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권고’ 학생들에게는 ‘압력’
‘무늬만 권고’ 학생들에게는 ‘압력’
  • 정지미,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3.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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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과 매뉴얼 곳곳에 표기된 우유급식 권고 문구 삭제해야

 

▲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 있는 우유냉장고는 학교 주차장 뒤편에 설치되어 있다. 외부에 노출된 냉장고가 과연 얼마나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을지 의문이다.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급식 시행지침과 표준 매뉴얼에는 ‘권고’로 포장했지만 우유급식을 유도하려는 문구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우유급식 실시 대상자에서 ‘우유급식의 목적과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 가급적 전체 학생에게 실시되도록 하라’는 문구가 있다.

또한 표준 매뉴얼에 ‘우유급식 미신청 학생에 대해 필요 시 학생 상담 등을 통해 가급적 우유급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라는 지침을 넣었다. 그리고 표준 매뉴얼에 포함된 학교 우유급식 수요조사문(예시)에는 우유급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기록하라는 문항도 있다.

이 같은 ‘무늬만 권고’인 문구는 학생 또는 학부모들에게 우유급식의 압력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때문에 먹기 싫은 우유를 억지로 신청한 뒤 이를 버리는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관할 부서와 낙농단체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강제급식이 아니라 자율신청”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이연섭 서기관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과 수요조사를 하는 이유는 신청자에게만 우유급식을 하기 위함이며 급식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것은 학생의 우유 알레르기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유를 먹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학교 우유급식의 실적 관리를 맡고 있는 낙농진흥회 고근학 우유급식팀장은 “자율적으로 신청을 한 학생에게만 급식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시행지침과 표준 매뉴얼 역시 권고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충남의 한 영양교사는 “버려지는 우유가 매일 몇 십 개씩 나오는 상황에서 강제 급식이 아니라고만 항변할 것이 아니라 담임교사와 학교로 하여금 급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라는 지침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에서 밝힌 우유급식률을 보면 초등학교와 중·고교의 급식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78.2%, 중학교는 35.7%, 고등학교는 23.1%다. 이 같은 이유는 우유급식 신청방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급식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부모가 우유급식을 신청하고 중·고교는 학부모 또는 학생이 신청한다.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가 우유급식을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신청하기 때문에 자녀의 판단보다는 아무래도 학교의 방침을 따르려는 경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버리지는 우유는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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