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중독 사고 “3중 처벌 과하다”
학교 식중독 사고 “3중 처벌 과하다”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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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영양교사 "사건 무마용 처벌 부담"…지자체와 교육청 처벌 창구 단일화도 개선방법

 

▲ 역학조사기관에서 식중독 사고의 원인균은 밝혀내지만 실제로 감염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 사례는 드물다.

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 및 영양교사 등 급식 관계자들이 3중 처벌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교에서 급식 관련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면 역학조사 후 1차로 관할 지자체가 식품위생법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 후 지자체는 경찰에 학교장과 영양교사를 상대로 고소하게 되고 검찰에서는 벌금 등을 선고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2006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을 적용해 교육청에서 관계자들을 징계한다. 이처럼 3중 처벌로 인해 일선 학교에선 울상이다.

 

원인 규명 없는 처벌 부당해

연일 폭염이 계속되던 2007년 6월 29일,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이리영등중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과 익산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학교급식에서 제공됐던 과일화채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관할 지자체에서는 학교장에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고,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원을 1개월 자격정지시켰다.
검찰에서는 학교장과 영양교사 개인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익산교육청에서는 학교장에 ‘경고’, 교감에게는 ‘주의’ 등 징계를 내렸다. 영양교사는 ‘견책’을 받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야 했다. 식약청과 보건소가 사고 발행 후 역학조사를 위해 식수를 2톤 넘게 뽑아 가고 보존식 조사, 학생 및 조리원 가검물 검사 등 조사를 벌인 끝에 과일화채 속 ‘캠필러박터’를 원인균으로 지목했다.
살모렐라와 마찬가지로 동물의 배설물에 의해 감염되는 캠필러박터는 조리시 충분히 가열하면 사멸되지만 과일화채의 경우 가열 조리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급식으로 인한 사고로 규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수박을 비롯해 얼음, 과일 통조림 등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첨가해 만들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해서 철저한 역학조사 없이 섣불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고의 중심에 있었던 한일석 영등중학교 교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도의적 책임은 있겠지만 원인을 명확히 따져 결론 내린 게 아니기 때문에 3중 처벌까지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장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만큼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는 곳도 없다”며, 그러나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의 경우 철저한 역학조사 없이 학교급식 내에서만 원인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사고무마용이지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청 관계자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임종택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 담당자는 “역학조사기관에서 식중독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원인균만 밝힐 뿐 감염원인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사고가 발생했는데 징계를 안할 수는 없고 징계를 하자니 명분이 생기지 않아 실제로 이의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6월 중 발생한 3건의 학교 식중독 사고에서 감염원인이 밝혀진 것은 한 건도 없다는 사실 또한 임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자체와의 이중처벌에 관해 임 씨는 “명백한 과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식중독 사고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교육청이나 지자체 중 한 곳에서 학교급식 관련 권한을 이임해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지자체 - 과태료 부과, 자격정지
검 찰 - 지자체 고발로 인한 벌금형
교육청 - 급식 관계자 인사상 징계

◆ 원인균 따라 처벌 수위달라야


식중독 사고 원인균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중 발생 식중독 사고 중 원인균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적은 양으로도 전염이 되기 때문에 전염성균으로 분류를 해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급식 관계자는 “공기로도 전염되는 노로바이러스가 원인균으로 밝혀져도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처벌은 면할 수 없다”며 “아무리 막으려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3중 처벌을 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일본의 경우 식재료 및 급식과정, 보존식과 조리종사자의 위생 상태는 물론 급식당번, 복도, 체육관, 화장실, 학교 주변까지도 식중독균의 오염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광범위하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학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영양교사 ‘자격정지’는 곤란

이뿐이 아니다. 학교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영양교사는 관할 지자체에서 부과하는 과태료 외에도 ‘자격정지’ 등과 같은 과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영양교사의 자격이 정지되면 아이들의 급식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영업소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법 개정을 해서라도 처벌의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손숙미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3중처벌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글 _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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