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정책에 속 끓고, 드러난 비리에 속 앓고
부실한 정책에 속 끓고, 드러난 비리에 속 앓고
  • 정지미, 이의경 기자
  • 승인 2016.12.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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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2016년 단체급식 10대 이슈

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급식현장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eaT 납품업체 수수료 부과, 병원 직영가산제 폐지 철회, 급식업체 대면홍보 금지 등 급식 관련 정책들로 인한 혼란도 이어졌다. 그리고 외국인보호소 영영사의 자살과 전국영양교사회 김진숙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영양(교)사들의 울분도 울려퍼졌다. 올 한 해 동안 본지가 추적했던 현안 중에서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eaT 수난 … ‘폐지론’ 등장

 

올해 시작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 부과 방침을 발표해 학교급식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aT는 수수료 부과를 4월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편 본지는 4월 수수료 부과를 앞두고 진행한 eaT 김장래 소장과의 인터뷰(187호, 3월 14일)에서 eaT의 위장업체, 유령업체 문제의 심각성과 쉬운 납품업체 등록방식을 지적했다. 결국 대전·대구·울산 등 지역에서는 eaT 납품업체들이 집단적으로 수수료 부과를 거부하면서 식재료 납품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려한 학교급식 대란은 없었다.

한편 올해 유독 많이 발생한 eaT 납품업체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급식 관련 시민단체 중심으로 ‘eaT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다. 

 

서울우유 ‘150원’ 입찰논란

 

올 2월 서울우유가 학교 우유급식 입찰에서 제조원가 보다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해 ‘가격 후려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우유는 200㎖ 한 팩에 150원을, 경쟁업체 3곳은 각각 200원, 230원, 380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는 ‘업계 1위 지위를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로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올 한 해 내내 학교 우유급식 입찰방식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2015년부터 정부가 최저 입찰제로 변경한 학교 우유급식을 이전처럼 정부고시 단가인 430원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 고정 단가제는 2015년 감사원의 지방교육청 감사지적에 따라 최저입찰제로 변경됐다.

2016년 시작과 함께 문제가 된 학교 우유급식 입찰방식 논란은 올해가 저물어가는 현재에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급식종사자 ‘급식비 징수’ 찬반

 

본지는  ‘영양사의 점심, 검식인가? 식사인가?(179호, 15년 11월 9일)’라는 제목으로 영양사의 급식비 징수에 대한 심층 기획보도를 한 바 있다.

 

지역교육청에 따라 제각각인 급식비 징수의 혼란을 밝히며, 급식비 징수는 자칫 급식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론을 전달했다. 또 검식 의무가 있는 영양사가 업무를 위해 먹는 급식에 급식비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올 2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는 부산교육청 앞에서 급식비 징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교육청이 3월부터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월 7~8만 원의 급식비를 징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확인결과 부산교육청은 영양사에게는 ‘법에 명시된 검식은 고유의 업무’라는 이유로 급식비 징수를 철회하였으나 조리종사원들에게는 여전히 급식비를 징수하고 있다.

 

급식비리… 영양(교)사 집단 상실감

 

2016년 충암고 급식비리는 학교급식 신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학교급식은 지자체의 단속과 감사 때마다 홍역을 앓는 등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서 각종 학교급식 비리가 쏟아져 나왔다. 형태도 다양했다. 업체들의 입찰담합과 페이퍼 컴퍼니는 기본, 영양사와 업체 간의 짬짜미부터 영양사단체와 업체 간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영양(교)사들은 “영양(교)사 전체가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부터 학부모, 교직원, 행정실 직원등 모두에게 눈치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지난 11월 28일자(204호) 본지에 전국영양교사회 김진숙 회장의 사기업 홍보 지원 등 부적절한 처신이 보도된 이후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병원 직영가산 ‘6개월의 해프닝’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병원 입원환자 식대수가 관련 직영가산 폐지 방침을 6개월여 만에 철회하기로 했다.

 

직영가산 폐지 후 의료기관의 경영 손실 및 식사의 질 하락 등으로 의료계가 식대수가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양사·조리사의 일자리 축소 문제가 예상외로 컸던 것도 한 몫 했다.

식대수가 개편 후 병원 소속의 영양사는 5808명에서 5631명으로 177명 감소했고 조리사는 8194명에서 7875명으로 319명이 줄었다.

줄어든 인력 중에서 직영기관 소속 영양사는 86%, 조리사는 96%에 달했다. 

하지만 아직도 영양사와 조리사의 복귀율은 폐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상담, 약사에게 뺏길 뻔

 

8월에는 대한약사회의 영양상담 캠페인이 현직 영양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약사회가 모 제약회사와 함께 약국 내 영양상담 활성화 캠페인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양사협회가 8월 23일 약사회와 조율에 나서 명칭 변경과 영양상담 내용 삭제 등에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다. 

‘영양·식생활 교육 및 상담’업무는 현행 국민영양관리법 제17조 제1항에 의거한 영양사의 법적 직무이다. 약사의 영양상담은 영양사의 법적 직무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약사회에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약사회는 기존 ‘영양상담 캠페인’에서 ‘올바른 영양제 선택과 복약을 위한 약국 상담 캠페인’으로 명칭을 바꾸고 보건·의료직종 간 업무영역을 상호 존중키로 합의했다.

 

교육부 시정사항에 ‘현장 경악’

 

8월 29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급식실태 점검결과’에 따른 교육부의 후속조치가 졸속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학교급식 현장은 상실감에 몸살을 앓았다.

 

총 7가지 시정사항은 ▲학교급식 만족도 학교 홈페이지 공개 ▲업체와 학교 간 대면접촉 홍보행위 금지 ▲학교급식 관리 책임자 교장·교감·행정실장 확인절차 의무화 ▲계약방법 등에 대한 지방계약법령 준수 철저 ▲학교급식비 목적 외 사용금지 ▲계약법령을 위반 처벌강화 ▲식품위생법 위반업체 학교급식 입찰 참여제한 이행 철저 등이다.

대면접촉 홍보행위 금지 외에는 학교급식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수준으로 당연히 지켜지고 있는 사안들이다. 다수의 영양(교)사와 지역교육청 담당자들까지도 “학교급식에 대해 다른 부처는 모른다 해도 교육부가 이럴 수 있냐”고 황당해 했다.

 

대면홍보 금지 ‘후폭풍’

 

국무조정실의 급식비리 실태 발표이후 교육부는 식재료 공산품 등의 업체와 학교 간 대면접촉 홍보행위를 원칙적 금지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이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계에 폭탄이 됐다.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내린 공문(대면홍보금지 안내문 부착 지시)이 대면홍보 금지 시행의 신호탄이 됐다.

이로 인해 홍보영양사들 1000여 명이  교육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대외 활동을 전개했다.

교육부는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홍보방법이었던 대면접촉을 금지하면서 기업의 존폐 여부와 함께 홍보영양사들의 생존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실제 현재 중소기업 대부분은 10~30%까지 매출이 급감해 인력을 축소하는 분위기이며 반면 대기업의 매출은 신장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식당, 대기업 제한 폐지

 

중소업체 육성차원에서 시행됐던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참여 제한조치가 별다른 실효 없이 5년 만에 폐지됐다.

 

기획재정부(장관 유일호)는 9월 9일 주요 부처 산하 공공기관 280여 곳에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소·중견업체 참여 확대 관련 특례변경 공문을 하달했다. 내용은 상주 인원 1000명 이상 공공기관 구내식당에 대기업 입찰제한 규제를 폐지한다는 것.

정부는 지난 2012년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계열 소속 대기업이나, 거기서 분리된 친족이 50%이상 지분을 보유한 중견기업에 대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사업자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중견기업과 외국계기업이 공공급식시장을 과점하는 문제가 드러나 대기업의 제한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2019년 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되며 3년 뒤 정부는 해당 규제의 존속여부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단체급식 첫 영양사의 자살

 

10월 23일 청주외국인보호소 영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언론은 영양사의 횡령을 자살 원인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본지가 유족 등과 만나 취재한 결과 불합리한 관행에 의해 영양사가 희생되었던 것을 밝혀냈다.

 

사건발단은 보호외국인 급식으로 사용되어야 할 식재료를 직원급식에 전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본지 확인결과 식재료 전용은 보호외국인 급식과 직원급식을 동시에 운영해야 했던 영양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구조였다. 직원수 전체 분량을 매일 준비해야 했지만 실제 식수인원은 알 수 없어 매번 차액은 영양사의 몫으로 넘겨졌던 것. 급식비 또한 후불로 결제되는 방식이었다.

수차례 개선을 요청했지만 받아지지 않았고, 문제가 되자 영양사는 각종 조사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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