 대표는 만난 적도 없다”고 일절 부인했다. 인사말 작성 여부에 대해서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과의 통화가 끝난 후 사이트를 공동 개발한 운영업체 대표는 본지로 직접 전화를 걸어 와 “해당 인사말은 내가 작성해서 김진숙 회장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사이트 개발업체, 사이트 운영업체 등 당사자의 해명이 엇갈리지만 이들의 말을 취합해 보면 김 회장이 사이트 개발, 운영과 인사말 게재 등에 대해 일부 참여했고 사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사이트는 ‘전국학교영양교사회가 함께 하고 있다’는 소개 문구를 바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트 운영업체로부터 가입을 권유받은 업체 대표 A씨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허술한 부분이 많아 거절했지만 현직 영양교사가 함께 만들었고 권장한다고 해서 솔깃하긴 했다”고 말했다. 또 동일하게 가입을 권유받은 업체 대표 B씨도 “지난 봄에 처음 소식을 들었는데 전국학교영양교사회장이 추천하는 사이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인사말은 본인이 직접 썼든, 본인이 쓰지 않았던 상관없이 대면 홍보 금지로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는 식재료 납품업체들에게 ‘현직 영양교사이면서 전국 학교 영양교사의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솔깃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라는 건 안 하고… ‘이럴려고 회장했나’”

지난 8월의 학교급식 실태조사에서 영양(교)사들이 분노한 이유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데도 제대로 항변도 못했다는 데 있다.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일하면서 학부모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학교 관계자 냉대도 힘들었지만 영양(교)사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잘못된 국무조정실조사에 대해 항의해야 할 전국학교영양교사회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영양교사 D씨는 “영양교사회는 영양교사들이 해명 한마디 못하고 비리집단으로 욕을 먹는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는 그 역할을 외면하고 사기업의 사업 홍보를 하고 있다니 이것은 회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김 회장의 이른바 ‘홍보 인사말’로 의혹을 사고 있는 사이트는 학교급식 실태조사 이후 교육부 후속 조치로 실시된 ‘홍보영양사 대면 금지’ 지침이 내려진 뒤 이 틈을 타 영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트 홍보 책자에서는 ‘경기교육청과 서울교육청 등이 업체의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규제하고 업체 홍보영양사들의 학교 방문도 삼가도록 해 인쇄물 학교 단가표 제공도 전환점을 맞았다’며 온라인 홍보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당시 전국 1000여 명의 홍보영양사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별로 대표를 구성하는 등 정부지침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양사업계에 함께 종사하는 구성원이 이같은 영업 사이트에 지원하고 동참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영양사 E씨는 “전국영양교사들의 대표가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홍보영양사들의 어려움을 틈타 대안으로 개발된 사이트 영업 활동에 직함을 내세워 홍보했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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