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밤’ 아니지 말입니다, ‘건강식’이지 말입니다”
“‘짬밤’ 아니지 말입니다, ‘건강식’이지 말입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1.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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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군급식 요리경연대회 ‘장병 COOK CRUSH’ 열려 공군 ‘독한 녀석들’, 잔반 재활용한 독창적인 메뉴로 대상

더이상 ‘짬밥’이길 거부한다. 군급식의 최고봉을 보여주겠다”

지난달 22일 국방부 근무지원단 다목적홀은 ‘열기’로 가득 찼다. 군장병들이 내는 뜨거운 참여 열기와 함께 진짜 ‘불’이 내는 열기가 더해져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국방부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군급식 요리경연대회인 ‘장병 쿡 크러쉬(COOK-CRUSH)!’ 가 장병들의 열띤 참여 속에 열렸다. 5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참신하고 맛있는 군대 요리를 발굴하고 요리사를 꿈꾸는 병사들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일찍부터 각 군에서 예선을 거쳐 뽑힌 군급식의 ‘대가’들은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본 경연대회를 준비하며 결의를 다졌다. 참가팀은 육군 3개팀, 해군과 공군에서 각 2개팀, 해병대 1개팀 등 각 군에서 선발된 8개팀(팀당 4명).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장외대결도 뜨거웠다.

이미 2년 연속으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해병대팀과 공군팀을 응원하기 위해 소속 군인들은 응원피켓과 현수막을 준비해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을 보냈다.

 대회는 각 팀이 돼지고기, 닭고기, 오징어를 이용한 자유메뉴 1개와 기존 군급식 조리법 개선을 위해 실제 군에서 제공되는 요리(잡채류, 탕수류, 해산물 활용 요리류) 중 한가지를 택하는 지정메뉴로 진행됐다. 주재료뿐만 아니라 조미료와 요리설비 또한 군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것으로만 한정했다.

경연의 제한시간은 70분. 사회자의 호령과 함께 장병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리경연대회의 심사기준은 색채와 맛 등 ‘요리’로서의 완성도, 제출한 레시피 구현도, 독창성 등이었고 무엇보다 단체급식화 가능성에 높은 점수가 걸려있었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해병대팀은 표고버섯 가지탕수와 오징어해물 야끼우동을 준비했다. 전통적인 탕수육 제조비법에서 돼지고기 대신 버섯과 가지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밀가루옷을 입혀 튀긴 버섯과 가지는 생김새부터 식감까지 거의 비슷해 색다른 맛을 주는 동시에 건강까지 챙긴 메뉴로 주목받았다.

‘된장드레싱과 해산물을 곁들인 김치샐러드’. 메뉴명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팀은 해군 작전사 해양정보단 신세기함의 ‘엔(N)돌핀’ 팀이었다. 이 팀의 히든카드는 이른바 ‘된장 드레싱’. 된장과 식초, 식용유, 볶음참깨, 설탕으로 만든 된장 드레싱으로 메인재료를 둘러주면 완성.

공군 20비행단의 ‘독한 녀석들’은 잔반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대표로 내놓은 음식은 ‘떠먹는 밥피자’다. 찬밥을 피자도우로 사용해 채소와 버섯, 해산물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 주걱이나 숟가락을 이용해 ‘떠먹는’ 형태를 선택해 보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육군 2작전사령부 ‘충장 B.C’팀은 두부와 오징어를 조합한 요리를 준비했다. 두부의 부드러움과 오징어실채의 쫄깃함, 튀겼을 때의 바삭함을 노렸다. 반죽의 모양을 동그랗게, 한 입 크기로 튀겨내는 것이 포인트다.

70분이 모두 지난 후 전문 심사위원과 급양관계자, 어머니모니터링단과 장병들이 직접 시식을 하며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8개팀 중 대상에는 공군 20비행단의 ‘독한 녀석들’ 팀이 선정됐다. 이들은 독창성과 단체급식화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잔반을 재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주된 선정의 이유가 됐다.

 대상을 받은 ‘독한 녀석들’ 팀에게는 국방부장관 상장과 상금 150만 원이 주어졌고 최우수상 2개팀에게는 상금 100만 원씩이 주어졌다. 이날 우수한 평가를 받은 요리는 앞으로 실제 군급식 메뉴로 활용될 예정이다.

 

인터뷰 - 공군 20비행단 ‘독한 녀석들’
“영양 고려한 메뉴선정, 대학 교수 자문 받아”

▲ 왼쪽부터 송준근 병장, 안희제 상병, 석영민 주무관, 지석원 상병, 김강산 상병
“우리가 대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송준근 병장)

군급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공군 제20비행단 ‘독한 녀석들’ 팀은 석영민 주무관을 중심으로 메뉴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준비해왔다. 타 요리경연대회를 참고하면서 메뉴와 시간 배분을 고민했고 메뉴 구성과 영양소에 대해서는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고, 수없이 반복했던 레시피를 제대로 실현한 것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지석원 상병)

이들이 가장 높이 평가받은 부분은 아이디어였다. 심사위원들은 이날 참가한 장병들의 조리태도와 위생상태 유지 등에서 모두 합격점을 줬고 결정적으로 대상을 가른 요인은 ‘잔반 활용’이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송준근 병장은 “메뉴는 주무관님과 팀원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했다”며 “모두가 이번 대회 대상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고 남은 군생활 동안 장병들을 위한 급식메뉴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 - 홍소진 요리연구가·오금자 조리기능장

“맛·영양·태도와 위생, 종합적으로 우수”

▲ 홍소진 요리연구가(좌)와 오금자 기능장
“높아진 수준에 놀라… 더 이상 ‘짬밥’이 아니다” 군급식 요리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홍소진 요리연구가와 오금자 조리기능장. 군장병들의 조리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두 사람은 심사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감탄했다”는 소감부터 내놓았다. 홍 요리연구가는 “장병들의 자세나 위생유지, 메뉴개발 노력이 모두 최고수준이어서 어느 한 팀에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며 “맛과 영양구성에 있어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단체급식화 가능성’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이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기능장은 “군급식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짬밥’이라고 불리면서 병사들이 기피하는 식사였는데 오늘 조리병들의 실력을 보니 자녀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최소한 식사 걱정만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메뉴를 고민하고 조리방법을 갈고 닦는 장병들의 열정과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독한 녀석들)의 대상 레시피
식판 크기에 딱 맞는 ‘떠먹는 밥피자’ 이색

▶메뉴명:무드(무채샐러드) 있는 오징어

▶조리포인트
·진부한 빨간 무생채에서 벗어나 품격있는 액젓소스로 풍미를 가미. 색다른 맛에 놀라지만 상큼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드레싱으로 만든 무채샐러드와 오징어튀김의 하모니.
·재료 : 무 300g, 양파 15g, 파프리카 50g, 당근 20g, 오징어 80g, 치커리 30g, 액젓 20ml, 설탕 30ml, 식초 35ml, 배즙 10g, 통고추 소량, 청양고추 소량, 마늘 소량

▶조리방법
1. 무를 고운채로 준비해 찬물에 잠시 담가둔다.(매운맛 제거)
2. 양파, 당근, 파프리카를 얇게 슬라이스한다.
3. 무채를 소스에 넣어서 준비한다.
4. 오징어를 손질 후 알맞게 전처리하여 튀김가루로 튀긴다.
5. 무채와 야채를 색감을 유지하며 오징어튀김을 올려 플레이팅한다.
▶액젓소스 배합비
·액젓 25ml, 식초 25ml, 설탕 40ml, 마늘(chop) 1개, 홍고추(chop) ½, 양파(chop) 5g, 배(즙) 15g


▶메뉴명:육해공 한판 ‘승’(떠먹는 밥피자)

▶조리포인트
·찬밥을 피자도우로 사용해 제철 채소와 버섯, 해산물이 조화를 이루는 밥피자(밥을 이용한 떠먹는 피자, 해산물 리조또 또는 토마토소스로 버섯볶음 등 다양하게 조리함)
·재료 : 새송이버섯 30, 파프리카 15, 양파 30, 감자 20, 햄 20, 비엔나소시지 20, 방울토마토 6, 브로콜리 10, 슬라이스치즈 5, 고구마 100, 게맛살 10, 새우순살 15, 관자 10, 계란 2개, 작은밥 150, 토마토소스 100, 가지 20, 닭고기 30, 설탕 소량, 소금 소량

▶조리방법
1. 새우살, 관자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각 채소류를 전처리하고 버섯류도 스몰다이스한다.
3. 햄, 방울토마토는 작은 싹둑썰기한다.
4. 고구마를 쪄서 으깬 후 우유를 넣어 농도 조절해 고구마무스를 만든다.
5. 찬밥에 계란을 mix해 노릇히 구워낸다.
6. 닭고기를 깨끗이 씻은 후 스몰다이스해 밑간한다.
7. 닭고기, 버섯, 햄, 브로콜리, 게맛살, 방울토마토를 볶아준다.(소금, 후추)
8. 양파를 볶아 카라멜라이즈한 후 우유와 치즈로 농도 조절한다.
9. 식은 밥을 후라이팬에 눌리고 고구마무스를 넣어 (6)을 올린 다음 토마토 소스를 펴바른 후 토핑한다.

◆병사들이 비선호하는 버섯류, 야채류를 해산물과 스파게티 소스를 이용하여 영양을 고루 갖춘 밥피자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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