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정규직 조리사’의 길을 열자
학생들에게 ‘정규직 조리사’의 길을 열자
  • 서윤주 충북 청주 봉정초등학교 조리사
  • 승인 2017.02.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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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주 조리사
학교급식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제한된 인력으로 시간에 맞춰 많은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기에도 버거운 때도 있었다. 그 시절 짝으로 들어온 꽁꽁 언 동태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겨우 분리해 세척했다는 연세드신 조리사님의 추억담에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제는 용도별로 다양한 식자재와 친환경농산물, 현대화된 기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IT기술까지 접목한 스마트 HACCP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가며 자신들을 업그레이드 시킨 사람들이 바로 정규직 조리사이다.

식품위생법상 명시된 조리사 의무고용 규정으로 전국 1만 1000여 개의 학교에 조리사가 근무하고 있지만 정규직 조리사는 고작 14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학교급식 초기에 임용된 인력으로 향후 1/3 이상 대량 퇴직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퇴직 후 발생하는 결원은 정규직 조리사가 아닌 행정직의 정원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학교급식의 복잡한 인력구조로 인한 갈등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규직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이기심’도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조리사의 충원을 필자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얼마 전 어느 대학원 교수와 조리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과 급여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 잘되지 않고 생각보다 급여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혹시 나이 어린 학생들이 학교급식처럼 힘든 일에 관심이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이었지만 학교 정규직 조리사를 소개하며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도전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교수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학생이 전화로 필요한 서류와 면접방법에 대해 물어왔다. 필자는 그 학생이 궁금해 하는 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서류를 접수했으나 경험이 없고 어리다는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인이 힘든 일이지만 감내하겠다며 도전한 그 학생에게 관련 경력을 요구하는 사회는 참으로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졸업까지 미루고 각종 자격증과 봉사활동, 어학연수 등 다양한 스펙을 쌓고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름대로 발버둥 치고 있는데 거기에 경력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경력은 자신을 채용해 주어야만 쌓을 수 있는데 취업준비생들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인지..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 진입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정규직 조리사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시켜 신규 채용의 길을 열어 준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고령화된 급식실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어려서? 경력이 없어서 안 된다고?

급식실은 혼자만의 능력으로 근무하는 곳이 아니다. 온갖 양념이 어우러져 음식이 제 맛을 내듯이 노련한 영양(교)사와 풍부한 경험을 지닌 공무직 조리사들이 그들의 경력을 쌓아 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성장시켜 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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