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물품 입찰에서 최저가 입찰제가 폐지될 전망이다. 업체 간 출혈경쟁을 유도했던 최저가 입찰제 대신 낙찰하한율이 적용되는 적격심사 낙찰제가 도입된다.
행정자치부(장관 홍윤식, 이하 행자부)는 지난 12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자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현재 각 지자체는 2억1000만 원 미만의 물품구매 입찰 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어 업체 간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물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앞으로는 일정한 비율의 가격을 보장하는 적격심사 낙찰제를 적용, 업체가 적정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 입법예고는 지난해 말 그리고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이하 국조실)과 행자부가 발표한 ‘조달규제 혁신방안’ 139개 과제 시행의 일환이다. 민생경제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내세운 이 과제들은 입찰 참여기업의 실적제한 완화, 제안서 평가 점수 공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와 적정 수입 보장 등을 목적으로 내세웠고 최저가 입찰제의 폐지 역시 조달규제 혁신방안에 포함된 주제 중 하나였다.
기존 최저가 입찰제가 입찰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시키는 순수 최저가제도라면 적격심사 낙찰제는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 순으로 적격심사 기준에 따라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점에 다르다. 무엇보다 업체들의 출혈경쟁을 막을 수 있는 낙찰하한율이 존재한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낙찰하한율은 5000만 원 이상~2억1000만 원 미만 물품은 84.245%, 2000만 원 이상~5000만 원 미만 물품은 88%, 2000만 원 미만 물품은 90%다.
학교급식에서 이번 최저가 낙찰제 폐지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우유급식 공급업체들이다. 행자부는 이미 지난 2월 “2016년 시행됐던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오는 7월부터 낙찰하한율이 존재하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적격심사 낙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계제도과 호미영 사무관은 “입법예고 후 시행령이 발의되기까지 평균 1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7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현장은 최저가 입찰제 폐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낙찰하한율의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경남지역의 한 식자재 업체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하고 낙찰하한율을 도입하면 대기업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낙찰하한율을 상향하거나 불합리한 입찰시스템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들은 낙찰하한율 때문에 질이 낮은 식재료가 납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갖고 있다”며 “학교급식의 질 향상은 식재료의 질 향상에서 나오는 만큼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자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일부 물품이나 용역 입찰 참여에 요구되던 실적 제한의 문턱을 낮췄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는 특수한 설비나 기술이 요구되는 물품제조계약 또는 특수한 기술이 요구되는 용역계약은 금액과 관계없이 입찰할 때 업체에 일정 실적을 갖출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2억1000만 원 미만의 입찰 때에는 실적 제한을 할 수 없다.