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학교급식도 외면…한우농가 울상
쇠고기, 학교급식도 외면…한우농가 울상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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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가격 하락, 美 쇠고기 수입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가장 큰 원인

 

▲ 사료값은 치솟고 있지만 한우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후 소비가 줄어들면서 한우농가들은 울상이다.

 

“식단표와 홈페이지에 한우라고 표시했는데도 아이들이 예전처럼 먹질 않아요. 며칠 전에는 급식에 쇠고기우엉볶음밥을 냈는데 학부모들로부터 오전 내내 (쇠고기)원산지 문의 전화 받느라 업무도 제대로 못 볼 정도였어요.”
부산 ㄷ중학교 김모 영양교사는 한동안 점심식단 짤 때마다 고민스러웠단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쇠고기를 써야 될지 말아야 될지 걱정이 많았다. 김 영양교사는 “한우를 써도 학부모와 아이들이 믿을 수 없다 하고, 학교에서도 문제가 될 만한 식단은 아예 짜지 말라고 해 난처했었다”고 말했다.


쇠고기 학교급식서 사용 줄어

인천의 모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쇠고기나 닭고기를 식단에서 빼라고 해 6월엔 아예 메뉴에 넣지 않았다”며 “돼지고기값도 많이 올라 생선 같은 해물류나 육가공 완제품, 나물, 버섯볶음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영양교사들이 쇠고기 식단을 꺼리는이유는 이뿐이 아니다. 학교에서 쇠고기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쇠고기등급판정서부터 거래명세서까지 꼼꼼히 챙겨 보관해야 하고 가정통신문과 학교홈페이지에 공지, 식단표 원산지 표시, 학교 게시판 공지 등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우를 전문으로 가공·유통해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는 (주)한국냉장의 노병훈 대리는 “촛불집회 이후 학교급식에서 사용되던 한우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요즘은 방학과 맞물려 기존에 소비되던 물량마저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노대리는 “한우소비가 줄면 유통업계도 물량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도축두수 감소로 이어진다”며 “판매량은 줄어들고 생산량은 그대로다 보니 쇠고기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6개월간 2000원 이상 하락

올 상반기 한우경락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1월부터 6월까지 한우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올 1월 한우 1kg당 가격은 평균 1만5,368원이었지만 6월에는 1만3,279원으로 6개월 만에 2,093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하락세는 사육두수와도 관계가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한육우 사육두수는 2008년 6월 현재 244만8,000두로 2003년 3월 133만7,000두에 비해 무려 111만1,000두나 늘었다. 이에 대해 김성호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차장은 “한우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한우사육두수나 도축두수는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안 심리로 인한 소비감소가 가장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영만 축협중도매인조합 이사는 “촛불시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하진 않지만 쇠고기시장 전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전하며 “이로 인해 학교급식에서 학부모들이 쇠고기 음식을 빼라는 말도 있다는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한 그는 “생산원가도 높아져 농가들의 송아지 판매량이 많아 송아지값도 떨어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한우 산지가격<그래프>도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산지에서 거래되고 있는 큰 수소(600kg)는 7월 24일 현재 345만 원이다. 이 가격은 2년 전인 2006년 산지가격이 가장 낮았던 6월(399만 원)보다 54만 원이나 더 떨어진 셈이다. 최고 500만 원까지 올랐던 2007년에는 450만 원 이하로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올 4월(391만 원)에는 드디어 400만원 선이 무너졌고 5월은 366만원, 6월은 356만원까지 떨어졌다. 2007년에 비해 150만 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고품질 한우 생산 노력 필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한우농가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서 한우를 생산하고 있는 구경모 씨는 “학교 등에서 한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특정 부위가 아닌 다양한 한우 부위로 조리하는 쇠고기 메뉴를 개발하면 한우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HACCP 인증, 무항생제, 고품질 한우를 위한 교잡 등 다양한 노력으로 한우 품질을 높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김태전(60) 축협중도매인조합원

 

美 쇠고기 문제가 한우폭락 가져왔다
한우도매업자 일문일답
 

- 요즘 한우 시장은 어떤가?
확실히 위축되었다. 작년과 비교해 가격도 물량도 줄었다. 가격은 평균 25~30% 정도 떨어진 것 같다. 매일 한우사육을 포기하는 농가, 문 닫는 정육장이 늘고 있다.
- 촛불집회 이후 한우 소비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전체적으로 쇠고기 소비가 줄었다. 문제는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한우농가의 대응이다.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안해지자 지레 겁먹고 너도나도 소를 팔아 ‘홍수출하’라고 말할 정도로 과잉공급돼 가격이 폭락했다.
- 정부 정책에 대해선?
수입 쇠고기의 한우 둔갑판매 근절과 원산지표시제 단속 강화, 생산이력제 전산화의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단속은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 생산이력제는 한우 농가가 자신의 브랜드를 고급화할 수 있는 방안이므로 성실히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한우 소비 증진 방안은?
한우업계와 정부는 한우의 안전성 홍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 1등급 이상 고급 한우를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학교에 납품하면 쇠고기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한우가 안전하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유통을 변화시켜야 한다. 고품질 한우 직거래 셀프 식당처럼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글 _ 김홍천 기자 khc@fsnews.co.kr / 사진 _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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