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하나하나 꼼꼼…“집밥맛 그대로
식재료 하나하나 꼼꼼…“집밥맛 그대로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10.01.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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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만족도 1위 ‘서울과학고등학교’식단에 학생들 의견 반영…졸업 후에도 ‘추억’ 꼽아

얼마 전 한 교육업체가 서울지역 219개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급식만족도 조사에서 서울과학고등학교가 재학생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5점 만점에 4.8점을 받은 것.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해 이목을 끈 서울학고등학교 급식의 숨은 비법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과학고등학교를찾았다.

오후 12시,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학교식당에 학생들이 몰려든다. 맛있는 반찬을 먹기 위해 뛰어오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식판 가득 수북이 쌓아서 먹는 폼이 ‘그냥 먹는다’가 아니라 ‘맛있게 먹는다’는 느낌이다.학교 특성상 2~3년간 기숙생활을 하며 하루 3끼를 날마다 학교식당에서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이 ‘추억의 맛’으로 꼽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식단을 주의 깊게 살폈지만 특별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기자의 이런 궁금증은 황순녀 영양교사와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매일 식재료 검수

서울과학고등학교의 급식철학은 ‘집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다. 지난 1989년 개교한 이래 직영으로 운영해 온 서울과학고의 급식은 철저하게 자녀들의 의견을 반영한 학부모회가 중심이 돼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학교에서 신경을 쓴다 하더라도어머니의 정성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식재료부터 반찬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긴 부모들의 마음이 음식을 통해 전달됐기에 학교급식이라 할지라도 집에서 먹는 그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식단하나를 짜더라도 학생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뉴를 구성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학부모와 학교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학부모회 모임인 ‘예지원’의 역할이 크다. 예지원 소속 학부모들은 5~6명씩 매일 나와 식재료 검수 및배식,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학부모들이맡아오던 배식을 도우미 4명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식재료 검수는 학부모들의 몫이다.

끊임없는 의견 수렴

 맛으로 승화식재료 구입은 조달청 정부구매사이트(이하 G2B)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서울과학고에 식재료를 납품하려면 최소 초등학교 10군데 이상 납품한 실적이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선정과정부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황 교사는 “G2B를 통해 구매하기 때문에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오해를 방지할 수도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값에 양질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서 좋다”며 “이렇다보니 급식업계에서 ‘서울과학고등학교에 납품한다’는 말이 품질보증처럼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이 먹는급식의 식재료 원산지 및 영양과 급식비 사용내역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철저한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이렇듯 학부모와학교가 힘을 모으다 보니 작은 비용이라도 허투로 쓸 여지가없다. 주방 조리원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 1
989년 개교 이래 아직까지 근무하고 있는 조리원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일에 만족도도 높고 다른 곳에 비해 처우도 좋다.황 교사는 “20년간 묵묵히 주방을 지켜온 조리원들이 있을 정도로 학교급식에 대한 조리원들의 애정이 남다르다”며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훌륭한 아이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커간다는 기쁨이 이제는 다양한 조리 기술로 축적돼 노하우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열정은 자연스럽게 ‘수제화’로 발전됐다. 김이나 소시지, 냉동식품을 사용하면 조리하기도 편하고 값도싸겠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직접 만들어서 제공한다. 포크커틀렛과 생선가스, 스파게티 등이 대표메뉴인데, 특히 토마토를 삶아 직접 소스를 만들어 내놓는 스파게티는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메뉴로 손꼽힌다.

◆ 매끼 나오는 과일, 껍질째 제공

하지만 고민도 많다. 아이들이 여느 청소년들과마찬가지로 LA갈비를 비롯해 갈비찜, 편육, 닭 바비큐, 장어, 새우튀김 등 육류 위주의 식단을 좋아하고 야채나 나물 반찬을 싫어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특히 남학생들이 육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여학생일수록 채소 등 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황 교사는 “나물종류 중에서도 시금치와 같이 파란 채소들을잘 안 먹고 생선류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반면 고기반찬이 나오면 밥 대신 반찬만 수북이 쌓아서 먹는 학생들이 많아 늦게먹는 학생들의 반찬이 떨어져 부리나케 조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에 치우친 영양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삼겹살 등이 나올 때에는 반드시 식탁에 상추와 깻잎, 오이, 쌈장을 놔둬 같이먹도록 한다. 조리법도 양념에 고기를 재웠다가 조리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살코기를 소금과 후추로 재워 오븐에 굽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끼니때마다 과일도 빠지지 않고 제공한다. 껍질을 깎아 가지런히 잘라놓은 과일만 먹어오던 학생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해사과를 껍질째 잘라 씨만 빼고 제공했는데 반응이 괜찮아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고 한다.

▲ 황순녀 서울과학고등학교 영양교사
“영재들 먹이는 일에 피곤함도 잊어”

황순녀 영양교사는 서울과학고등학교의 학교급식이 최고로 꼽힐 수 있었던 데는 ‘학부모와 학교 간의 조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황 교사는 “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님들의 관심이 무척 높다”며 “먹는 것만이라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이고싶지만 여의치 않으니 자연스럽게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학교급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어떤 학생이 집에 가 밥을 먹는데 어머니에게 ‘엄마 음식솜씨가 학교음식보다 맛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대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속상하시겠지만 가정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게 평가해줬다는 데 나름의 자긍심을 느끼죠.”하지만 부모님들의 높은 관심 때문에 힘든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황 교사는 “404명에달하는 인원의 아침, 점심, 저녁, 간식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많기는 하다”며 “하지만 최고의 영재들에게 최고의 음식을제공한다는 즐거움이 피곤한 일들을 잊게 한다”고 답했다.
황 교사의가장 큰 바람은 집 떠나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식사시간 만이라도 집에서 먹는 편안함을 느끼게해주는 것.

황교사는“자녀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던 한 아버지가 찾아와 ‘생일 급식을 해줄 수없겠냐’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는데 원칙적으로 특정 학생을 위한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가없어 못한다고 말씀드렸지만 그 학생의 생일날 미역국을 내놔 아버지의 마음을 작게나마 전해드렸다”고 말했다.그녀의 말에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마음이 통했기에 급식만족도 최고의 학교로 꼽히게 된 것 아닐까.

전진호 객원기자 info@fsnews.co.kr 사진_양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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