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난 이일을 사랑한다”
“바빠도 난 이일을 사랑한다”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11 0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급식법 전부 개정 후 2년을 돌아보다

<편집자주>2006년 3,60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리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기존의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하게 된다. 개정 2년이 지난 지금 ‘학교급식법’이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의 해결방안은 없나? 본지에서는 4회에 걸쳐 학교급식법 2년을 평가해본다. 이번호는 개정된 학교급식법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영양교사’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 07:40 새벽 출근 식재료 신선도 꼼꼼히 체크

54개 학급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이미정 광주초등학교 영 양교사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40분에 시작된다. 둘째 낳은 지 두 달 만에 출근한 터라 좀 무리다 싶지만 수년째 몸에 밴 덕분 에 출근시간은 반드시 지킨단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출근하는 이유는 급식 조리에 사용될 식재료를 검수하기 위해서다. 그날 에 들어올 수량과 무게, 신선도 등 재료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 하고 검수서까지 작성하기 위해선 늘 시간이 모자란다. 식재료 검수에서 오늘은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딱 걸렸다. 점심 메뉴로 나갈 고구마줄기가 발주한 양보다 적 게 들어왔다. 물기를 없애고 무게를 달아야 하는데 그냥 들어 온 것이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추가분 공급을 약속받는다.

# 08:10 학부모들 학교 급식현장 모니터링

오늘은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급식 현장을 살펴보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학부모 모니터링은 식재료 검수와 조리실 의 위생 점검, 조리 상태 등을 일일이 체크해 학교급식의 안전 성을 높인다. 학부모들과 함께 이곳저곳 다니다보면 매일 아침 마다 갖는 조리종사원과 아침조회를 갖지 못한다. 그래도 오늘 은 잠시 짬을 내 조리원과 아침 미팅을 가졌다.

# 09:00 본격적인 급식업무 모두 긴장의 시간

본격적인 급식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먼저 오늘 들여온 쇠고기의 등급판정확인서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한 뒤 확인완료. 요즘 특히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이 대두되고 있 어 몇 번이고 확인을 한다. 오전은 조리가 시작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모두들 극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오전엔 학급별로 진행되는 영양교육 일정이 잡혀 있지만 다행히도 오 늘은 없다. 학급이 많아 매달 20개 반에 영양교육을 하는데 수 업에 사용할 교재 준비는 틈틈이 한다. 교육계획서부터 시청각 자료 만들기 등 챙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 10:00 학교 홈페이지에 급식 메뉴 업데이트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급식 관련 사항들을 정리하는 시간.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어떻게 나가는지 ‘요리보고 조리보 고’ 메뉴에 꼼꼼하게 올려놓는다. 엄마들의 궁금증도 풀어주고 각 학급에서도 이 내용을 참고하도록 한다. 또 광주초등학교는 교실 배식을 하고 있어 급식시 유의사항을 홈페이지에만 올려 놓으면 자칫 전달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교실편지(학급 알림장)’를 만들어 배식차와 함께 교실로 보낸다.
문제 발생! 아침에 체크한 고구마줄기가 아직까지 안 들어온 것이다. 양이 모자라면 못 먹는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에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벌써 독촉 전화를 5통도 더 했다. 모 든 준비를 오전 11시30분까지 끝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이 런 일이 생기게 되면 해결될 때까지 아무런 일도 못해요. 피가 마른다니까요.” 다행히 속 썩이던 고구마줄기가 제시간에 들어왔다.

# 11:00 점심시간 앞두고 배식준비 점검 분주

음식 조리가 끝이 나면 조리실로 들어가 배식 준비 사항을 점 검한다. 음식이 맛있게 됐는지 시식도 해본다. 아침부터 고생 시킨 고구마줄기볶음이 오늘따라 더 맛깔스럽다. 배식 준비가 완료됐다. 이제 각 학급별로 배식차를 이동시켜야 한다. 급식 실에서 승강기를 이용해 학급별로 옮기는데 문제가 생겼다. 어 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승강기가 갑자기 멈춰선 것. 5층 건물에 일일이 들어 옮길 수도 없고 학교가 난리가 났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영양교사의 업 무다. 업체에 긴급히 연락해 수리를 요청했다. 10분 만 에 도착한 업체는 고장 원인을 찾아 승강기를 원상태로 돌려 놨다.
다행히 큰 문제가 아니라 퓨즈가 나간 것이란다. 이미 정 교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행정업무도 많지만 각종 급식 관련 사고들을 해결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이니다”라고 말했다.

# 12:00 점심시간에 교실 다니며 급식지도

승강기 사고가 수습되고 학급별로 배식차가 도착하 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이미정 교사는 빠 른 걸음으로 3층에 있는 2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2학년 급식지도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급별로 돌면서 아 이들이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 숟가락은 제대로 잡는지, 젓가락질은 잘하는지 확인하고 지도한다. 특히 남기지 않고 골고루 먹도록 편식지도를 주로 한단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12시40분부터 30분 동안은 영양상 담 시간이다. 5학년 조유리(12) 양이 영양상담을 위해 이 미정 교사를 찾아왔다. 2,000명이 넘는 전체 학생들을 모 두 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아이들의 영양 관리를 해주고 있다. 상담이 빨리 끝나 다행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 던 오전이 지나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늦은 점심을 먹는 다. 벌써 국은 다 식었다. 그래도 너무 맛있는 점심이다.

# 13:30 하루하루 산더미 공문 처리 비지땀

영양교사들에게 급식업무만 맡기면 얼마나 좋겠는가. 가뜩이나 정신없이 바쁜데 웬 공문들은 그리도 많은지 짜증날 때가 많다. 보냈던 공문 또 보내라고 하고, 중식 지원자 명단은 올해만 몇 번을 올려 보냈는지 모른다. 걸핏하면 국회의원 요청 자료, 시·도의원 요구 자료, 국정감사 자료, 교육청 자체 설문 등 공문 처리하다 세월 다 간다. 평균 제출 건수가 하루 20건이 넘으니 신경이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조리실에서는 이 시간에 세척이 시작된다. 세척이 끝 나면 위생상태 점검을 해야 한다. 조리기구 세척 상태와 소독, 조리실 청소 상태, HACCP 기록지 작성 확인 등 꼼 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웬수(?) 같은 식중독을 예방하려 면 필수다.

# 15:00 급식일지 주간식단 작성 분주

공문 처리가 웬만큼 끝이 나면 급식 관련 서류를 정리 해야 한다. 급식일지, 주간식단계획부, 위생안전점검일지, 학부모모니터링활동 등 급식행정업무 처리와 발주서 작성, 식단 작성, 학부모 가정통신문 발송을 하고 나면 식재료 구입 업무가 기다린다.

# 17:00 저녁 되서야 고단한 몸으로 퇴근

퇴근시간이다. 그러나 오늘도 정시 퇴근은 물 건너갔다. 공문 처리할 게 아직 남았다. 그날 일은 그날 처리한 다는 것이 원칙인지라 연장근무를 선택했다. 커피한잔 여유 있게 마실 수 없는 바쁜 하루지만 그래도 이 일을 사랑한다는 이미정 영양교사.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은 퇴근을 해도 늘 보람차다. 녹초가 돼 교문 밖을 나 서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 영양교사 직무분석 설문조사

“저소득층 자녀 선정업무 가장 힘들다”
“영양교사들은 법적 직무와 그 외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근무시간 이후 학교에 남아서 처리 하거나 퇴근 후 가정에까지 가지고 가서 처 리한다(83.2%).” 전라북도학교영양교사회에서 영양교사 직무분석에 관한 전국 시도별 초중고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영양교사제도의 도입과 관련 현재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 는 업무와 개선점 모색 등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설문은 대다수의 영양교사가 ‘정규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 등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외 업무 추진으로 실제 급식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직무를 복수로 선택하라는 질문에 267명인 46.8%가 ‘조리지 도 시간과 식생활지도를 위한 자료 개발’을 택했다. 또 ‘위생·안전· 작업관리 및 HACCP 기준에 의한 CCP 기록지 등의 확인’에 261명인 45.8%가 답했으며 39.6%의 교사가 ‘영양상담 요청시 심도 있는 상담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수업준비(교과 재량 개발활동) 등을 위한 자료 개발에 212명인 37.2%, 조리종사원의 지도 감독에 205명인 36%, 식단작성 및 식재료의 선정 부분에 176명인 30.9%, 배식 등 청 소상태의 확인 및 점검에 119명인 20.9%가 응답했다.
또한 영양교사는 직무 외 업무 수행 중 힘든 업무로는 저소득층 자녀 선정이 69.6%(397명)로 가장 많았고 중식지원 관련업무는 271명인 47.5%, 우유급식 대상자 선정에 120명인 21.1%, 우유급식에 112명인 19.6%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7일 까지 2차에 거쳐 전국 16개 시·도별 초·중등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 사 8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개별 설문지 발송 후 회수해 조사 했으며 신뢰도는 95%±4.11이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이구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