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긴급하게 기자회견이 열렸다. 학교급식법(이하 급식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서울시교장단들의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개정된 학교급식법이 시행 중인데 학교장들이 직영급식 저지, 위탁급식 추진을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학교장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위탁급식 청원서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서울시 급식직영화 계속 추진
이날 핵심 쟁점사항은 바로 ‘위탁급식의 직영전환’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시 일부 학교들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직영급식으로의 일괄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시 국공립중학교 교장단들은 “위탁급식을 하는 상당수 학교가 직영급식을 운영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10년 내에 전환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학교 여건에 맞게 위탁과 직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위탁급식 학교수<그래프>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직영전환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교장단들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법령에 따라 직영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 최상열 서울시교육청 학교급식 담당 사무관은 “일부 학교에서 시설적인 면이나 급식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고 직영전환 문제는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학교급식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대로 직영전환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도 서울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 식중독 발생률 위탁 5.3배 높아
학부모단체들은 물론이고 정부가 학교급식 직영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법령의 근거도 있겠지만 위탁급식의 ‘식중독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이 큰 이유 중 하나다.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하게 만든 것도 바로 ‘식중독 사고’였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 전국 학교급식소에 대해 위생·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D등급(70점) 이하인 학교는 직영이 2.1%인 데 반해 위탁은 6.1%나 돼 3배 가깝게 나타났다. 식중독 사고 발생률도 위탁급식이 훨씬 높았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학교 식중독 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위탁급식이 직영급식보다 식중독 사고 발생비율이 2001년 4.4배, 2003년 13.4배, 2005년 3.1배, 2006년 10.3배, 2007년 3.9배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누적평균 5.3배나 높았다. 식중독 사고의 환자수도 사고 건당 직영 99명, 위탁 118명으로 위탁급식의 사고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객관적인 수치 비교만으로도 위탁급식이 식중독 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탁급식 90% 수입 쇠고기 사용
식재료의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직영전환의 큰 이유 중 하나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6년 수입재료 사용률이 직영은 7%에 이른 것에 비해 위탁은 11%로 나타나 직영의 국내산 식재료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07년 전국 8개 광역시·도의 4,576개 학교를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조사를 한 결과 직영은 95%가 국내산을 사용했지만 위탁은 90%가 호주산 등 수입 쇠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급식의 공익성 외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위탁급식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 비단 수입산 식재료 사용률만을 놓고 안전성 문제를 논할 수는 없지만 직영급식은 제도적 장치 내에서 최소한의 안전성이라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2009년까지 위탁급식비율 96.8%
법 개정 후 학교급식의 직영전환은 급물살을 탔다. 2008년 4월 현재 학교급식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1만1,136개교 중 99.7%인 1만1,106개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1일 평균 760만 명이 급식을 먹고 있다. 교직원 40만 명을 포함하면 약 8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직영급식은 88.5%인 9,827개교, 위탁급식은 11.5%인 1,279개교다. 위탁급식은 2006년 1,655개교(15.4%)에서 2007년에는 225개교가 직영전환해 1,430개교가, 2008년 7월 현재 151개교가 또 직영전환해 1,279개교인 상태다. 이렇게 809개교의 직영전환에 들어간 시설 개선비만 총 2,148억 원이다. 정부는 앞으로 학교급식 여건상 불가피한 352개교를 제외하고 2009년 말까지 모두 직영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영전환이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 진행형이라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유예기간 3년 후엔 모두 직영화
● 학교급식 직영전환의 법적 근거는?
학교급식의 ‘직영급식 원칙’은 2006년 7월 19일 전면 개정된 ‘학교급식법’에 명시돼 있다.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제3장(학교급식 관리·운영) 제15조에 ‘학교의 장은 학교급식을 직접 관리·운영하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에게 학교급식에 관한 업무를 위탁해 이를 이행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중학교 등 의무교육기관에서는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위탁급식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2010년까지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학교급식법 부칙의 제4조가 그 근거다.
부칙을 살펴보면 제4조(위탁급식에 관한 경과조치)는 ‘위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년간 효력을 가진다’라고 돼 있다. 학교급식법 시행이 개정 후 6개월 뒤임을 감안하면 2007년 1월 19일부터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둘 수 있게 된다. 따라서 3년이 지난 오는 2010년 1월 19일부터는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들은 모두 직영급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편, 학교급식법이 개정된 뒤 위탁급식업체들은 ‘학교급식법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재판은 올 2월 28일 각하,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학교급식법은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기 때문’이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글 _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