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많이 쓰는 위탁급식 ‘빨간불’
가공식품 많이 쓰는 위탁급식 ‘빨간불’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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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위주 학교급식은 아직 안전…완제품 빵·햄 등 육가공제품 점검 필요

 중국 분유제품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도는 이제 전 세계를 뒤덮는 태풍이 됐다. 우리나라도 해태제과의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제품을 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경우 어느 것 하나 안전지대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멜라민 공포가 학교급식을 포함한 단체급식 전체로 번지고 있다.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단체급식실에 미칠 영향을 짚어 본다.  

중국산 식품 사건·사고 일지
2000년 08월 : 타르 색소와 발암물질인 오렌지 2호 성분 중국산 가짜 검은깨 발견

2000년 08월 : 중국산 냉동 꽃게서 납덩이 검출
2002년 07월 : 중국산 꽃게 납덩이 사고 재발
2004년 04월 : 중국산 냉동 참조기 위에서 양식용 사료 검출
2004년 06월 : 공업용 볼트가 혼입된 중국산 참조기 발견
2004년 08월 : 중국산 찐 쌀에서 표백제 성분인 이산화황 검출
2005년 07월 : 중국산 장어서 발암물질 말라카이트그린 검출
2005년 11월 : 중국산 김치서 기생충 알 검출
2007년 07월 : 항생제 사용한 중국산 메기·장어 적발
2007년 12월 : 중국산 고구마 과자서 인공감미료 ‘사이클라메이트’ 검출
2008년 03월 : 중국 농심 공장서 들여온 새우깡서 생쥐 머리 검출
2008년 09월 :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등 6개 품목에서 멜라민 검출 (10월 1일 기준)

▲ 단체급식에서 사용될 수 있는 멜라민 위험 품목은 스파게티 소스나 유제품이 들어간 양념류 등이다. 사진은 단체급식소에서 양식류 식단으로 제공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모습.

해태제과의 ‘미(米)사랑 카스타드’로 시작된 국내 멜라민 공포가 식품을 취급하는 업계 전반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을 포함해 약 1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단체 급식에도 멜라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멜라민에 소량 노출돼도 문제가 되는 영유아의 경우 단체급식에 대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학교급식은 안전한가?

 직영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급식은 국내산 식재료 사용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가공식품의 경우도 원산지를 확인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 중국산에 대한 노출이 그리 많지 않다”며 “공급물량 부족으로 인해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는 생선류 일부 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제공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들이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한식 중심의 우리 나라 단체급식에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양식에서 멜라민 성분 이 들어간 식품을 섭취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빵을 만들 때 유제품이 사용되므로 원료 구입 시 확인이 필요하며 완제품 을 제공할 경우 해당업체에 원산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급식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단체급식 에서 사용되는 물품에는 멜라민과 연관된 식품이 없어 아직까 지 그 영향은 없다”며 “간식이나 후식으로 과자류가 제공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는 품목은 없어 현장에서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멜라민 문제가 단순히 유제품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만 머무를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은미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정책연구관 박사는 “이번 멜라민 파동은 단체급식에서 주로 사용되는 품목이 아닌 과자와 초콜 릿, 유제품 등에 문제가 되고 있어 일단은 그 영향력은 크지 않 다”며 “하지만 햄 등 육가공제품은 안전지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부 기관의 검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체급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어묵이나 햄 등 육가공식 품은 급식에 사용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식약청과 농식품부는 멜라민 검사품목을 육가공식품 및 수산물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멜라민 공포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양식에 사용되는 재료 위험

 단체급식 중 위탁급식이나 산업체급식의 경우 멜라민에 대 한 노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위탁급식은 직영급식에 비해 비교적 저가의 양념류나 소스류, 조리가 편한 가공품을 많이 사용해 멜라민의 위험에 쉽 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위탁급식업체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윤지현 교수는 “스파게티 소스나 유제품인 버터에도 멜라민이 첨가될 수 있어 유제품이 첨가된 양식 소스류에 대해 특별한 주의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영어마을 같이 교육 목적으로 양식을 점심메뉴로 제공하고 있는 경우는 멜라민에 노출될 소지가 다분하다. 때문에 관계자 들은 음식 조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박하영 경기영어마 을 영양사는 “양식 조리에 우유나 크림 종류의 소스가 들어갈 때가 많아 이번 멜라민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중국산 등으로 판명된 소스 사용을 현재 금하고 있으며, 소스류를 모두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플라스틱 식기도 우려스러워

 단체급식을 하는 병원들도 초긴장 상태다. 강은희 서울아산 병원 영양팀장은 “멜라민과 관련된 품목이 단체급식에서 사용 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콩과 유제품 이 포함된 영양보충음식에 대한 자체 검사를 실시했다”며 “현 재 멜라민 성분이 포함된 음식은 없으나 식약청의 발표를 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멜라민이 함유된 플라스틱 식기류에 대해서도 단체급식소들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스테인리스식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급식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업체나 일부 병원의 단 체급식소에서는 편리함 때문에 플라스틱 식기류의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민지영 아워홈 현진에버빌 점장은 “고객들이 우려할 것에 대비해 이미 멜라민 식기류에 대한 검사를 끝마친 상태”라며 “고객이 문의할 경우, 고온에서 녹지 않는 이상 멜라민 성분이 나오지 않는다는 내용을 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 TDI 기준 적용 자체가 문제

 멜라민 허용 기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식약청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자류 제품이나 커피에 함유된 크림의 경우 내 용일일허용섭취량(TDI)을 기준으로 섭취량과 기간을 제시하며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철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멜라민 자체는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화학물질임으로 이를 식품에 첨가한 자체가 식품변조이고 식품안전에 중대한 문제”라며 “일각에 서 미량의 멜라민 섭취는 인체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 이 나오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식품으로 먹을 수 없는 것 이 식품에 들어간 것”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또한 TDI 기준을 적용하는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TDI는 섭취로 인한 허용 기준이 아니라 제품을 가공하는 작 업자가 불가항력적으로 노출됐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 다. 이 교수는 “TDI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섭 취하는 성분을 장기간 접했을 때의 문제지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TDI는 참고사항일 뿐 이를 기 준으로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김홍천 기자 khc@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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