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나는 썩은 닭을…” 군장병·부모들 분개
“악취나는 썩은 닭을…” 군장병·부모들 분개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1.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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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조합대표 등 2명 구속...검수과정 문제점 시인

동물용 사료로나 쓰이는 냉동 닭이 대량으로 군부대에 납품돼온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춘전지방검찰청은 지난 7일 1~2년 이상 된 냉동 닭 135톤(6억6,000만 원)을 도축 6개월 이내의 '생닭'으로 속여, 축협을 통해 군부대에 납품한 혐의로 A영농조합 대표 박모(55)씨와 직원 신모(33)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냉동 닭의 군납품을 묵인해준 대가로 2,397만 원을 받은혐의로 A축협 김모(43) 군납과장도 구속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와 공모한 B축협 군납계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 군납계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15회에 걸쳐 냉동 닭을 마치 생닭을 가공한 정육인 것처럼속요 검수관으로 부터 검수인을 받은 후, 축협을 통해 총 7,351상자를 납품한 권모(47) A영농조합 전무화 박 대표로부터 속칭 '매취' 부패 냉동 닭 군부대 납품 충격 물량을 받고 향후 군납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성 뇌물 87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군납비리 사건 일지
2002년 10월 불량 고춧가루 군납 대가로 농협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예비역 육군 중령 함모씨 구속.
2004년 4월 한국형 고등훈련기(T-50)사업 군납업체로 부터 김모 중령과통신기기 납품업체로 부터 금품을 받은 이모대령구속.
2004년 8월 대장균과 세균이 허용치보다 14~22배 이상 들어있는 불량식품 납품해 온 군납업체 적발.
2005년 6월 청량음료를 군에 납품하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군납업자와 현역 장교 28명 무더기 체포.
2006년 9월 해군 잠수함 및 어뢰용 축전지 납품시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27억 원의 차액을 챙긴 군납업2체 세방하이테크 군납비리 포착.
2007년 4월 방품질관리원 간부 강모 씨, 14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거쳐 군납 비자금 수수.
2008년 8월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 고문, 국방부 전산 장비 납품 대가로수억 원 수수.
2008년 10월 군납재료 변경 각겨을 반영한 수정 계약을 지연해 9억여 원챙기도록 한 방사청 직원 3명 적발.

◆개나 먹는 썩은 닭고기를…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유통기한이 지난 냉동 닭 이 군부대에 납품됐다는 사실이다. 군납품은 도축 6개월 이내 의 닭으로 제한돼 있다. 도축 1년 이상 지난 냉동 닭은 개 등 동 물용 사료로만 사용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닭은 이를 어기고 유통기한이 경과된 것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씨 등이 2006년 춘천의 냉동창고에서 1년 이상 보관돼 판매할 수 없는 냉동 닭을 공짜로 받아와 여기에 위조한 군 검수인을 찍어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강원도 고성 등의 군부대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닭고기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뼈를 발라내고 고기를 물로 씻는 '정육작업'도 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사건을 종합해보면 최소한 3년 이상 된 닭이 군부대에 납품됐다는 것이다.

냉동 닭 납품 사건은 올 1월 고성지역군부대에서 박 씨 등이 납품한 닭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심한 악취가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을 접한 군 장병들이나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충격이 크다. 100일 휴가를 나온 강 원도 화천의 모 사단 정모 이병은 "문제가 있으면 모두 군대 보낸다더니 그래서 냉동 닭도 군대를 보낸 것이냐"며 "더 이상 군대가 주는 대로 먹는 음식물처리소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9월 30일 첫째 아들을 훈련소게 입소시킨 최모 씨는 " 개나 먹는 썩은 닭고기를 아들이 먹었다고 생각하니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또한 그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좋은 음식을 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군의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 군 장병들이 안심하고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국방부, 검사 소홀 시인

이번 사건을 통해 군의 검수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났다. 현재 군은 검수관이 원거리로 출장해 검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도계·가공의 전 과정을 감독할 수 없고 작업 후 3~4 일 지나 방문해 검사도장을 찍는 등 도계장 검사시스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지사 식품검사대의 검사장교가 부족해 사단 검사장교가 원거리 출장을 다니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 활동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지역별 전담 검사장 교를 운영해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래된 냉동정육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검수관을 보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사실을 시인했다. 국방부는 "사던에는 수의사 면허증을 소지한 수의장교가 초임 배치되어 경험이 부족하다"며 "주특기 및 보수교육과 사례교육을 강화해 검사 전문 능력을 제고 시키 겠다"고 밝혔다.

검수관 형식적 서류검사도 문제

검수관의 형식적인 서류검사도 문제점으로 밝혀졌다. 군 검수관은 운송차량의 차량소독실시 기록부, 도계장 소속 수의사의 생계정사 대장, 도축시니청서 등 관련서류를 확인해 계량증명서에 기재된 출하농가의 출하량과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사건은 도계장이 제출하는 계랑증명서만 확인하는 여식적 검사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계량증명서는 시·도지사가 허가한 계량증명소에서 발급하는 공신력 있는 서류이기 때문에 위·변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전담 검사장교를 통해 제반서류의 철저한 비교 검증, 계량증명서와 생닭 전체를 비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군납 과정에서 농가의 닭이 아닌 시중 닭을 납품하는 속칭 '매취'라는 불법적인 관행을 군이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군납농가들은 군납계약상의 계획생산 약정에 따라 병아리값, 사료값 등을 선급금으로 받아 닭을 키운 후 이 를 군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시중 닭값이 비쌀 경우에는 군납용 닭을 시판으로 돌리고, 군납 시에는 도계장에서 출처미상의 닭을 구입해 군납용으로 납품하는 방법을 거액의 불법 이익을 취하는 관행이 축협 군납직원들의 묵인하에 행해지고 있었다. 국방부는 "군납 농가 의 도덕적 해이와 축협의 관리감독 소홀로 매취 행위가 일어나는 만큼 농가 선정 기준을 강화하고 군납축협의 의무사항 준수 여부를 적극적으로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매취(match)란?
군부대와 축협간읜 군납계약상, 지정된 군납농가가 직접 키운 생닭을 축협을 통
해 납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가가 시중에서 닭을 구해 군납하는 것을 말한다.

국방부, “송구스럽게 생각…감독기능 강화하겠다”

사건발생 후 본지에선 국방부에 공식 질의서를 통해공식적인 입장을 들었다. 국방부는 “안전하고 양질의 급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은 공식력 있는 축협에서 검사관 도장을 위조하고 계량증명서를 업자와 공모해 위조하는 등 군으로소도 매우 유감스러운 사건”이라 밝혔다.

앞으로 국방부는 병사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위해 “식품검사·검수활동에 대한 지휘관심 경주 및 참모 호라동을 강화하고 검사·검수기능 전문인력을 재고하겠다”며 “식품검사활동 여건보장, 체계개전 및 여건보장 등 계획생산 과정에 대한 군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춘천지방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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