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먹을건데…학부모 친환경급식에 대만족
우리 아이들이 먹을건데…학부모 친환경급식에 대만족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3.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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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위주 급식에 학부모들 만족도 98%달해

제5회 친환경농업대상 학교급식 부문 우수상을 받은 이우중학교는 신입생과 학부모 대상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친환경급식의 개념과 그 중요성에 대해 교육한다. 다소 입맛에 익숙지 않은 친환경급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연수원에서 진행되는 친환경급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 현장에 직접 가봤다.

지난달 28일 금요일 오후 8시, 용인 흥국생명연수원에서 이우중학교(이하 이우중) 신입생 학부모들이 모여 동영상을 보고 있다. 작년 9월 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는 ‘이우중의 급식 현장’ 특집 프로그램이다.‘내 아이가 무엇을 먹게 될까’ 궁금해하던 학부모들은 동영상을 통해 잡곡밥, 생선구이, 나물무침, 김치 등으로 구성된 생소한 밥상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나 곧이어 민혜경 학부모 급식운영위원회장이 진행하는 ‘친환경급식의 필요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인다.
특별한 친환경급식을 하고 있는 이우중은 입학식 전에 1박 2일로 ‘신입생 학부모 아카데미’를 열어 참가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 급식 교육을 한다.

친환경급식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통해 학부모들이 친환경급식에 적극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친환경급식을 시도하는 일부 학교들은 아이들이 친환경급식을 싫어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부모들이 나서서 반대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우중은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입학식 전에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결과, 작년 이우중 자체 조사결과 급식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가 무려 98%에 달했다고 한다.이날 ‘신입생 학부모 아카데미’에 참석했던 학부모 박미선(46) 씨는 “처음 이우중학교 급식 사진을 보면서 ‘무슨 급식이 이럴까’ 싶었지만 친환경급식이 아이들 건강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입학한 딸아이 외에 현재 고등학생인 큰 딸도 이미 이우중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박미선 씨는 이 교육에 두 번째 참여하는 셈이다. 박미선 씨는 “아이들이 잘 안 먹는 음식이라 걱정을 했는데, 콩, 현미 등 잡곡을 싫어했던 큰딸이 지금은 잘 먹고 있다”며 “이번엔 입학한 작은딸도 학교에 들어가면 입맛이 바뀔 것으로 기대 된다”고 전했다.

껍질째 먹는 과일과 육류 섭취는 주 1.5

이우중 급식은 특별하다. 일단 쌀부터 백미가 아닌 오분도미를 쓴다. 오분도미는 쌀겨층의 절반만 벗겨 쌀눈이 남아 있도록 도정한 쌀로 발아점이 살아 있다. 이러한 오분도미를 기본으로 잡곡을 20% 정도 섞어 오곡밥, 현미밥 등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아이들이 잘 안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압력밥솥으로 지어 맛있다고 한다. 6개의 커다란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는 장면은 이우중 급식실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광경 중 하나다.
채소와 과일은 삼도생협과 직거래를 통해 무농약 농산물만 공급받아 사용하고 학생들에게는 껍질째 먹게 한다.가공하지 않은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가공식품은 ‘1회용 김’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생협의 미강유, 국내산 천일염, 유기농 설탕, 생물 생선, 100% 국내산 식재료로만 담근 김치 등 기본부터 친환경 식품으로 꼼꼼히 챙긴다.
특히 튀김요리는 가급적 자제한다. 어쩔 수 없이 튀김을 할 경우 식용유는 채소 조리시 1회, 육류 조리시 2회사용하고 바로 폐기한다. 생선은 반드시 굽는다. 데치거나 삶는 요리를 주로 해 학생들에게 기름기 있는 메뉴는 가급적 제공하지 않는다.
육류는 주 1.5회로 제한하고, 육류 제공 시 동량의 채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애초 육류는 주 1회를 제공하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하지만 육류 메뉴가 너무 적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어서 1회는 고기만, 2회는 국에 고기를 넣는 식으로 다른 재료와 섞어 조리해 0.5회가 추가됐다고 한다. 이우중은 식재료를 잘 살린 전통적인 한식 위주의 급식을 한다. 급식은 자율배식으로 하며, 편식을 없애기 위해 부분적으로 강제 정량배식을 병행하고 있다.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정 두배

2003년 9월에 개교한 이우중은 친환경급식을 위해 개교 초기부터 ‘급식개설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원 4명, 교사 1명, 영양사 1명으로 구성된 ‘급식개설준비위원회’는 오랜 준비를 거쳐 2004년 9월부터 친환경급식을 시작했다.
유별난 급식이다 보니, 송덕희 영양교사는 신입생들에게도 친환경급식 교육을 한다. 입학 초 급식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바른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급식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신입생 학부모 교육은 급식개설준비위원이었던 민혜경 급식위원장이 5년째 맡아 하면서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이우중의 친환경급식은 영양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우중 학부모들은 입학식날, 직접 학교급식을 먹어본다. 이런 급식체험을 통해 학부모들은 친환경급식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학부모들은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하는 전체 학부모 연수 및 단합대회를 통해 급식을 맛볼 수 있다. 한편 이우중 학부모들은 1년에 1번 급식도우미로 학교급식에 참여해야 한다.
학교 측이 학부모들을 급식의 이념을 이해하고 함께 만드는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환경급식의 내용을 가정에서도 이어서 실천해야만 식습관 개선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우중은 학부모 급식도우미 봉사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은 빠질 수 있지만 학부모들의 참여율은 거의100%라고 한다.

▲ 민혜경 학부모 급식운영위원회 위원장
학부모들 급식에 적극 참여”

이우중학교가 개교한 첫해에 민혜경 급식위원장의 큰아들이 입학했고, 지금은 작은아들이 2학년생으로 다니고 있단다. 그러니까 민 위원장은 5년째 이우중 친환경급식에 힘쓰고 있는 셈이다.
이우중에는 학교급식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와 심의의결을 하는 학교 산하기구인 ‘학교급식위원회’뿐만 아니라 특별한 학부모 자치 조직이 있다. 바로 ‘학부모 급식위원회’다.
민혜경 급식위원장은 “학부모 급식위원회는 학부모 급식 도우미 편성이나 모니터링, 식재료 검수, 산지 방문 등 실질적인 급식 업무를 맡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급식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학부모 급식위원회는 연초에 고추장을 담그고, 초여름에는 매실차나 각종 양념으로 사용하는 매실을 절인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도 급식에 사용하는 간장과 된장을 만들거나, 김치를 담그는 등의 특성화 수업을 받고 있어 친환경급식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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