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짬밥 이제는 OUT!
맛없는 짬밥 이제는 OUT!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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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밥은 대충 무시…인식전환 필요

 

 

입사 1년차 회사원 이인범 씨는 오후 4시만 되면 배가 고프다. 오늘도 그는 회사 근처 제과점에서 요깃거리를 사서 허기를 채운다. 이 씨는 “아무래도 단체급식은 금방 배가 꺼진다”며 “군대에서 먹었던 ‘짬밥’과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이 회사에서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업에서 사원 복지 차원으로 단체급식의 질을 높이고, 단체급식소의 인테리어도 고급화하는 추세다. 영양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체급식은 ‘짬밤’이라 불리며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충섭 농촌진흥청 지도관은 “단체급 식 운영자들이 밥맛보다 반찬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있다”며 현실을 짚었다. 농 촌진흥청 단체급식소 역시 반찬을 맛있 게 만들려는 노력은 해도 밥맛에는 큰 신 경을 쓰지 않아 지적한 적이 있다는 정 지도관은 “밥이 맛있어야 반찬을 제대로 먹는다”고 강조했다. 박홍재 지도사 역 시 “밥맛이 좋으면 잔반도 줄어드는데” 라며 밥맛을 경시하는 단체급식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밥맛을 내기 힘든 이유들
최근 각종 첨단 취반설비가 등장하면서 단체급식소의 밥맛이 과거에 비해 더욱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단체급식소에서 접하는 밥이 가정이나 일반 식당에서 먹는 밥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선의 한 초등학 교 영양교사 역시 “급식 지원비가 나오면 대체로 반찬에 투자하는 편이다”라며 “솔직히 밥맛은 좋은 쌀로 하나 안하나 비슷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조리 현장에서는 밥짓기를 골칫 거리로 치부하며 밥맛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대량의 쌀을 씻는 것부터가 큰 작업. ‘밥삽’을 이용해 쌀을 저어 씻 지만 제대로 씻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주 물을 바꿔 쌀을 씻어야 하는 사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밥과 함께 많은 양의 반찬을 만들다보면 쌀 불리기도 소홀해 진다. 급식인원이 약 1,000명인 한 중학교의 조리종사원은 “정신없이 이것저것 만들다보면 쌀 불리는 시간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밥을 전담하는 조리사가 한두 명 있어야 제대로 밥맛 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간이 부족해 쌀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하는 단체급식소도 있다. 쌀을 보관하는 곳은 섭씨 15도 이하의 서늘한 곳이어야 하는데 시설이 취약한 곳은 쌀을 고온 다습한 조리실 내부에 그냥 보관하는 일도 다반사다. 제대로 된 밥맛을 내기 위해 서는 충분한 공간과 인력 그리고 관심이 필요하지만 현장 여건 상 밥짓기에 소홀 하기 일쑤다. 더욱이 밥맛은 조리에 쏟는 노고에 비해 결과물이 크게 다르지 않다 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산업체 단체급식 소 점장 역시 “티가 별로 나지 않는 밥짓기 보다는 반찬에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밥짓기 공부가 필요한 시기
급식 현장에서 밥짓기를 소홀히 여기는 것에 대해 김양주 (주)미동이엔지 기 술관리이사는 “밥짓기를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장부터 쌀 씻기, 불리기, 물양 맞추기 등의 모든 공정을 일일이 신경 쓰고, 정교한 밥짓기 레시피에 맞춰 조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단체급식에서는 레시피에 따라 쌀 중량을 맞추고 그 이후는 조리사의 경험에 따라 밥을 짓는다. 따라서 같은 쌀을 쓰더 라도 항상 밥맛이 다르다. 단체급식소마 다 밥맛에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소 단체급식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경희 한국기업데이터 주임은 “단체급식을 먹으 면 밥맛이 매일매일 다르다”며 “밥맛이 좋 은 날 다른 반찬도 다 맛있게 느껴진다”라 고 말해 균일한 밥맛을 낼 수 있는 정교한 레시피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가정용 밥짓기 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좋은 밥맛에 길들여지 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단체급식소 의 밥맛은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 충남 당진 계성초등학교는 단지 쌀을 바꾸는 것으로만 일일 쌀소비량이 107kg에서 120kg으로 늘었고 학교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반면 잔반량은 획기적 으로 줄었다고 한다. 많은 단체급식 전문 가들은 더 좋은 밥맛을 내기 위해서는 밥에 좀 더 연구하고, 경험에 의지하는 것 이 아닌 정교한 레시피에 따른 밥짓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금철 이천쌀밥 명인에게 듣는 맛있는 밥짓기

“밥짓는 사람 기분이 좋아야 밥맛도 좋지”
“좋은 쌀을 쓰는 것이 맛있는 밥을 짓는 데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요.” 좋은 쌀을 써도 쌀씻기와 불림, 온도조절과 뜸들 이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맛있는 밥 을 지을 수 없단다.
박금철 명인은 쌀씻기에 대해 “최초 씻기는 빠르게 휘휘 저어 뿌연 물이 진해지기 전에 버려야 한다”며 “물의 양은 쌀 무게의 5배 정도가 적당하다”라 고 조언했다. 또한 “수차례 쌀씻기를 하고 쌀이 잘 보일 정도로 투명해지 면 불림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 다. 불림 과정은 밥맛에 큰 변수가 되는데, 햅쌀과 묵은 쌀에 따라 그 시간을 달리해야 한다. 오래된 쌀일수록 묵은 쌀 냄새도 없애고 밥맛을 높이기 위해 오래 불리는 것이 좋다고. “햅쌀은 10~15분 정도, 묵은 쌀은 30분 이상 불려야 합니다. 단, 너무 장시간 불리면 맛이 없어져요.”
불림 단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쌀 을 밥으로 만드는 단계로 넘어간다. 일단 물의 양은 햅쌀일 경우 1:1 비율로, 묵은 쌀의 경우 일반 쌀보다 1.5배 정 도가 좋다고 한다. 물의 양 역시 오래된 쌀일수록 많아진다.
“처음부터 갑자기 센 불을 쓰면 쌀이 놀랍니다. 낮은 온도에서 최고 온도로 서서히 올리는데 쌀의 양에 따라 5~10 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고 온도에서 밥 냄새가 구수하게 풍길 때까지 가열합니다. 3단계는 약불로 5분 정도 두면 좋습니다.”
고소한 밥 냄새가 진동해도 절대 밥을 봐서는 안 된다. 뜸을 제대로 들이려면 최소 15분은 필요하다. 박금철 명인 은 “뜸을 들이고 뚜껑을 열기 전에 약불 로 2~3분 정도 가열하면 남아 있는 내부의 수분을 없앨 수 있다”며 귀띔했다.
뜸을 다 들이면 밥솥을 열고 주걱으 로 밥을 섞어주면 완성이다. 마지막으 로 박금철 명인은 맛있는 밥을 위한 자 신만의 비법을 이야기해주었다.
“기분이 좋을 때 지은 밥이 더 맛있 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기분 좋게 밥을 짓는 것이 맛있는 밥을 만드는 비법인 셈입니다.”

 

 

서세정 농촌진흥청 농학박사

“맛있는 밥의 선결 조건은 좋은 쌀”
재료가 좋으면 음식도 맛있는 법. 밥 역시 좋은 쌀로 지은 것이 더 맛있다. 농 촌진흥청은 현재 수천가지 이상의 쌀 품종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이를 토대로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서세정 농촌 진흥청 품질관리과 농학박사는 “병충해 에 강하고 적은 비료에도 잘 자라며, 영 양분 함량이 좋은 쌀 품종을 개발·연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쌀은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그 맛이 떨어진다. 단백질 함량은 재배시 질소비 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높아진다. 흔히 맛있는 쌀로 유명한 ‘고시히카리’는 질 소비료를 많이 주면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 품종보다 맛이 좋단다. 서 박사는 “한국 품종 중에는 고시히카리보 다 적은 양의 질소비료로 잘 자라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밥맛은 기 후 영향과 민족 고유의 국민 성향에 따 라 차이가 있어 우리에게는 한국에서 자란 벼로 수확한 쌀이 특히 맛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덧붙였다.
품종도 중요하지만 쌀은 재배 후 수확과 탈곡, 건조, 저장, 도정 등의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서 박사는 “일반 적으로 수분함량이 14~16%인 쌀의 맛이 좋다”며 “체계적인 미곡처리시설 을 통해 생산되었으며 단일품종 순도 가 90% 이상의 완전미가 특히 맛이 좋 은 쌀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도정 후 일주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밥을 맛 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미동이엔지의 연속자동취반기
맛있는 밥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연속자동취반 기를 만든 미동이엔지의 김충주 대표


맛있는 단체급식 밥 고민 해결사(주)미동이엔지(이하 미동)는 단체급식 및 대형 밥공장에서 ‘밥짓기’ 전 과정을 처리하는 연속자동취반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에서 취반기는 생소한 설비지만 도시락과 초밥으로 밥 가공기술을 선도 하는 일본에서는 그 역사가 40년이 넘은 기계다. 연속자동취반기는 쌀 저장, 계량, 쌀 씻기 등의 전처리 공정과 취반, 뜸들 이기, 뒤섞기 등의 후처리 공정을 원스톱 으로 진행하는 설비다. 김충주 미동 대표 는 “간단한 조작으로 1시간 만에 균일한 품질의 맛있는 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연속자동취반기의 큰 특징”이 라고 설명했다.
예약기능이 있는 전처리시설은 쌀 보관에 적합한 15˚C 이하의 온도와 적정 습도 60~70%를 유지해준다. 또한 정확하게 필요한 쌀의 양만 계량해 다음 단계인 쌀씻기 과정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쌀 의 낭비를 막고 맛있는 밥을 위한 최적의 수치를 적용할 수 있다. 쌀씻기 단계에서는 수차례 충분한 물과 부드러운 수류를 이용해 쌀의 부서짐을 방지하면서 고르게 대량의 쌀을 씻는다. 또한 불림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입력한 시간만큼 햅 쌀과 묵은 쌀 등 쌀의 상태에 맞게 정확하게 불려준다. 그리고 처음에 계량한 쌀의 양에 맞게 필요한 물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해 투입하고 취반부로 이동한다.

연속자동취반기는 전처리 과정뿐만 아 니라 취반과 후처리 과정에도 맛있는 밥 짓기 과학이 적용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가열과 강불, 그리고 약불로 이어지는 연속자동취반기의 취반 과정은 맛있는 밥 짓기의 기본에 충실하다. 뜸들이기 역시 15~30분으로 이뤄지고 밥 전체를 고르 게 뒤섞는 기능까지 있다.
문의_미동이엔지 (www.midongeng.com) 031-865-9100

글 _ 김홍천 기자 khc@fsnews.co.kr 사진 _ 김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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