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좋은것 먹이자는데 왜? 정부 “지자체로 이양된 사안이다” 떠넘기기 행정여전
아이들에게 좋은것 먹이자는데 왜? 정부 “지자체로 이양된 사안이다” 떠넘기기 행정여전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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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명시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시범사업으로 운영되


2006년 6월 발생한 학교급식 집단식중독 사건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교급식법(이하급식법)이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이하 교육부)가 전면 개정해 발표한 급식법에 따르면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바꾸고 지자체별로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급식지원센터) 설립을 명시하고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의 경우많은 학교가 직영체제로 전환했고,중·고등학교도 연차적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단체급식 위생시설에 대한 예산도확보돼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급식지원센터 설립에 대해선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급식법에 따르면 급식지원센터의 설치·운영에 대한 사항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게끔 돼있다. 그러니 교육부로서는 그다지 급할 것이 없다.

교육부“지자체소관이다

교육부 학교급식 관계자는“급식법엔 해당 지자체에서조례를 정해 설치 운영하게끔 돼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나서서 할수있는게 없다”며 책임 전가하듯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윤규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관 역시“조례개정으로 급식지원센터 설립에 필요한 근거는 마련 돼 있지만 계획수립 후 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정부지원이 있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물길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급식지원센터설립은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에서 우수농산물학교급식공급이 가장 잘 되고 있는 전라남도의 경우 재정자립도는20% 이하로 낮지만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다. 황성효 학교급식전남운동본부운영위원은 “나주시의 경우 재정자립도는17%로 낮지만 산지유통센터를 통해 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예산이 없어 지원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예산지원 없어 못한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급식지원센터는 어떤 것일까? 교육부가 규정하고 있는 급식지원센터의 개념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전처리과정을 거쳐 식재료소비처인 학교에 공급하기 위한유통센터의 기능시설을 말한다. 또한 학생들의 건강한 심신발달과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경감, 지역 농축산물의 생산 및 안정적인 소비 기반 구축을 그 목표로 한다.
설립에 대한 당위성은 있다. 그러나 정부 추진력은 여전히 미약할 따름이다. 이는 지난해 가졌던 관계부처 실무회의 내용을 보더라도 알수있다. 2007년 9월20일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관계부처 실무회의에서 ‘급식지원센터 활성화 및 예산지원방안’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교육부는자치단체가 소요예산을 확보하고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또는 농협등과 협의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산처는2008년 시범사업비 215억원에 대해 지자체 고유사업인 급식지원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국고지원은 곤란하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유일하게 농림수산식품부만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농식품부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등이 우수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나주시와 순천시를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해 추진했다. 하지만 이뿐이다. 더이상의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
정부에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학부모가 중심이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학부모단체와 농민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직접 나서서 지자체 별로 급식지원센터 설립에 필요한 조례제정에 노력했다. 그 결과 16개의 광역자치단체중 15개가제·개정됐고, 전국의75%가 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에 포함시켰다.

전국지자체75% 급식조례명시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자는 데 적극 찬성이다. 지난 4월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학부모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친환경농산물 급식유통센터 건립에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93%에 이르는 대다수의 학부모가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을 단체급식에 제공함에 따라급식비가 인상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도10% 인상시 95.1%가 지불 의향이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친환경농산물 급식유통센터 건립에 대해서 94.4%의 학부모가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상임대는 “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조례의 시행주체이자 실행기구인 학교급식 지원심의위원회가 하루 빨리조직돼 가동되는 것이 선결과제다”라고 덧붙였다.

유통측면에서 현명한 해법 절실

그렇다면 농산물 유통업체들은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문제로 한우소비도 줄고 있는 마당에 한우농가 및 한우유통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이문형 수원화성 오산축산농협축산컨설팅담당은“센터를거치게 되면 유통단계가 줄고 투명성이 높아져 오히려 한우소비 향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경기도의 우수 농산물을 관리하고 유통하는 윤승용 G마크 연합사업단대표는 “아직 정확한 모델이나 구체적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아 그다지 큰 관심은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며 “학교는 친환경 및 우수농산물을좋은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농가는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의 미온적인 사업추진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시기가 늦어지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라고 관련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모든 식자재를 독점 공급하게 된다면 기존 식자재공급업체들의 저항과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정면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에 현명한 해법이 요구된다.

▲ 배옥병 서울시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본부 상임대표
행자부 WTO 제소 “배신감 느꼈다”

“학교 급식 조례개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자.”
서울시에도 학교 급식 조례가 개정돼 아이들에게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먹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6년을 고스란히 바쳐 탄생한 서울시 학교 급식 조례. 그 힘겨운 싸움을 이끈이가 바로 배 옥병서울시 학교 급식 조례 제정 운동본부(이하 서울운동본부) 상임대표다.
“타지역보다 조금 늦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민주주의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기에 무척 기뻤습니다.”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주민발의를 위해 일일이 주민들을 만나 14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청구인 명부의 2만 4000여명을 무효처리해 난항에 부딪히게 됐다. 이때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짧은 기간 안에 6만 7000명의 서명을 추가로 받아냈다. 노력 끝에 2005년 드디어 조례가 제정됐지만 기쁨도 잠시 ‘. 국내산 농산물만 공급한다’는 조례내용이 ‘WTO협정’에 위배된다며 행자부가 대법원에 제소를 하면서 유명무실한 법이 돼버렸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겠다는데 정부 차원에서 막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배신감을 느꼈습니다.”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정부와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러기를 3년, 마침내 올 3월 학교 급식 조례개정을 이끌어냈다. 쉼없이 달려왔지만 배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학교 급식 지원심의위원회를 빨리 구성해 조례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학교 급식 지원센터 설립도 추진해야 합니다. 나아가 궁극적인 목적인 의무교육기간 학교 급식 무상 실시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_한 상헌 기자 hs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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