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랑반’ 운영하는 서울 화계초등학교
‘건강사랑반’ 운영하는 서울 화계초등학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10.24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아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학교에서 비만 아이들을 위한 건강교실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 화계 초등학교는 올해 ‘건강사랑반’을 운영하면서 직접 실험을 통해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가르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악줄넘기로 부족한 운동량도 채우고 비만 관리도 하고 있다. 영양교육의 모범이 되고 있는 화계초등학교를 다녀왔다.

“바나나우유의 당도는 얼마죠?”
당도측정기에 표시된 눈금을 확인한 아이들은 일제히 “13브릭스요”라고 외친다.

지난 9월말 서울 화계초등학교 과학실. 건강사랑반 아이들이 모여 열심히 바나나우유에 대한 영양성분을 분석 중이다. 당도측정기 맨 끝에 스포이트로 바나나우유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렌즈를 통해 살펴보면 파란색 판이 서서히 흰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멈춘 곳의 눈금을 보고 당도를 맞추는 것이다. 당도 측정이 끝나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천연 바나나우유 만들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바나나우유를 만든다는 사실에 잔뜩 들떠 있었다. 믹서에 바나나를 넣어 잘게 간 후 비커에 담고 흰 우유 50㎖를 붓는다. 우유와 바나나가 잘 섞이게 저은 후 다시 당도를 측정해 보니 이번엔 15브릭스가 나왔다.
궁금증이 생긴 5학년 정성호 군은 “천연 바나나우유가 당도가 더 높은데 맛에서는 왜 일반 바나나우유가 더 달고 맛있나요?”라고 물었다. 성정림 영양교사는 “좋은 질문이에요. 문방구에서 사먹는 바나나우유는 우리 입맛을 자극하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어요. 단맛은 물론이고 바나나 향도 식품첨가물로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러니 바나나만 들어간 우유는 맛이 없을 수밖에 없어요”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옆 모둠에서 실험을 하던 5학년 조윤교 양이 손을 번쩍 들고“그럼 바나나우유는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에는 나쁘겠네요”라고 물었다. 성 영양교사는 “네 맞아요. 천연재료로 만든 바나나우유에는 없는 방부제나 색소, 맛을 내는 향료 등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 이론과 실습 동시…교육효과 높아

화계초등학교 건강사랑반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이와 같이 식품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통해 영양교육을 받고 있다. 올해 건강교실 시범학교로 지정된 화계초등학교는 성북교육청에서 유일하게 영양교육을 하고 있다.이 학교의 경우 지난 해 비만아동의 비율은 전체 1,745명 중30%(남 17%, 여 13%)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 때문에 비만아동에 대한 건강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식품관련 정보를 제공해 아이들 스스로 유해식품의 위험성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건강사랑반을 이끌고 있는 성정림 영양교사는 “건강사랑반은 영양교육과 함께 비만아동들의 건강관리까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이 커 초기보다 참여한 아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가정에서는 기본적인 식생활교육에 소홀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부모 대부분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방과 후 먹을거리에 대한 지도가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창 군것질을 좋아할 나이에 인스턴트식품,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비만아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이유다.
성 영양교사는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모들에 의한 식생활교육이 미흡한 현실도 문제지만 학교 앞에 들어서 있는 각종 위해음식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환경적인 문제까지 꼬집었다. 그는 학교급식 과정에서 좀 더 심도 있고 다양한 건강·교육이 병행되면 기본적인 식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양교육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먹을거리에 대한 좋고 나쁨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주3회 줄넘기 수업도 병행

화계초등학교 건강사랑반 아이들은 영양교육 외에도 특별수업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아침 8시10분이면 어김없이 학교 내에 있는 실내체육관에 모여 음악줄넘기를 한다. 이 수업은 건강사랑반 아이들 중 비만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개인별로 체중 및 비만도, 체지방 등을 측정해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줄넘기 수업을 위해 ‘음악줄넘기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성정림 영양교사는 건강교실에 대한 열의가 높다. 그는 “평소 급식에 쓰는 식재료 검수를 위해 7시30분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 줄넘기 수업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아침시간이 조금 바쁘기는 하지만 줄넘기 수업으로 인해 비만 아동들이 살을 빼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신감 있게 변하는 모습에 절로 신이 난다”고 밝혔다. 이달 중 열릴 서울시교육청 주최의 음악줄넘기 대회에 아이들을 참가시킬 예정이다.
건강교실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여름방학기간에 잡혀 있던 체험캠프가 ‘신종인플루엔자A’로 인해 취소돼 학부모와 함께 할 기회를 놓치게 된 것. 성 교사는 “아이들의 건강관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캠프를 기획했었는데 취소돼 아쉽다”며 “하반기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다 함께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정림 영양교사

비만 아동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

화계초등학교의 급식 인원은 교사 포함 총1,690명이다. 이 학교 성정림 영양교사는 점심 준비 하나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건강사랑반’ 수업만큼은 꼼꼼하게 챙긴다.
“벌써 1년이 다 됐네요. 아침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할 비만 아이들과 운동장을 뛰면서많은 것을 느꼈어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학부모들이나 학교에서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죠.”비만 아동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맞벌이 가정에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학교 정문을 열고 나가면 불과 3m 거리에 불량식품 판매 업소들을 만날 수 있다. 고열량에 당도가 높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에 쉽게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만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정림 영양교사는 어린이들의 학교지도는 물론 점심시간에 교문을 통제해 식사시간만이라도 위해식품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비만은 생활습관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건강사랑반을 통해 영양성분에 대한 지식을배우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1년 가까이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성 영양교사는 “건강교실은 요즘 아이들의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인 만큼 좀 더많은 학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전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양수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