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최고조… “급식, 영양(교)사가 알아서 해야 일” 쓴 웃음
불신 최고조… “급식, 영양(교)사가 알아서 해야 일” 쓴 웃음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7.01.10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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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에게 직접 물었다. 학교급식 무엇이, 왜 문제인가!

학교급식? 문제도 해결도 교육부에 있다!

"학교급식이 제일 골치 아프다” “영양사가 되어도 학교는 안가는 게 맞다”
단체급식 전문지 기자로서 지난 8년간 다양한 분야의 급식소를 탐방하고 관계자를 만났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자가 단체급식 관계자들에게 듣는 말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욱 많다.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급식은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급식 관계자들은 사회의 관심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왜 이들에게 늘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학교급식 운영의 중심에 있는 영양(교)사들에게 물었다. 학교급식! 무엇이, 왜 문제인지…


<설문조사 개요>

·진 행:대한급식신문사
·대 상:전국 학교 영양(교)사(무작위)
·기 간:2016년 12월 27일~2017년 1월 6일
·참 여:총 269명/영양교사(121명), 영양사(148명)
·방 법:메일, 팩스 회신


학교급식, 교육부 정책 ‘문제 있다’ 부정 평가 ‘88.39%’
영양(교)사, 학교급식 문제 1위 ‘맛 중심 만족도 조사’

본지는 2016년 1월 신년호(1월 11일자, 183호) 기획으로 학교 영양(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전국 학교 영양(교)사의 직무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으로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0%를 기록했고, 64%는 ‘다시는 영양(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딱 1년이 지난 2017년 1월, 본지는 다시 학교급식 영양(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집계결과 영양(교)사들은 ‘학교급식의 문제점과 해결점 모두 교육부로부터 시작한다’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제도 교육부로부터 시작하고, 해결도 교육부에서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학교급식의 중앙 컨트롤타워인 교육부. 영양(교)사들은 교육부의 학교급식 관련 정책 및 행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저 그렇다’38.39%, ‘잘 못한다’36.61%, ‘너무 못한다’13.39%로 응답자의 88.39%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교육청에 대한 학교급식 관련 정책 및 행정 수행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저 그렇다’50.89%, ‘잘 못한다’13.39%, ‘너무 못한다’6.25%로 응답자의 70.53%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지만 교육부와 비교 시 18%P가량 차이가 나 영양(교)사들은 그나마 교육부 보다는 교육청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영양(교)사들의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불신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교급식 현장 이해 및 파악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너무 모른다’20.54% , ‘잘 모른다’31.25%, ‘그저 그렇다’32.14%로 83.93%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게 대답한 이유에 대해 영양(교)사들은 거의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급식의 전문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학교급식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에 빠져있다는 것.

설문지 양식에 추가로 자신의 의견을 4페이지 분량으로 남긴 한 영양사는 “현재 학교급식의 매뉴얼은 한마디로 영양사가 아는 인맥을 통해 직접 물어보고 확인해서 알아서 하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며 최일선에서 총괄운영과 책임까지 지고 있는 영양(교)사에게서 현행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한 영양교사는 “교육부가 학교급식에 대한 철학도 전문성도 없어서 영양(교)사들에게 방향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급식이 각계각층의 주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라며 “교육부를 지켜봐 온 결과 책임회피를 위한 정책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질타했다.

그렇다면 영양(교)사가 생각하는 가장 큰 학교급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학교급식 정책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1위로 학생들의 입맛 중심으로 진행하는 ‘만족도 조사’가, 2위로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는 ‘교육부의 위생 점검’이, 3위로는 사전 예방없이 결과만 중시하는 ‘식중독 사고’ 관리체계를 지적했다.

그 외에도 ▲느슨한 제도·규제로 인한 ‘업체들의 불성실’과 납품 및 비리 ▲‘무상급식’으로 인한 회계정산 및 식재료 사용 간섭(제한) ▲비전문가인 ‘학부모 및 단체’의 빈번한 참여 ▲식품을 다루는 급식에 적용하기 어려운 ‘지방회계법’ 등이 문제라고 답했다.

 

‘급식 외 행사 동원’ 압도적 1위… “우리 업무 아냐”
급식에 가장 문제? 영양사답게 일할 수 없는 환경

이번 영양(교)사들이 뽑은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1위부터 3위까지 바라보면, 결국 일차적으로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가 스스로가 합당한 테두리(법, 지침, 매뉴얼 등) 안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미 학교급식 영양(교)사들의 업무 과부하가 공론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영양(교)사 업무 중 가장 먼저 제외해야 할 업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급식 외 각종 행사 지원’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우유급식 관리’, 3위는 ‘학교 내 물관리’였다. 다음으로 ▲무상급식 정산 ▲급식실 위험청소 관리(천정, 후드, 환풍구 등) ▲급식실 안전관리 ▲식재료 시장가격 조사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설문에 응한 영양(교)사들은 학교장의 올바른 급식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한 영양사는 “전문가인 영양(교)사에 의해 급식이 이뤄지기 보다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교장의 방침과 의지에 따라 휘둘리다 보니 급식운영에도 문제가 생기고, 영양(교)사들이 급식 외 각종 행사에도 동원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영양(교)사들이 학교급식 운영에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룹은 어디일까? 1위는 교육부, 2위는 납품업체, 3위는 교육청이었다. 학교급식의 중심축인 교육부와 교육청이 오히려 영양(교)사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영양사는 “급식업무는 영양(교)사 혼자서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거의 이뤄지지 못한다”며 “궁극적으로 교육청의 문제는 또 다시 교육부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학교조직 내 인정받고 있다 34.33% 불과
영양(교)사, '저기요' '이모' '누나'로 불리기도

영양(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 ‘학교 조직에서 영양(교)사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38.39%가 ‘보통이다’고 답했다. ‘매우 인정받고 있다’(3.57%), ‘인정받고 있다’(30.76%) 등 34.33%의 영양(교)사는 학교 조직에서 급식운영 총괄자로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6.78%(‘인정받지 못한다’(22.32%),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4.46%))는 영양(교)사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급식운영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 조직 및 학부모에게 영양(교)사로서 의견과 입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도 물어봤다. 이에 대해 1.79%만이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고 43.75%는 ‘필요한 만큼 하고 있다’로 집계됐다. ‘보통이다’는 40.18%였다.

반면 ‘전달하지 못한다’ 9.82%,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 4.46%로 나타났다. 결국 54.46%가 원활한 의사소통은 하지 못하는 셈이다. 영양(교)사의 의사소통 능력과 환경은 원활한 급식운영에 가장 핵심으로 업무상 각종 의견과 입장을 전달할 수 없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의견·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1위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시간·마음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2위는 ‘홀로 의견 개진 시 돌아올 조직적 대응’, 3위는 ‘조직 내 혼자라는 소외감 및 부담’이 이유였다.

급식업무 자체도 방대한 상황에서 학교조직 내 영양(교)사로서의 위치도 굳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자신감까지 떨어진 상태. 영양(교)사들의 직무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심각하다’ 41.07%, ‘매우 심각하다’ 35.71%로 10명 중 8명(76.78%)은 극심한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저 그렇다’ 19.64%, ‘별로 없다’ 4.46%, ‘전혀 없다’ 0%로 나타났다.

이런 영양(교)사들의 직무스트레스는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을 미친다’ 50.00%, ‘매우 영향을 미친다’ 34.82%로 ‘그저 그렇다’8.04%와 ‘전혀 영양을 주지 않는다’ 0%와 비교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영양(교)사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영양(교)사를 대변하고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조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60.77%, ‘있다’ 39.23%를 나타내 영양(교)사들이 학교 조직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은 더 극심한 것으로 관측됐다.

끝으로 본지는 영양(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지 주관식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32.08%가 ‘선생님’(쌤 포함)으로, 21.26%가 ‘영양사 선생님’(영양선생님 포함)으로, 12.64%가 ‘영양사님’으로, 2.30%가 ‘급식실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었다. 총 68.28%는 영양사 고유의 업무가 드러나는 호칭으로 불리는 셈이다.

반면 12.07%라는 낮지 않는 비율의 학생들이 ‘아줌마’로 영양(교)사를 부르고 있었고, 7.47%는 이모, 6.90%는 ‘누나(언니 포함)’로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3.45%는 ‘저기요’, 1.72%는 ‘조리사 선생님’이라고도 부르고 있었다.

학교급식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관계자들조차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학교 내에서 ‘영양선생님’이라는 이미지와 역할의 주지가 제대로 된 학교급식 업무수행을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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